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계절, 가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때가 때인지라 여러 기관에서는 어린이를 위해 책 읽기와 관련한 여러 가지 행사를 한다. 한국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는 매달 아동, 역사, 문학, 과학, 교양 등 10개 분야별 도서 한 권씩을 추천하고 있고, 독서아카데미나 사이버 독서아카데미와 같은 국민 대상의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매월 ‘책, 함께 읽자’와 같은 낭독회도 하고, ‘독서인’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독서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독서문화 환경으로부터 소외된 아동을 대상으로 ‘책나라 여행’과 ‘독서희망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책나라 여행’이란 선정된 소외층 아동에게 찾아가서 책잔치를 하는 것으로 나만의 책 만들기, 동화구연극 공연 등을 하는 것이다. ‘독서희망 프로젝트’는 저소득 결손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등 소외 계층 자녀가 많은 지역이나, 주변에 이용할 만한 도서관이나 공공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선정된 단체에 일정 지원금을 주어 아동이 책을 통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해보도록 하고 올바른 독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책을 어려서부터 읽어야 책을 즐겨 읽는 습관을 기르기가 쉽기 때문이다. 책은 무엇보다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재미난 이야기의 즐거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장소에 가보는 즐거움 등이다. 책이 주는 많은 즐거움을 일찍부터 알고 더 많은 책을 읽으면 자연히 학습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언어, 정서, 사회성, 창의성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 이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사실이다. 특히 책과의 만남으로 지체아라는 판정을 극복한 쿠슐라의 예를 보면 책을 일찍부터 읽기 시작하는 것이 어린이의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쿠슐라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심해서 정상아처럼 반응하지 못하여 의사들은 쿠슐라를 장애아 센터로 보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부모는 4개월부터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주었고, 쿠슐라의 상태는 차츰 호전되어 만 3년 8개월 때에는 쿠슐라의 지능이 평균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일찍부터 책의 내용과 그림을 매개로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쿠슐라는 남들이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자신의 능력을 활짝 펴보이게 된 것이다.
책 읽는 습관은 어떻게 들여야 할까? 첫 번째로, 내가 좋아하는 주제나 관심 있는 분야의 책부터 시작하면 된다. 미술에 관심이 있으면 미술 작품이나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고, 수영이나 스케이트, 농구, 축구에 관심이 있으면 이런 운동 분야에서 유명한 선수나 운동 경기의 역사를 담은 책을, 우표수집이나 요리에 관심이 있으면 또 그와 관련되는 책을 보면 된다. 두 번째로, 책 읽기를 매일 규칙적으로 실행하는 게 좋다. 일찍 일어나는 경우에는 학교 가기 전에, 아니면 학교 다녀와서 또는 잠자기 전과 같이 거의 일정하게 책 읽는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 읽는 습관을 들인다. 세 번째로, 도서관이나 서점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학교에 도서실이 있는 경우에는 책을 규칙적으로 대출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지역사회의 도서실이나 서점에 자주 들러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내 손으로 넘겨가며 본 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다. 네 번째로, 책을 손닿는 곳 여러 곳에 두어 수시로 책을 볼 수 있게 한다. 화장실, 거실, 식탁, 책상 등 잠시 앉아 있는 곳 어디라도 평소 관심 있어 하는 책을 두어 언제라도 마음이 갈 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나서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책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글귀나 장면을 글이나 그림으로 간단하게 기록하는 습관을 기른다. 그러면 책을 읽으며 느끼고 생각한 것이 정리되면서 책의 내용이 더 깊이 기억되고 읽은 책에 대한 애착이 생겨 앞으로 관련 책을 찾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이 가을, 책과의 여행으로 독자 모두 풍요로운 날이 되길 바란다. 
서정숙 (그림책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