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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06월17일

동화 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류연희 독자 (인천양지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188 / 조회수 :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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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밀이야~

"정말?"나도 모르게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앞 자리에서 소곤소곤 말을 하던 상철이와 민우는 동그란 눈으로 쳐다 봅니다.

"너 우리 말 엿들었어? 어디까지 들은 거야?" 민우의 화난 목소리에 마음이 콩닥거리고 몸이 안으로 오그라 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내가 일부러 들은 것은 아니니까, 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 들고 말했습니다.

"엿들은 거 아니거던? 니들이 크게 이야기 했잖아. 다 안들었어. 연지를 좋아한다는 말만 들었지."
"누가 그래? 연지를 누가 좋아해. 너 사오정이냐? 우린 그런 말 한 적 없거든. 집에 가서 귓밥이나 파라."

아마도 민우는 정말로 연지를 좋아하나 봅니다. 평소에는 잘 웃고 친절한 편이어서 내심 인기투표를 할 때 이름을 써주었는데 오늘은 정말 헐크처럼 변한 모습이 조금은 무섭기까지 합니다. 옆에 있던 상철이가 민우의 팔을 잡아 당기며 다시 둘이서 속닥거립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척 심각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을 것을 괜시리 한마디 했다가 싸우게 생겨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무섭게 화를 낼 것은 또 뭐람, 좋아할 수도 있지. 애초에 민우가 연지를 좋아하는 것을 반에서 몇 명의 여자 아이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단지 입밖으로 말하지만 않았을 뿐 연지 앞에서 대답조차 못 하는 민우의 빨개진 얼굴은 누가 보아도 좋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제야 내 귀로 듣고 나니 알지만 놀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툭 나온 것인데 민우가 화를 내고 상철이가 말리는 것을 보니 모르는 척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일로 투닥거리고 싶지 않은데 이제는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순간 다영이가 생각났습니다. 다영이는 우리반 소식통입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가 누구랑 왜 싸웠는지, 누구네 집에 부모님이 이혼을 왜 하셨는지, 선생님 아기가 몇 살인지까지 모르는 것이 없는 내 둘도 없는 단짝 친구였습니다. 다영이에게 다 말해버리고 위로받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데 갑자기 상철이가 제 팔을 잡고 교실 뒷쪽으로 끌고 갔습니다.
"야, 민우랑 나랑 한 이야기는 비밀이라구. 니가 말해 버리면 가만 안 둔다."

상철이의 눈이 보름달처럼 동그랗습니다. 하지만 보름달처럼 따뜻해보이지 않고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팔에는 상철이의 손자국이 빨갛게 남아 있었습니다. 아픈 것보다 상철이의 말에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흥, 가만 안두면 어쩌려구. 나도 선생님한테 일러버리면 돼지.’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상철이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꼭 상철이가 거인처럼 느껴졌습니다.

상철이는 우리반에서 남자아이들에게 가장 큰 믿음을 주는 친구입니다. 항상 축구를 할 때도 가장 먼저 공을 들고 나가고, 반에서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싸우면 먼저 나서서 말리는 친구였습니다. 오늘은 제 차례인가 봅니다. 어쩌다 듣게 된 이야기가 비밀이라니, 그리고 민우와 상철이가 저를 무섭게 쏘아봐서 약간 겁도 나기 시작했습니다.

"알았어. 말할 생각 조금도 없는데 너네들 왜 자꾸 그러니? 난 자세한 이야기도 모른다구."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지만 민우가 연지를 좋아한다는 비밀은 알고 있잖아. 그걸 말하지 말라구. 말하면 그땐 알지?"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습니다. 다른 마음은 어쩔거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위 아래로 상철이가 알아볼 수 있도록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제서야 상철이는 제 팔을 놓아주고 아까부터 우리 쪽을 바라보던 민우에게 달려 갔습니다. 둘이서 하는 이야기가 대강은 무엇인지 알겠는데, 자꾸 쳐다봐서 또 다른 마음이 뭐야하고 따지고 싶어졌습니다.

