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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06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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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243 / 조회수 : 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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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천하무적 김현자

현자는 오늘도 엉엉 울며 찢어진 책가방 조각을 들고 이모의 집으로 옵니다.

"이모, 오늘 애들이 내가 모르고 다른 친구 책상에 가방을 놔뒀다고 가방을 가위로 찢었어. 엉엉엉. 이 조각들 꿰매 줘."


이모가 말합니다.

"니 친구들은 와 맨날 너 가지고 그래 못살게 구노. 이모 학교 함 찾아가서 혼내주까? 그라고 현자야, 그 낡은 책가방 좀 바꿔라. 그기 뭐가 좋다고 천날만날 안고 댕기노?"

"싫다. 아빠가 사주고 간건디 왜 내보고 버리라 카노. 이 책가방은 아빠 냄새 나서 좋다고...... 근데, 아빠 또 올라카면은 8개월 지나야 되나?"


현자의 아빠는 힘든 가정형편 때문에 멀리서 일을 하십니다. 1년에 한 번씩 현자를 보러 오고요. 현자는 아빠가 사주고 가신 빨간 책가방이 너무 좋은가 봅니다. 이것은 현자의 보물 2호입니다. 그럼 보물 1호는 뭐냐고요? 바로 돌아가신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겨주신 현자의 낡은 육아일기 입니다. 현자는 육아일기장를 펼쳐듭니다. 흑백사진 안에 엄마와 아빠, 아기 때의 현자가 환하게 웃으며 엄마 품에 안겨 있습니다. 현자는 다시 한 번 엄마가 쓴 육아일기장 글씨들을 어루만져보고 육아일기장을 꼬옥 안습니다. 그 날 새벽 별들과 달들이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가고, 햇님이 다시 천천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할 때, 현자는 일 등으로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선생님께 자랑하려고 엄마의 육아일기장도 꿰맨 가방 속에 꼭꼭 숨겨 뒀고요. 3교시 쉬는 시간,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현자도 궁금해서 까치발을 들어봅니다. 어렴풋이 엄마의 육아일기장이 보입니다. 현자는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 반장 김석규에게서 육아일기장을 낚아챕니다. 그런데 ‘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육아일기장이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모두 깔깔깔 웃었습니다.


"현자 촌닭아, 촌닭이 화났네? 아이고 무서워라......낄낄."

그 순간, 처음으로 현자는 친구들에게 주먹을 날렸습니다. 그런데 날렵하고 힘 센 남자친구를 시골에서 올라온 가녀린 소녀, 현자가 이길 수는 없었지요.

"찰싹!"

석규가 현자의 뺨을 찰싹 때립니다. 현자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볼에서 또르르 미끄럼을 탑니다.

"아흐으헝엉흐어흐엉!"


순식간에 현자의 울음소리가 교실을 꽉 채웁니다. 현자는 김석규에게 맞은 뺨 한 대가 얼얼해 운 것이 아니라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겨 주신 흔적이 찢어졌다는 고통에 울음을 참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괴롭힘에 단련된 현자라도 이런 큰 고통은 이겨낼 수 없었나 봅니다. 아이들은 당황했는지 너도 나도 자리를 피합니다. 교실 뒤쪽 구석에는 울고 있는 현자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들어와 현자에게 왜 우냐고 물어보자, 김석규가 말했습니다.


"현자요? 아까 사물함 모서리에 부딪혀서 혼자 울던데요."

그 순간, 현자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야 이노무 나쁜놈의 짜쓱아! 허윽어흑으허헝...니...니가 내 보물 일 호 찢었다 아이가! 니, 천벌 받을끼다!"


그러나 현자의 심한 사투리는 교실 아이들에게 웃음거리만 될 뿐, 선생님이 알아 듣지도 못하였습니다.

"현자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다음부턴 표준어를 쓰도록 하렴. 그리고 김현자, 교실 분위기를 흐트렸으니 복도에 나가 손 들고 서 있거라."


