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진 독자 (서울문성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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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지난 11월 27일 모두 가족 산타가 되었다. 빨간색의 산타복을 입고 스튜디오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집에 있는 디카로 찍은 가족사진은 있지만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전문 사진기사분이 찍어 주시는 건 돌 사진 이후로 처음이었다. 머리도 예쁘게 하고 엄마께서 화장도 시켜 주셔서 마치 파티에 가는 공주가 된 듯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처음에는 장소나 모든 시설이 낯설어 웃는 표정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 찍어주시는 분의 우스운 표정과 말로 금방 긴장이 풀렸다. 특히 7살 된 동생은 전문 모델처럼 웃는 표정과 자세가 아주 자연스러웠다. 아빠는 우리가 처음 스튜디오에서 찍는 사진의 컨셉을 ‘가족 산타’로 정하셨다. 그 이유는 어려운 이웃에게 행복한 가정의 산타가 되어 그분들의 차가운 마음에 따스함을 전하고자 함이셨다. 추운 겨울에 어려운 이웃에게 기쁨을 주신다 하니 더욱 힘이 났다.
1시간 정도의 사진 촬영 후 집에 돌아오니 아빠께서 가족 산타가 되니 정말 기분 좋다 하시면서 우리를 꼭 안아 주셨다. 아빠의 수염이 조금 따갑기는 했지만 나 또한 괜히 기분이 흥겨워졌다. 동생은 정말 뭐를 알기나 하는 건지 온종일 방방 뛰며 까불거렸다. 다른 때는 꿀밤 한 대 때렸을 법도 했지만 그날은 까부는 동생이 그리 밉지 않았다. 아마도 산타 옷을 입고 사진을 찍고 나니 산타할아버지의 마음이 된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사진 찍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주위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보았다. 제일 먼저 두 손녀를 키우고 계신 할머니께 우리의 사랑을 전했다. 그 할머니는 폐지를 모으시는 분이셨다. 우선 나와 내 동생은 부모님께서 보시는 신문을 차곡차곡 모았다. 우리 부모님은 사용할 수 없는 컴퓨터와 여러 것들을 모으셨다. 그리고 평소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빵을 준비해서 폐지 모으시는 수레에 조용히 가져다 놓았다. 그 다음으로는 가정이 매우 어려운 언니에게 언니의 꿈인 피아니스트를 할 수 있도록 작은 정성을 온 가족이 모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부초밥을 만들어 저녁을 굶는 학생들에게 주기도 했다. 특히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엄마는 정성이 담긴 선물과 직접 쓴 편지를 전하기도 하셨다.
비록 많은 일들을 하지는 못했지만 가족 산타가 되어 한마음으로 사랑을 전한 우리 가족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또한 진짜 산타가 된 것처럼 사랑을 전하는 기쁨과 보람도 알게 되었다. 난 12월이 되면 너무나 당연히 부모님께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만 했지 누군가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부모님의 권유로 가족 산타가 되어 작지만 사랑을 전하다 보니 그 어느 해보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기쁜 12월이 된 것 같아 마냥 행복했다. 그리고 나누는 사랑은 기쁨이 두 배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거실에 걸린 산타 가족의 사진을 볼 때마다 사랑을 전하는 기쁨이 생각나고 이웃과 나누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이예진 독자 (서울문성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