조금 있으니 친구들이 한명 두명 교실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합창단이어서 머리가 긴 민서, 우락부락하지만 마음은 고운 철왕이, 작은 키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온 현중이, 그리고 둘도 없는 내 단짝친구 다영이가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눈에서 눈물이 맺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두 다 말하고 속이 시원해지고 싶었지만, 민우와 상철이는 아직도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희야, 안녕? 뭐야 단짝이 왔는데 말도 없고, 너 연지 이야기 들었니?"
저도 모르게 눈이 커다래졌습니다.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연지 이야기? 혹시,
"연지가 글쎄 어제 나한테 쪽지를 보냈는데 너도 알고 있다며?"
얼굴이 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내가 뭘 안다고,
"다영아, 난 몰라. 아무것도 몰라. "
다영이는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저 건너편에서는 상철이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눈을 크게 뜨는 것이 보였습니다.

"난 정말 모르는 일이야. 연지도 민우도 다 몰라."
울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먼저 말한 것이 아니라고 상철이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다영이가 자꾸 말을 걸어 왔습니다.
"연지랑 민우가 뭐? 연지네 고양이 왔다는 이야기 할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새끼고양이를 세 마리나 났다고 희야 니가 한 마리 달라고 했다면서, 수영이도 달라고 하고 나도 갖고 싶은데 니가 양보해라. 울 엄마는 키워도 된다고 하셨걸랑."

고양이? 아 연지랑 어제 새끼 고양이 이야기를 했었지.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놓이고 몸이 스르륵 책상밑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맞다. 고양이를 달라고 했지. 근데 자꾸 상철이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이제는 한숨까지 쉬는 모습입니다.
"어 연지네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달라고 했지. 깜빡할 뻔 했네. 휴~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엄마께 말해보고 안된다고 하시면 내가 양보할께."

다영이가 자꾸 팔을 흔들며 양보하라고 말을 걸어옵니다. 자율학습시간에도 새끼 고양이 이야기뿐입니다. 쉬는 시간에도 졸졸졸 양보하라고 쫓아다닙니다. 어느새 왔는지 상철이가 저를 무섭게 쳐다보며 손가락 한 개를 입에 가져갑니다. 점심시간에도 식판을 든 내 뒤로 와서 또 다시 같은 행동을 합니다. 정말이지 마음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5교시 영어 시간에는 같은 모둠도 아닌데 옆으로 다가와서 또 그럽니다. 오히려 민우는 아무렇지 않은데 상철이가 더 난리입니다.

6교시를 마치고 선생님께 종례를 받고 계단청소를 하러 나왔습니다. 한참 계단의 먼지를 쓰는데 운동화를 신은 발이 보였습니다. 열심히 청소하는데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화가 나서 보려는데 또 상철이였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하루종일 저만 쫓아다니는 건지 또 손가락 한 개를 입에 가져다 되고 말합니다.

"알지?"
순간 화가 나서 빗자루를 내동댕이 쳤습니다. 그리고 커다랗게 말해버렸습니다.
"그래 안다고! 민우가 연지 좋아하는거 비밀이라며. 한번만 더 그 행동하고 쫓아다니면 다 말해버린다. 너나 쉿! 해"

놀란 상철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슬금슬금 뒷걸음질로 계단을 올라 갑니다. 그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무섭게 느껴졌던 상철이가 이제는 한 개도 안 무섭고 오히려 어깨가 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우가 연지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쉿! 비밀이니까요.

류연희 독자 (인천양지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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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리빈
상당초등학교 / 6학년
2010-06-22 22:12:25
| 아~ 정말 잘 썼네요~
전현환
대륜중학교 / 1학년
2010-06-26 15:17:43
| 작가가 되셔도 되겠어요 잘읽고 갑니다.
최시헌
성광중학교 / 2학년
2010-06-29 13:33:04
| 잘읽었습니다.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6-29 16:58:35
| ㅎㅎ 재미있어요^^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6-29 16:59:03
| 추천 합니다.^^
김경연
서울녹번초등학교 / 6학년
2010-06-30 20:56:00
| 정말 재미있습니다.
비밀은 지켜야겠죠??^^
이윤서
샘모루초등학교 / 6학년
2010-08-04 15:40:55
| 앞으로도 비밀이 지켜졌으면 좋겠네요.
성서연
도곡중학교 / 1학년
2010-08-14 22:46:14
| ㅋㅋ 재미있어요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10-03 12:01:13
| ㅎㅎ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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