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최명림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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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7월입니다. 이제 곧 일년 중 가장 더운 날이라는 대서입니다. 또 여름 가운데서도 가장 덥다는 삼복도 다가옵니다. 세계적으로 이상기온 현상 때문에 겨울이면 폭설이 내리기도 하고, 여름이면 폭염에 시달리며 지구촌은 그야말로 날씨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도 매우 더울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더울 때 어린이 여러분들은 어떻게 더위를 피하나요? 지금은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들이 있어서 여름이면 더위를 피할 수 있지만, 선풍기,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어떤 방법으로 한여름 더위를 피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었을까요?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음식을 먹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시원한 소재의 옷을 입었습니다. 또한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혜롭게 여름을 지냈답니다.
전기를 이용해서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나 에어컨 대신 손으로 부쳐서 자연의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부채를 사용했어요. 부채는 순우리말인데,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킨다는 ‘부’와 가는 대나무 ‘채’로 만들어진 말이에요. 부채를 한자로는 ‘선(扇)’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 부채를 부를 때는 접선(摺扇), 단선(團扇) 등으로 불렀어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부채의 모양은 동그란 모양의 단선,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선 등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단오 무렵이 되면 부채를 선물했어요. 단오부채라고 부르는데 단오 무렵이면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합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거죠. 그래서 더운 여름을 잘 보내라는 의미에서 단오 때 부채를 선물하곤 했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세종임금이 중국 사신들에게 단오 때 부채를 선물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걸 보면 아주 오래된 풍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여름 더위를 삼복더위라고 합니다. 여름에서도 가장 더운 날이라는 뜻인데요. 이때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복달임’을 했어요. 복달임이란 더위를 피해 물가를 찾아 천렵(川獵-냇물에서 고기잡이하는 일)을 하고, 잡은 물고기로 국을 끓여 먹으며 더위를 피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 삼복더위를 피해 음식을 장만해 가지고 야외로 나가 시원한 냇물에 발을 담그며 몸을 식힙니다. 이를 ‘탁족놀이’라고 합니다. 탁족(濯足)은 발을 씻는다는 뜻인데, 시원한 물 속에 발을 담그면서 더위를 피했습니다.
겨울이면 솜옷을 입어서 추위를 피했던 것처럼 여름이면 시원한 모시나 삼베를 이용하여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또 등나무 덩굴을 가늘게 해서 옷 안의 등에 걸쳐 옷이 살갗에 닿지 않게 하고 바람을 옷 속으로 잘 통하게 하는 등거리를 입었습니다.
시원한 옷을 입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시원한 냇물에 발을 담그고 부채질을 하면 한여름 더위는 멀리 달아날 수 있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다양한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불편과 위험도 생겨났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 속에서 지혜로운 여름나기의 비법을 찾았던 것처럼 어린이 여러분들도 올여름 지혜롭게 여름나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나친 냉방으로 인한 냉방병 걱정도 없으면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부채를 생활화 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봅시다.
국립민속박물관 최명림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