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삭 독자 (송정중앙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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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정말 맑고 좋은 토요일 오후, 가을 들녘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전남 나주의 들판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지난 추석 이후로 거의 모든 논들이 가을걷이를 마치고 이제는 빈 들판뿐이었습니다. 알알이 영근 벼 이삭들을 멋지게 카메라에 담아야지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들판에서 일하는 농부 아저씨를 한 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트랙터를 타고 짚단을 정리하고 계신 한 농부아저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모두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들만 계실 줄 알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많이 젊어 보이셨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 바쁘시다면서도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셨습니다.
농사는 평생의 중요한 일
Q. 안녕하세요? 저는 13살 안이삭이라고 합니다. 간단하게 아저씨 소개를 해주세요.
A. 저는 광주 광산구 대촌이라는 마을에 살고 있으며 농사를 제가 해야 할 평생의 중요한 일로 여기며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Q. 지금 매우 바빠 보이세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A. 지금 하는 일은 트랙터를 몰고 가을걷이를 하고 남은 짚단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짚단을 잘 정리해서 하나로 묶어 소들의 먹이인 여물로 사용합니다. 옛날에는 이 짚단으로 지붕을 엮기도 하고 농사 일에 필요한 소쿠리 등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더 오랜 옛날에는 짚신도 바로 이 짚으로 만들었지요.
Q. 아, 그렇군요. 그런데 옛날에는 이 모든 일을 사람이 직접 했겠죠?
A. 그렇죠. 하지만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농사에 기계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농사를 지을 때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기계에 대한 작동도 배워야 한답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손 부족으로 기계농사를 해요
Q.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트랙터는 어떤 기능이 있나요?
A. 트랙터는 장착하는 장비에 따라 용도가 달라집니다. 지금처럼 짚을 정리할 때 장착하는 장비는 베일러라고 합니다. 베일러 말고도 많은 장비가 있어요. 봄에 모내기 할 때는 논갈이를 하거나 거름을 주고 논밭 도랑을 정리하고 지금 가을에는 추수를 할 때도 씁니다.
Q. 참, 제가 보기에 아저씨는 다른 농사지으시는 분들과 달리 젊으신 것 같은데 농사를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혹시 부모님이 농사를 하셨나요?
A. 그렇게 보이나요? 지금 제 나이가 50대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농사를 제 천직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땅과 우리 곡식을 좋아합니다. 제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하셨어요. 지금은 정년 퇴직 하셨고요. 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으신 것은 아니었지만 농사에 대한 바른 생각을 아버지로부터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농사하는 것을 보거나 돕는 것을 좋아했어요.
Q. 농사를 한 마디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농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비닐하우스로 많이 알려져 있는 ‘시설하우스’이고 하나는 그냥 땅에서 하는 ‘노지 농사’가 있어요. 둘 다 씨를 뿌리고 꾸준히 가꿔주면 되는데 날씨의 영향을 받고 안 받고 하는 차이점이 있답니다. 요즘에는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시설하우스 농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시설하우스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약점이 있어요. 그래서 농사짓는 많은 분들이 큰 빚을 지고 있기도 합니다.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농사를 해요
Q. 아, 그렇군요. 그럼, 농사를 하실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에요?
A. 뭐 힘을 쓰는 일을 하다보면 다 힘들지만 가장 힘든 것은 힘들게 농사를 했는데 수확물 값이 많이 안나오는 것입니다. 땀 흘려 일하고 좋은 농산물을 수확해서 원하는 값을 받는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Q. 가장 뿌듯할 때나 기쁠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농사는 자식을 키우는 축소판이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네요. 우리 친구가 커서 나중에 아이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아이가 크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해요. 딱 그 마음이에요. 반년동안 열심히 기른 수확물을 거두고 나면 참 뿌듯해요.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게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농부들이 다 같은 생각일 거예요.
Q. 짧은 시간이지만 바쁜데도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 우리 농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렇게 들판에 나와 농부를 만나주어서 아저씨는 더 고마운데요? 좋은 기사 쓰세요. 수고했어요.
잠시 쉴 틈도 없이 일하시는 아저씨께는 너무 미안했지만 친절하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저씨를 인터뷰할 때는 지금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시는 외할아버지께서도 도움을 주셨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농부 아저씨들의 수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농사일을 하신다는 아저씨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안이삭 독자 (송정중앙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