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 나누리기자 (인천창신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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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 김윤서. 6학년 1반이다. 우리 반에는 아주 특별한 아이가 있다. 바로 땀순이다. 땀순이는 특별한 이름과 체격, 생김새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인지 잘 운다.
오늘 아침에도 땀순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떤 남자아이가 놀렸기 때문이다. 다른 날이라면 얼른 달려가 땀순이를 다독였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내 머릿속에 이 생각이 가득찼기 때문이다. ‘전교에서 땀순이가 울보라는 소문이 퍼지면 내가 전교회장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렇다. 오늘은 전교회장 선거가 있는 날이다. 우리 학교는 전교회장 6학년 한 명, 전교부회장 5학년 한 명을 뽑는다. 6학년 후보는 3명. 땀순이와 나, 정태라는 남자아이다. 정태는 아이들한테 비호감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나와 땀순이 사이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당연히 내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땀순이한테 가서 말했다.
"야! 전교회장 선거 뭐하러 나가냐? 포스터, 피켓, 띠....... 다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땀순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자식! 울기도 잘 하지만 웃기도 잘 하네!" 생각해보니 정말 기분이 나빴다. 아니, 나쁘기보다 기분이 묘했다. 뭔가 내가 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전교회장 선거가 시작되었다. 땀순이는 기호 1번, 나는 2번이었다. 땀순이는 서로 행복을 나누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간단히 했다. 나는 내 차례가 되자 자신있게 연설을 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학교, 다른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학교, 서로 도와주는 학교 등 준비한 말을 다했다. 연설이 끝날 때쯤 주위를 둘러보니 전교생의 반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내가 너무 잘해서 애들이 놀리는 거지!’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수업을 마치고 강당으로 모였다.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나는 너무나도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나는 결과를 보고나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전교생 400명 중 땀순이 250표, 정태 120표, 나는 30표였다. 승연이, 솔이 혜원이, 유진이....... 나를 뽑아주기로 약속했던 친구만 해도 30명은 훌쩍 넘었다. ‘배신자! 너희들 내일 두고 보자!’ 결과가 믿기지 않아 나 혼자 다시 확인해 보았다. 다시 확인을 해도 김윤서는 30표가 확실했다. 감정에 북받쳐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울며 집을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앙~"
그때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무런 의심없이 들려오는 울음 소리의 주인이 땀순일 거라 생각하고 말이다. 땀순이의 우는 모습을 전교생이 보지 못한 게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했다. 하지만 나는 곧 펑펑 울고 말았다.
그 울음소리의 주인은 땀순이가 아닌 도로에 넘어진 1학년 여자아이였기 때문이다. 땀순이는 그 여자아이의 까진 무릎에 반창고를 발라 주고, 울음을 달래며 집까지 업어 주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울보 땀순이라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 땀순이의 착한 마음씨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저 멀리서 1학년 여자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는 땀순이가 보인다. 저기 있는 아줌마가 1학년 여자아이의 엄마인 것 같다.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집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하나라도 먹고 가라는 말 같다.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땀순이를 보며 나는 얼른 달려가 땀순이를 끌어안고 말았다.
땀순이가 친구가 아닌 엄마 같았기 때문이다. 집에 갈 때까지 우리는 아무런 말없이 두 손을 꼭 잡고 갔다. 내 집에 도착하자 땀순이는 손을 흔들며 "윤서야! 울지마"라고 말해 주었다. 전교회장 선거에서 땀순이가 뽑혀 짜증나고 분했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는 그 순간 땀순이가 정말 고마웠다.
장유정 나누리기자 (인천창신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