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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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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완 기자 (서울온곡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84 / 조회수 :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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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둘이

전 누구보다 행복해요.

전 편안해요.

날게 되어서.

가게 되어서.

저 멀리..


저는 백희야, 백희야예요.
사람들이 저는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해서 인형 같대요. 그런데 제 머리카락이 이쁘다는 사람은 없어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저는 백혈병에 걸렸거든요. 그래서 흰 모자를 쓰고 있어요. 엄마가 꽁꽁 숨겨나도 저는 다 알아요. 의사선생님이 거짓말쟁이라는 것도, 나는 다 알아요. 의사선생님은 언제나 내가 다 나을 수 있대요. 그래서 학교도 갈 수 있대요. 내 앞에선 웃어주지만, 우리 엄마는 언제나 울려요. 착한 우리 엄마를 울리는 의사선생님이 싫어요. 엄마는 눈물자국이 다 보이는데도 내 앞에선 웃어주어요. 억지로 힘겹게 웃는다는 것, 나도 알아요. 엄마가 힘들다는 것, 나도 알아요. 그런데 그런 엄마가 싫어요. 울고 싶으면 울지... 바보같이 왜 웃는지. 그래서 난 의사선생님도 싫고 엄마도 싫어요. 그리고요, 나는 이 세상에서 거짓말쟁이가 가장 싫어요. 의사성생님은 내가 다 낳을 수 있대요. 그리고 엄마도 내가 다 낳을 수 있대요. 그냥 감기에 걸린 거래요. 그런데 하나둘 힘든 표정으로 퇴원한 아이들은 나에게 편지한다고 하고 하고 편지도 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아이 엄마들은 꼭 병원에 와요. 나도 그렇게 될 거예요. 의사선생님 말 다 들었어요. 내가 골수를 이식받지 못하면 안되는데, 골수가 맞는 사람을 못 찾고 있대요. 나도 다른 아이처럼 뛰어놀고 싶은데, 하느님은 그게 안 된대요. 도대체 왜 수많은 아이들 중에서 저만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제부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
어요. 그래서 갑자기 하느님 할아버지가 좋아지고 있어요. 맞아요, 지금이에요! 흰색의 비둘기가 이때쯤이면 꼭 저의 창문 밑으로 날아온답니다. 엄마는 비둘기가 내 이름처럼 흰 것을 보아서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래요. 나는 그 비둘기를 비둘이라고 불러요. 이제부터 내 비둘이 이야기를 해줄게요. 난 내가 싫었어요. 이렇게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내가 미웠어요. 엄마를 울리기만 하는 내가 미웠어요. 매일마다 내가 싫었어요.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날 싫어하던 날, 엄마가 울던 날, 비둘이가 왔어요. 비둘이가 창문을 부리로 쪼아댔어요. 간호사 언니들이 비둘이를 쫓아내려 했을 때, 난 창문을 활짝 열어주었어요. 가을의 찬 바람은 비둘이에게도 추울테니까요. 내가 가을의 찬 바람을 싫어하는 것처럼 비둘이도 찬 바람을 싫어할 테니까요. 비둘이는 병원으로 날아들어 오더니 저한테로 왔어요. “구구구” 계속 “구구구” 이랬어요. 마치 나한테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간호사 언니들이 말했어요. “희야야, 비둘기는 이제 날려주자.” “싫어요. 비둘기가 저하고 친구하제요.” 그러자 간호사 언니가 어리둥절해 하더니 곧 창문을 닫았어요. 비둘이가 말을 했어요. 아무도 못 들었어요. “희야야, 희야야” “왜 그러니?” “난... 난... 비둘이야.” “그래 비둘아.”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그러고는 곧 내 손에서 잠이 들었어요. 새근새근 저처럼 자요. 저는 엄마처럼 자장가를 불러주었어요.


곧, 의사선생님이 달려왔어요.
“희야야, 비둘기는 세균이 많아요. 어서 날려보내주자.” “싫어요. 싫어요.” "그럼 살균이라도 하자." "싫어요. 싫어요." 나는 울었어요. 비둘이를 빼앗기기 싫었어요. 얼마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였는데요. 난 비둘이를 꼭 안았어요. 비둘이는 언제 깨었는지 몸을 오들오들 떨며 내 품 속으로 들어왔어요.