현자는 이를 갈고 눈에는 눈물을 철철 쏟으며 복도로 나갔습니다. ‘내가, 꼭 서울말 공부 열심히 해서 선생님한테 다 말해줄끼다! 천하무적 김현자! 잘 할 수 있제이?’ 그날 밤부터 현자는 찢겨져 현자의 사물함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엄마의 육아일기장을 뒤로 하고 표준어 연습을 합니다. 볼펜도 입에 물고 해보고, 국어책도 보고 형광펜도 칠하고. 그러다 보니 자정. 현자의 코에선, 앗! 코피가? 현자는 휴지를 동글동글 말아 코를 막고는 계속 바닥에 누워 밤새도록 표준어 공부를 합니다. 그러기를 한 달. 현자는 이제 웬만한 서울말은 다 익숙해졌습니다. 현자는 눈에 비장한 각오를 담고 학교로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선상님."

"김현자, 무슨 일이지?"

"핵교 마치고, 말씀 좀 드릴 게 있어서 예."

"알았다."

‘띵~동~댕~동~’ 드디어 현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학교를 마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현자는 선생님 옆에 바싹 붙어 억울한 목소리로 하소연을 합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께 이 말을 해 드리기 위해서 얼마나 연습했는지 모릅니다. 그 때 제가 교실 뒤쪽에서 울고 있었을 때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제가 어렸을 때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멀리 일하러 가셔서 1년에 한 번씩 만납니다. 그래서 저는 이모의 집에서 살고 있고요. 그런데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제 낡은 육아일기장은, 윽, 저의 보물일호인데 그 애들 때문에 어흑... 찢어졌어요. 어흑으헝."


또박또박 이야기하던 현자의 또랑또랑한 눈에 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선생님은 아주 따뜻한 눈빛으로 현자에게 이야기 합니다.


"선생님이 몰라줘서 정말 미안하구나. 사실 선생님도 현자가 시골에서 올라와 사투리를 많이 쓴다고 아이들이 놀리는 것은 많이 봤는데, 그럴 줄은 몰랐구나. 선생님이 먼저 나서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현자가 스스로 해결할 것을 바라고 있었거든. 선생님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선생님의 생각이 짧았다. 현자야, 잘 듣거라. 지금은 비록 힘들겠지만 어려움이 있은 후에 좋은 일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 그 친구들도 나쁘지만, 너도 친구들의 괴롭힘 때문에 꽁꽁 잠긴 너의 마음의 문을 열고 한 발짝 더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떠니? 친구들의 그런 버릇은 선생님이 뉘우치게 할 테니, 너도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으면 한단다. 선생님도 같이 도울게."

"예, 선생님. 감사합니다."


현자는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연방 되풀이 하고, 선생님께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다음날 1교시 수학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난데없이 A4용지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네요.


김석규가 말합니다.

"선생님, 이번 시간은 수학시간입니다. 수학 책을 펼치려 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A4용지를 나누어 주시는 것입니까?"

"이번 시간에는 친구에 대한 글짓기를 해 보도록 하겠어요. 여러분들은 친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요즘 왕따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그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서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여러분께 글을 쓰기 전, 말을 해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친구는 말투, 억양, 피부색 등의 환경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놀림감이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어려운 친구일수록 서로 보듬어주고 아껴주는 것이 진짜 친구이지요. 그리고 요즈음 다문화 가정도 많은데 그런 친구들을 다 외면한다면 그 아이들이 설 곳은 어디인지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면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가만히 앉아 진정한 친구를 기다리는 친구는 절대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자신이 먼저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나에게도 진정한 친구가 생기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우리 반 친구들을 믿습니다. 이제 시작하세요!"

선생님께서 살짝 웃으시면서 현자에게 윙크를 하십니다. 교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제 잘못이 생각나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사각사각, 연필 소리만이 교실을 꽉 채웁니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보시는 선생님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머뭅니다.


<다음날>

현자는 오늘 자기의 집에서 가장 예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씩씩하게 걸어 갑니다. 웃는 얼굴로 김석규 한테도, 규리한테도, 현석이, 민영이한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이내 웃으며 현자를 반겨줍니다. 교실 문을 열자,

"현자야 미안했어, 그리고 사랑해!"

하고 친구들이 외쳐 줍니다. 그리고 수현이도

"현자야, 오늘 옷 예쁘다! 헤헤."

하고 칭찬을 해줍니다. 현자는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고마워, 얘들아!"


