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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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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나누리기자 (용문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82 / 조회수 :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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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을 읽고

그 애는 내가,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아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야, 네가 그 작은 유진이가 아니라구?"
그 애는 마치 내가 자기를 몰라보기라도, 또는 시치미를 떼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걸 보면 혹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무엇이 있는 건 아닐까?

이것은 본문 중에 있던 내용이다. 작은 유진이, 큰 유진이의 입장이 되면서 챕터가 나누어져 있다. 이 둘 유진이는 유치원 때 원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이 일은 작은 유진이의 이상행동 때문에 밝혀졌다. 하지만, 작은 유진이네는 그 틈에 이사를 하며 꽁무니를 빼버렸다. 나는 그 부분에서 작은 유진이 엄마가 나쁘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큰 유진이는 큰 사랑으로 성폭력의 상처가 잘 보듬어진 반면, 작은 유진이는 성폭력을 당한데도 불구하고, 엄마가 때리며 폭력까지 썼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차이점을 보는 것이다. 성폭력을 당한 후, 둘 다 같이 당했는데, 작은 유진이는 왜 기억을 못한 것일까? 충격을 받으면 기억에서 지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작은 유진이는 모범생이고 전교 1등까지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후(큰 유진이에게 자기와 큰 유진이가 당한 일을 안 후) 안 하던 짓들을 하며 날라리처럼 춤을 추고, 담배도 피우고 하기 시작한다. 내가 제일 감동스럽고 울고 싶던 부분은, 작은 유진이의 입장 중, 이 본문이다.

"그 때 너한테 있었던 일은....,너만 겪었던 그런....,일은 아니었어. 그 일 때문에 새삼스레 괴로워하고, 방황할 필요는 없어."
딱딱하게 굳은 엄마의 목소리는 밖에서도 들려오는 파도 소리만큼도 내 마음을 건드리지 못했다. 이제 와서 해명이라고 한다는 소리가 겨우. 차라리 집 나온 것을 야단치든지 할 것이지.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엄마에게라기보다는 잠시나마 기대를 하고 있던 자신에게 보내는 조소였다.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가, 그 일 때문에 이런다고 생각해?"
나는 이 사이에 넣어 질겅질겅 씹다가 뱉어내는 기분으로 말을 했다. 엄마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아니냐고 묻는 눈빛이었다.

"내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기 전까지 나는 엄마가 새엄마일 거라고 상상했어. 아니면 아빠가 새아빠든지. 그렇게 상상하는 편이 훨씬 견디기 쉬웠다구!"
엄마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그때 일을 기억해 냈을 때 괴롭긴 했지만 나도 큰 유진이처럼, 미친 개한테 물린 셈 치고 넘어갈 수 있었어. 그 일은 내 잘못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그때 엄마가 나한테 했던 말이나 행동들이야. 왜 그랬는지 몰랐을 때는, 내가 무언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엄마를 새엄마라고 생각했던 거는 그래서일 거라고 믿고 싶어서였어. 그러지 않으면 엄마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었으니까. 그동안 새엄마가 그 정도면 잘하는 거라고 나를 위안하며 살아왔어."

한마디, 한마디가 내 안에서 나갈 때마다 가슴에 박혀 있던 못이 빠져 나가는 것처럼 시원하면서도 격렬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 못은 엄마에게로 날아가 박혔다. 엄마의 눈이 사라졌다. 그 자리엔 어둡고 퀭한 공간만 남아 코도 사라졌다. 숨을 쉬었을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입이 사라진 자리에서 이들이 옥수수 알갱이처럼 우수수 쏟아질 것 같았다. 나는 혼이 빠져 나간듯한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박힌 못을 쾅쾅 두드렸다.
"나랑 똑같은 일을 당한 친구한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심정이 어땠는 줄 알아? 기억도 못하면서 큰 죄라도 지은 줄 알고 살았던 내 심정을 알겠냐구!" 나는 못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엄마에게 달려들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이 부분, 작은 유진이의 말들이 정말 나는 뭐 이런 엄마가 다 있나 하고 생각하며,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성폭력을 당하고도 잘못한 것처럼 그랬으니 정말 불쌍했다. 이번에는 엄마가 하는 말 부분이다.

"나라고, 쉬웠겠니?"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엄마가 불쑥 말했다. 엄마의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벽에 기대어 앉아 무릎을 껴안으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나한테도 그 일은.....,너무, 두려운 일이었어. 그랬어."
나는 엄마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지금 엄마는 사고를 당해 피 흘리고 있는 자식을 앞에 놓고, ‘네가 사고를 당해서 너무 무서워.’ 하며 엄살을 떨고 있는 격이다. 저렇게라도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건가. 나는 엄마가 어디가지 도망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생략-

"미안해. 미안해, 유진아!"
"처음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놈을 죽이고 싶었어. 네 아빠도 그놈을 죽이러 가겠다고 펄펄 뛰었어."
나는 눈을 감고, 엄마의 눈물에 섞여 마음속으로 흘러든 그 말이 손길이 되어 여기저기 패이고, 긁히고 멍이든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을 느꼈다. 그랬구나. 우리 엄마랑 아빠도 그랬구나. 그래서 그놈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구나. 내게 진작 알려 주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저려 왔다.

"용서해 줘, 유진아. 엄마가 널 끝까지 지켜 주었어야 했는데. 그래. 널 위해서 그 일을 빠지고, 그 일을 잊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건 거짓말이야. 날 위해서였어. 내 딸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윽박질러서, 네 기억을 빼앗았어."
"나는 앨범에서 그전의 사진들을 다 빼 버렸어. 그렇게 네 기억을 도려낸 거야.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널 특별하게 여기면 네가 그 때 일을 기억해 낼까 봐, 무엇이든 털어 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면 네가 그때 일을 물어 올까봐 겁이 났어. 널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혼란스러웠어."

이런 본문 중의 내용이 정말 감동스러웠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참고 있을 뿐이다. 내가 알기로는 성과 관련된 폭력이나 학대로 인한 상처는 그 어떤 상처보다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유아나 아동기에 입은 상처는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사춘기나 성인이 되었을 때 여러 증상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절대로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라는 점과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분노와 좌절로 변해 아이들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한다는 것을 말하는 작가의 책, ‘유진과 유진이다.’

이미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정말 중요하다. 하나는 긍정적이게 치유하고, 하나는, 강제로 봉합당한 꼴로 그 상처를 덮었다. 이 책을 꼭 한번은 읽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폭력에 대해서 더 잘 알고, 더 잘 치유하는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유진이처럼 되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괴롭고, 스트레스 쌓이고, 부모간의 관계는 안 좋아지는 등의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감동스러우면서도 정말 유치원 원장과 억지로 기억을 없앤 작은 유진이의 부모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기에, 이러면 안되는 걸 제발 어른들이 알면 좋겠다. 나날이 갈수록, 점점 성폭력 행위는 늘고, 피해자, 주로 학생들이 늘어, 후유증이 심각하다. 그래서 성폭력이 제발 사라지면 좋겠다.

정유진 나누리기자 (용문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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