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목요일 오후진료는 쉽니다"

목요일 오후만 되면 익산시 장애인 종합 복지관에는 치과진료를 받기 위해 많은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어김없이 23년째 목요일 오후에는 치과전문의 장동호 선생님이 ‘장애인 무료치과진료’를 해오고 있다. 나는 치료를 받기 위해 늘어선 환자들 틈에 끼여 어디서부터 취재를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선생님과 간호사 언니들은 바빴다.

일주일에 한번 진료를 받기 위해 모인 많은 장애인들 틈에서도 의료진들은 한결같이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한참을 기다린 나에게 선생님은 "어떻게 여기 왔느냐"고 질문을 했고, 나는 "사회봉사하시는 선생님을 취재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손을 흔드시며 처음엔 거절하셨지만, 내가 가지 않고 계속 진료실 안에 있었더니 진료가 거의 끝날 시간에 내게 오셔서 "어린 학생이 와서 취재를 한다고 하니 내가 졌다"며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선생님은 익산시에서 개인치과를 운영하시고 계신다. 다음은 인터뷰의 내용이다.

푸른누리 (이하 푸) : 몇 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장동호 선생님 (이하 장) : 의사가 되고 난 그해 1986년부터 시작했으니까 23년째하고 있습니다.

푸 : 선생님께서 봉사활동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장 : 처음엔 금전적으로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그런데 금전적 봉사는 나에게 특별히 와 닿는 것이 없더라구요. 금전적 봉사도 중요하지만 내 직업적으로 갖고 있는, 내가 몸으로 직접 도와줄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접 사회에 나와서 무료진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푸 : 23년 동안 봉사하셨으면 긴 시간인데 어떻게 계속 이어졌습니까?

장 : 나도 처음엔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 몰랐어요. 20년만 해야겠다고 처음엔 계획했었는데 막상 20년이 되어 그날이 오니 내 마음이 나를 그냥 쉬지 못하게 하더라구요. 그 마음은 봉사하시는 모든 분들은 아실거예요.

푸 : 가장 보람되었던 일이 있으시다면 ?

장 : 장애인은 사회활동이 힘들어 치과에 오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장애인이 치아가 아프다고 구급차 타고 치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치아 상태는 매우 안좋을 것이라 생각해 장애인 치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고립되었던 장애인이 치료 받고 건강해져서 고마움을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푸 : 우리 학생들은 기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학교 과제로 점수를 얻는 목적으로 봉사활동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장 : 자발적이든, 타의적이든 봉사활동은 참 좋은 일이에요. 나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이 얻는 행복과 기쁨은 고스란히 자기에게 돌아옵니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은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계속 물을 주면 콩나물은 자리지요. 봉사란 이런 것이에요. 자기에게 물을 주는 것이지요. 남을 위해 하는 일은 곧 자기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것을 느낄 때가 와요. 그 느낌을 영원히 간직하세요.

푸 : 언제까지 봉사활동을 하실 건가요?

장 : 의사일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려고 합니다.

푸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장 : 먼저 기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동참해주는 우리병원 간호사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 20년 넘게 무료진료를 하고 있는데 20년 전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무척 좋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소외되고 고립되어 사회의 밝은 빛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국가도 최선을 다하시겠지만 국민들 한사람 한사람이 장애인들을 사회의 밝은 빛으로 인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끝까지 처음의 마음처럼 봉사활동을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겨울에는 2주 동안 복지관이 문을 열지 않고 쉴 때가 있는데 그때가 되면 허전하고 안절부절하게 된다."며 빨리 복지관이 문 열기를 어린아이처럼 기다린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봉사 실천이 몸에 베었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봉사활동을 하는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해야겠다고 느꼈고 지금도 묵묵히 숨어서 봉사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장고은 기자 (용지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