비둘이도 무서웠나봐요. 뭐, 나도 의사선생님을 무서워 하지만요. 비둘이는 의사선생님을 처음 봤었으니까 더욱 무서웠을 거예요. 나도 비둘이가 이해가 돼요. 저가 처음에 의사선생님을 보았을 때에도 엄청 무서웠어요.

진찰기를 들고 흰 가운을 입고 있던 의사선생님이란...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요. 그게 비둘이와 저의 첫만남이에요. 비둘이와 저는 그렇게 만났었어요.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었어요. 난 겨울이 좋아요. 춥긴 하지만 세상이 저처럼 되잖아요. 무슨 말이냐구요? 세상이 제 이름처럼 된다는 말이에요. ‘희야’ ‘희야’ 처럼 말이에요. 희야처럼 세상이 하얗게 되었어요. 저처럼요. 그럴 때마다 세상이 저와 하나 되는 것 같아서 마치 저가 살아있는 것 같아요. 병원에서 매일 주사맞고 진찰할 때는 내가 살아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빠가 병원에 있었을 때 저한테 이랬었어요. "희야야, 아빠가 매일 아프기만 하니까 꼭 죽은 것 같다. " 맞아요, 저도 죽은 것 같았어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겨울이 오면, 겨울이 오면. 내가 겨울이 되는 것 같아서. 내가 세상이 되는 것 같아서. 내가 모든 생명체를 품게 되는 것 같아서. 저가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겨울이 가장 좋아요. 저가 세상이 되어서 세상의 모든 생명체를 품게 되는 것 같아서요. 겨울 속에 있는 잠자는 토끼, 겨울눈 가진 나무와 꽃들, 잠자는 곰, 여러 생명체가 내 품속에 있다고 하니 겨울만큼은 내가 사는 것 같아요.

오늘은 비둘이를 안고서 진찰실로 갔어요. 근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난 들어가지 않았어요. 계속 들어보았어요. “저...저희 희야갸...” “상황이 급히 악화되었습니다.” “어떠...떻.....게...” 엄마가 말을 잇지 못해요. 왜 그런 걸까요? 난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았어요. “1주일 남았습니다.” 전 1주일 있으면 하늘나라로 가나봐요. 전에 아빠가 아팠을 때도 한 할아버지 선생님이 이러셨어요. "3일입니다..." 그리고 3일 후 아빠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아빠가 말해준 하늘나라로요.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하늘나라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있고 착한 천사들도 있대요. 하늘나라에 가면 솜털같은 구름위에서 잘 수도 있고 천사들하고 놀 수도 있대요. 그래서 참 좋은 곳이래요. 하늘나란 좋은 덴데... 엄마는 왜 하늘나라를 싫어할까요. 엄마한테 하늘나라 이야기만 하면 엄마는 손을 내저어요. 난 내가 또 다시 싫어졌어요. 내가 산 것 같았지만 내가 싫어졌어요. 비둘이가 있었지만 내가 싫어졌어요. 이렇게 착한 엄마를 울리는 내가 미워졌어요. 내가 정말 미워졌어요. 내가 정말 싫어졌어요. 우리 착한 엄마를 울려서... 난 정말 나쁜 아이인가봐요. 매일 마다 웃어주는 착한 엄마를 울렸으니... 난 내 병실로 들어갔어요. 갑자기 비둘이가 나가고 싶어했어요. 난 내가 다시 나쁜 아이가 되기 싫어서 문을 열어주었어요. 비둘이가 날아갔어요. 저 하얀 하늘로. 나도 날고 싶었어요. 비둘이처럼. 그런데 비둘이가 하얀 눈을 물고 왔어요.

그리고는 내 손에 올려주었어요. 난 눈을 감았어요. 눈이 차가워요. 깜짝 놀랐지만, 눈이 녹아서 물이 될 때까지

난 눈을 뜨지 않았어요. 눈이 더욱 감겨왔어요. 난 살아있어요. 겨울이 되었어요. 난 날고 있어요. 비둘이와 저 먼 하늘로... 엄마, 안녕. 난 살아서 날아갔어요. 울지마요. 난 하늘나라로 갔으니까... 할머니도 보고 할아버지도 볼꺼니까... 그리고 아빠도....

박채완 기자 (서울온곡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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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청심국제중학교 / 1학년
2012-01-10 19:29:59
| 슬퍼요...ㅠㅠ
정말 감동이네요
허유림
한신초등학교 / 6학년
2012-07-13 02:03:12
|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박채완 기자님~! 재미있는 소설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게 만드는 기자님의 언어적 재능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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