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인 나누리기자 (프랑크푸르트 한글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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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친구들이 새로운 학기와 3.1절 행사로 3월을 맞이하는 것처럼 독일의 어린이들은 카니발 축제와 함께 올해의 3월을 시작한다. 카니발(Carnem levare) 은 원래 라틴어인데, "고기여, 안녕!“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40일간의 금식 기간인 사순절 전에 맘껏 먹고 즐겼던 순수 카톨릭 행사였으나 지금은 종교와 관계없이 남녀노소 모두 참가하여 춤추고, 노래하고, 먹고, 마시면서 즐기는 축제 한마당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재미있는 모습의 가면을 쓰거나 분장을 하고 카니발 행렬을 벌인다. 프랑크푸르트의 시가행렬은 헤쎈주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다.
3월 6일 일요일, 시가행렬이 벌어지는 자일 거리로 갔다. 늦추위 탓에 쌀쌀했지만 햇살이 비치는 화창한 날씨였다.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가는데 이미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요란한 음악 소리가 귀를 울렸다. 나즈막하게 철책이 쳐진 길가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고양이, 호랑이, 여우, 카우보이, 벌, 백조, 공주, 경찰 등 셀 수도 없이 다채롭고 귀여운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부모님들과 구경 나온 아이들도 카니발 행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오후 1시 1분, 경찰 호위차량에 이어 북소리가 울리며 기병들이 위풍당당하게 말을 타고 지나갔다. 사람들은 "프랑크푸르트 헬라우(만세)!“ 라고 외치며 환호하였다. 여러 공공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많은 동호회에서 참가한 사람들은 트럭이나 트렉터 등을 재미있게 장식한 수레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 추면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사탕, 초콜릿, 장난감, 빵 등을 던져주었다. 아이들은 사탕을 줍느라 신이 나 있었다. 어릿광대나 짐승의 모습을 한 큰 인형들, 혹은 이글루와 펭귄을 실은 수레들도 있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행렬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울려오는 꽹과리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멀리서 한국의 풍물패가 상모 돌리기를 앞세워 나타났다. 이어서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가 그려진 수레가 나타났고, 그 뒤에는 북, 장구, 소고 그리고 징소리를 울리며 풍물패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흥겨운 가락에 따라 춤을 추며 "코레아 헬라우“ 를 외쳤다. 구경꾼들이 한국의 풍물패 행렬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 보니 아주 자랑스럽고 기뻤다. 내년에도 풍물패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뒤따라오는 행렬들로 눈길을 돌렸다.
옛날 군인 복장을 하고 대포를 쏘아 굉음을 내던 군인 행렬과 수레들 사이사이에서 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그룹들과 치어리더들의 율동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었던 것은 호랑이로 가장한 사람이 우리로 꾸며진 수레 속에서 춤추는 모습과 뒤따라 온 분장한 호랑이 무리들이었다.
푸른누리 친구들에게 생생한 축제 분위기를 전해주고 싶어 열심히 사진을 찍는 동안 어느새 세 시간이 넘게 흘러 갔다. 200개가 넘는 행렬들이 지나갔고 경찰 호위대가 마지막으로 나타나자 사람들은 저마다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할 몇가지 질문을 준비해갔으나 쌀쌀한 날씨탓에 모두 집으로 가는 걸음이 빨라 기회를 얻을 수가 없었다. 3시간 내내 옆에서 공주로 분장한 귀여운 손녀와 구경을 하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어린 시절의 카니발 축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손녀와 같이 즐긴 축제도 아주 좋았지만 어린 시절의 카니발 축제가 전쟁 후 어려웠던 시기여서 오늘날처럼 화려하고 풍성하지는 않았다. 즐거운 추억이었다."고 답해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솜씨지만 사진도 찍고 프랑크푸르트 헬라우를 소리높여 외친, 2011년의 카니발 축제는 나에게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프랑크푸르트 카니발이 조금은 눈앞에 다가온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재인 나누리기자 (프랑크푸르트 한글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