그때, 김석규가 반에 들어오며 말합니다.

"현자야, 이게 끝이 아니야.히히.짠!"

현자에 입에 미소가 퍼졌습니다. 김석규가 현자의 찢어진 육아일기장을 모두 붙여주었습니다.

"현자야, 그 때는 정말 미안했어. 글쓰기를 하면서 너의 입장도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나의 잘못도 많이 깨달았어. 너의 형편을 모두 알면서 우리 모두 너를 따돌렸던 것 정말 미안해. 이제부터는 우리 모두 잘 지내보자!"

김석규가 반 대표로 손을 내밉니다. 현자는 김석규와 흐뭇한 악수를 나눕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계시던 선생님의 얼굴도 환해집니다. 이제 현자는 혼자가 아닙니다. 현자를 사랑해 주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현자는 자신도 마음이 따뜻한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15년 후.>

"김현자 선생님, 이모님과 아버님이 점심 도시락을 싸오셨습니다."

"네,감사합니다. 김석규 선생님."

초등학교의 마지막 해, 6학년 때 서로 마음의 문을 열었던 현자와 석규는 사이좋게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제자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을 친구들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한 발짝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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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대구대서초등학교 / 5학년
2010-04-01 20:07:25
| 언니 너무 글 재미있게 읽었고 메인 체택되었네~^^
축하해!
이창수
대구대덕초등학교 /
2010-04-02 00:19:51
| 채현아 너무 감동적이다 ^^ 모든 사람들을 사랑 할줄아는 채현이가 되어주고 사랑받는 채현이가 되렴~
양유진
서울영등포초등학교 / 6학년
2010-04-06 22:58:45
| 넘 재미있어요. 저도 이런 기사 많이많이 올려야 겠어요.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4-07 00:17:18
| 네! 고맙습니다, 유진기자님~ㅎ 유진기자님도 좋은 기사 많이 올려주세요~^ㅠ^ㅎ
진혜민
대전글꽃중학교 / 1학년
2010-04-07 22:15:16
| 글 재미있어요 꼭 진짜 동화같네요
저도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런 기사 올리고 싶어요^^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4-07 23:45:24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혜민기자님~ㅎ 조만간 혜민기자님 기사도 읽어볼께요!ㅎ 활동 기대할께요~ㅋ
김지연
서울강동초등학교 / 6학년
2010-04-09 18:12:45
| 너무 재밌네요... 앞으로의 활동 기대할께용~~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4-09 23:16:31
| 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지연기자님~ㅎㅎ
김은희
2010-04-17 12:02:20
| 요즘 우리 학교의 문제성을 동화로 재미있게 표현 했네요.^^
우리 모두 이 글을 읽고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박현지
도산초등학교 / 6학년
2010-04-22 15:42:48
| 이 글을 읽고 친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글 정말 좋았어요.^^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4-23 15:03:03
| 현지 기자님 감사합니다.
전현철
2010-04-26 23:28:12
| 너무너무 글을 잘 쓰시네요~ 표현력도 너무 너무 좋고 감동받았습니다~
이하얀
온양초등학교 / 6학년
2010-05-15 18:02:34
| 읽고 울엇어요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5-17 22:58:45
| 하얀기자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진영
장평중학교 / 1학년
2010-06-15 18:51:46
| 잘쓰셨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주성민
완정초등학교 / 5학년
2010-06-16 19:08:23
| 진짜 감명 깊네요..
이진영
장평중학교 / 1학년
2010-07-09 18:02:02
| ㅋㅋ 대구 사투리인가요? 정감이 가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김승호
서울크리스찬중고등학교 / 1학년
2010-07-30 22:53:48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윤서
샘모루초등학교 / 6학년
2010-08-09 16:24:09
|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였어요^^
전현환
대륜중학교 / 1학년
2010-08-15 19:21:55
|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앞으로 왕따는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이윤서
샘모루초등학교 / 6학년
2010-09-24 15:40:20
| 좋은 동화 잘 읽었어요~
김찬별
유덕초등학교 / 3학년
2010-11-21 21:55:48
| 너무 아른다운 이야기였어요...
사투리를 저도 쓴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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