한영균 기자 (서종초등학교 / 4학년)
추천 : 138 / 조회수 : 2008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던 10월 30일, 푸른누리 기자들은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 축제’에 갔다. 전곡리는 1978년 발견된 구석기 유적지로 이곳에서 발견된 주먹도끼는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 석기로서의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고고학이며 구석기 유물같은 말들은 책에서나 본 것들인데 이번 구석기 축제행사장에는 유물전시는 물론이고 생소한 고고학 체험을 할 기회가 있다고 하여 큰 기대가 되었다.
기자들은 아침 7시 30분에 서울역에서 모였다. 출석체크 후 버스를 타고 연천군으로 향해 오전 10시에 구석기 축제를 하는 행사장에 도착했다. 기자단이 가장 먼저 가 본 곳은 전시관이었다. 그 곳에서 주먹도끼와 같은 구석기시대의 유물을 관람했다. 그리고 이동하여 구석기 문명을 체험하게 되었다.
구석기 시대의 불 지피는 모습을 시범 보여주신 분은 ‘세바스찬’선생님이셨다. 불 지피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활에 나무를 묶고 나무판자에 홈을 낸다.그리고 그 곳에 활을 묶은 나무를 비벼서 마찰로 인한 재로 만든다.그리고 그 재를 불이 잘 붙는 물체 사이에 넣고 산소를 공급해주면 불이 붙는다. 또 다른 방법은 부싯돌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세바스찬 선생님께서는 금 같이 보이는 돌 두 개를 꺼내셨다. 선생님께서는 두 돌을 서로 맞부딪혔다. 그러자 재가 떨어졌다. 앞에서와 같이 불이 잘 붙는 물체 사이에 재를 넣고 산소를 공급했다.하지만 막상 기자들이 불 지피기 체험을 할 때, 재는 물론 연기도 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이렇게 어려운 방법으로 불을 지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러니 불이 얼마나 귀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불 지피는 시범이 끝나자, 기자단은 A조와 B조로 나누어서 동굴벽화체험, 도장찍기 체험을 했다. 내가 속한 A조가 먼저 동굴벽화체험을 했다. 기자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조개에 물감을 담아 빨대로 플라스틱 벽에 물감을 뿌렸다. 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나는 점처럼 뿌리는 것을 주로 했다. 다른 방법은 손을 벽에 대고 주위에 물감을 뿌려서 그 주위에 물감을 뿌려 손 모양을 만드는 방법이다. 동굴벽화체험이 끝나자, 기자들은 동굴벽화체험 전에 받은 책자에 도장을 찍으러 갔다. 도장은 손, 코뿔소, 펭귄 등이 있었다. A조에 이어 B조가 동굴벽화체험을 하고 있는 동안 A조 기자들은 책자에 도장을 찍고 색연필로 도장을 색칠했다.
두 조가 체험을 모두 끝내고 기자들은 근처에서 각각 다른 체험을 했다. 나는 조개에 매니큐어로 원하는 모양을 그려 넣어서 산화시키는 체험을 했다. 옛날에는 조개가 매우 귀해서 조개를 얻으려면 멀리 있는 해안으로 가야 했는데 그것이 자신이 어른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일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조개에 무늬를 그려 넣으면 그 조개를 식초 속에 담가야 했다. 그러면 식초의 산성이 조개에 칠한 매니큐어의 색을 없애고 그 곳이 튀어나오게 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다양한 오전 체험이 끝나자 푸른누리 기자들은 모여서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점심을 먹고 잠깐의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근처 에어 바운스 놀이터에서 놀기도 했다.다시 오후 체험시간. A조 기자단은 건설중인 ‘전곡선사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이 아직 완공되지 않아 위험할 수 있어서 기자들은 안전모를 쓰고 관람했다. 박물관 외관은 지렁이처럼 둥글둥글하면서도 희한하게 생겼었는데 지붕 위에 산책로가 있어서 주변 경치가 한눈에 보였다. 박물관 겉에는 LED전등이 있어서 밤에 전등이 뱀처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박물관은 프랑스의 ‘엑스 티유’라는 사람이 설계했고 동굴을 형성화해서 짓고 있다. 앞으로 전곡리에서 출토된 석기유물들을 중심으로 인류진화, 자연사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 및 체험을 할 수 있는 대규모 박물관이 된다고 하니 많이 기대가 된다.
박물관 관람이 끝나고 ‘전곡리 선사고고학 체험스쿨’에 갔다. 그곳에서는 ‘배기동’ 전곡리선사박물관 추진위원장님께서 푸른누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어 많은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나도 고고학자에 관해 한가지 질문을 했다.
한영균 기자: 보람을 느낀 발굴을 하신 적이 있나요?
배기동 위원장님: 전곡리 유적이나 아슐리안 유적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굴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복이 많다고 생각했지요.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다면 이란의 동굴 발굴 중 큰 돌을 치워내는 것이었습니다.
배기동 위원장님은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고고학자가 되셨다. 옛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 발굴이나 고고학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배기동 위원장님이 고고학자가 된다고 하셨을 때, 위원장님의 부모님께서는 반대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고고학자의 모험을 그린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보면 고고학은 매우 흥미로운 학문이지만 어렵고도 험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늦은 오후, 체험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면서 구석기 시대를 엿보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편 머나먼 과거의 흔적을 찾는 게 왜 중요할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과거의 인류문명이 궁금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연구함으로써 앞으로 먼 미래에 우리 후손들이 어떻게 발전하지 상상하게 될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사소한 주먹도끼가 고고학적으로 왜 그렇게 중요한지 아직 내겐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를 알게 되는 건 수수께끼같은 과거문명를 발굴하고 설명해 줄 수 있는 고고학자들 덕분이다. 몇 천년 후, 미래의 고고학자들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얼마나 잘 이해하게 될까? 혹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전곡리처럼 큰 유적지가 되고 내가 쓰던 물건이 중요한 유물이 되진 않을까, 상상해 본다.
한영균 기자 (서종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