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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웅 (인천양지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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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던 덕포진교육박물관

김포시 대곳면에는 경기도에서 지정한 테마박물관 제96-5호 "덕포진교육박물관"이 있다.
"빡빡머리 검정고무신 책보 메고 등교하던 그 때를 아시나요?"라는 팻말을 읽고 있는데, 박물관 안에서 김동선관장님께서 나오셔서 학교 종을 "땡~땡~땡~" 쳐주셨다. "우리 학교에는 수위 아저씨가 종을 치면 수업이 시작됐지. 박물관에 왔으니 옛날 종소리 듣고 들어가야지."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은 1996년 김동선 관장님께서 같이 교직생활을 하셨던 아내 이인숙 선생님을 위해 35년간 교직생활을 하시면서 모았던 교육관련자료 4천여 점을 전시하여 문을 여셨다. 지금은 구한말부터 지금까지의 교육관련 물건과 자료 7천여 점이 3층으로 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입구에서 우리를 맞아주신 이인숙선생님께서는 "여자 어른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어디 계세요?"라며 바로 앞에 계신 어머니를 못 알아보셨다. 눈을 뜨고 계시는데 나는 왜 어머니를 보지 못하고 그런 말씀을 하실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인숙 선생님께서는 18년 전 갑자기 눈이 안 보이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손 끝으로 물건을 더듬으시며 우리를 안내해주셨는데 얼굴 표정은 우리들처럼 밝아 보이셨다.

1층 박물관 입구 옆에는 옛날 가난했던 안방의 모습이 그대로 있었다. 까만 교복과 낡은 책가방, 형이 사용했다던 앉은뱅이 책상 옆으로 동생이 사용한 사과 궤짝이 놓여 있었다. 그 사과 궤짝도 귀해서 그마저 없으면 동생들은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인숙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3학년 2반이라고 쓰여진 교실로 안내해주셨다. 교실 안에는 온통 옛날 물건들로 가득했다. 옛날 허름한 책상에 낡은 의자, 난로 위에 올려놓은 찌그러진 주전자와 양은 도시락들, 비싼 아이들만 들고 다녔다는 책가방과 아까워서 손에 들고 다녔다는 검정 고무신, 짚을 엮어 만든 지푸라기공, 비 올 때 신었던 나막신, 60년대 사용했다는 음악교과서 등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사용하셨을 것 같은 옛날 물건들이 많았다. 특히 선생님께서는 나막신을 가리키시며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우수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훌륭한 물품이라고 하셨다. 나는 지푸라기 공이 멋져 보였다. 아무리 차도 공기가 빠져서 터지지 않을 것 같고 무척 튼튼해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친환경이어서 좋았다.

이인숙 선생님께서 풍금을 연주해주셔서 우리 가족은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선생님께서는 섬집아기를 불러주시고 까만 책보를 흔들며 덜그럭 소리가 왜 나는지 아느냐고 물어보셨다. 돌멩이라도 들어있는 걸까? 책보 안에는 다 찌그러진 양은 도시락이 들어 있었고, 그 안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것 같은 찌그러진 수저가 들어 있어서 덜그럭 소리를 낸 것이었다. 요즘은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것은 내다 버리는데 찌그러진 수저와 도시락을 왜 버리지 않고 사용했을까? 그 이유는 물건이 귀했고, 형제가 도시락 하나 가지고 4명, 5명이나 되는 동생들에게 물려주고 받으며 사용했기 때문에 찌그러졌다고 하셨는데, 한마디로 눈물나는 도시락인 셈이었다. 부모님께서 힘들게 농사짓고 땅 파서 사주신 도시락, 달걀 한 개도 사랑하는 내 아이들 못 먹이고 팔아야만 살 수 있었던 도시락이기 때문이다.

이인숙 선생님께서는 찌그러진 도시락과 수저와 책보를 들어보이시며 이것들은 절대 시시한 고물 물건이 아니라 우리들의 조부모님의 역사가 담겨있는 뿌리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내 가슴이 울렁거렸다. 옛날에는 앞집 뒷집 할 것 없이 모두 못 살아서 창피한 것이 없었다고 한다. 요즘은 빈부의 격차가 심해서 어린이들이 부모를 탓하는 경우가 있는데, 도시락 하나 제대로 갖지 못했던 그 시절을 배우고 물자가 풍족한 지금의 행복함을 깨닫고 어린 시절에 많은 꿈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모범생은 못 올라왔다던 선생님 교단에서 빡빡머리 개구쟁이들은 주판으로 드르르륵 벌을 받았다고 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아프기보다는 간지러웠다. 아마도 이인숙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살살해서 그랬을거다. 하지만 낡은 주판을 살펴보니 실제로 잘못을 저지르고 주판벌을 받으면 뾰족한 주판알때문에 아팠을 것 같다.

옛날에는 오늘날처럼 영상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림을 직접 그리고 여러 해에 걸쳐 네모난 액자같이 생긴 곳에 꽂아두고 사용했다고 한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에 사용한 시청각 자료이다. 박으로 만든 바가지 하나조차도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거두어 박 속을 털어서 찌고 말려서 얻은 귀한 것이라는 말씀에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농사짓는 모습이 떠올랐다.

1층에는 옛날에 발명했던 화포를 비롯한 과학발명품들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고, 60년대부터 사용해왔던 과학 실험도구와 과학책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내가 배우는 과학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안좋은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지금의 발전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그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고 생각하니 작은 비커하나도 소중하게 보였다. 2층에는 옛날 학교 서당이 있었고, 60~70년대 일기장과 시험지 등 교육자료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성적표에 나온 등수와 이야기들이 재미있었고, 벽에 걸린 포스터와 동요들도 천천히 둘러보았다. 3층에는 옛 생활용품들이 다 모여 있었다. 옛날 선풍기, 주로 여름에 사용하는 죽부인, 다양한 종류의 오강들, 농사 때 사용하는 농기구들, 장인의 정성이 깃든 자개장, 지푸라기로 문질러 광을 냈다는 놋그릇 등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요강은 처음 보았는데, 김동선 관장님께서 쇠로 된 요강을 국냄비라고 하셔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3층까지 다 관람하고 내려오는데 김동선 관장님께서 내게 도시락을 싸가느냐고 물어보셨다. 저희 학교는 급식을 해서 소풍 때만 도시락을 싸간다고 말씀드렸더니, "수업도 잘 하고 예의 바르게 박물관을 잘 관람해서 선물로 주려고 그러지."하셨는데, 나는 순간 찌그러진 양은도시락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가서 책상속에 넣어두느니 더 많은 사람이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이인숙선생님께도 인사를 드린 후 박물관 밖으로 나왔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은 다른 박물관처럼 귀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은 비슷하지만, 만들어진 과정이 다르고, 특히 꼭 우리 할아버지 같으신 김동선 관장님께서 계시고 꼭 우리 담임선생님 같으신 이인숙 선생님께서 수업을 해주셔서 다른 박물관들보다 더 배움이 많았고, 따뜻했던 것 같다.

류연웅 기자 (인천양지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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