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은 왜 꼬부라졌을까?
이 책을 보자마자 어렸을 때 할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보았던 할미꽃이 기억이 났다. 보라색 꽃인데 하늘을 향해 활짝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처럼 피어있는 꽃 모양이 이상하기만 해서 엄마에게 저 꽃 이름이 뭐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마가 할미꽃이라고 대답해 주셨고 모양도 낮설고 특이한 이름을 가진 할미꽃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 제목이 할미꽃은 왜 꼬부라졌을까?라니 내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잘 설명해줄것만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책은 아니었고 할미꽃, 단풍잎, 수선화, 해바라기, 무궁화, 은방울 꽃 등등 여러가지 꽃들에 관한 옛날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책이다. 그 중에서 할미꽃에 관한 이야기 한가지만 소개하면 그 줄거리는 이렇다. 두명의 손녀를 키우고 있는 가난한 할머니가 있었다. 큰 손녀는 얼굴은 예쁘지만 성격이 못됐고 작은 손녀는 못생겼지만 마음씨가 착했다. 할머니는 두 손녀를 키우기 위해 일을 하느라 허리가 꼬부라져버렸다.
손녀들이 다 자라서 큰 손녀는 이웃마을의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고 작은 손녀는 혼자 남을 할머니를 생각하여 시집을 가지 못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런 작은 손녀를 시집보내기 위해 큰 손녀의 집에 들어가 살았고 작은 손녀는 고개 넘어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가게 되었다.
한편 큰 손녀는 할머니를 너무 많이 구박했고 할머니는 견디다 못해 작은 손녀를 보러가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서게 되었다. 할머니가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갈 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겨우겨우 산을 오르다 쓰러지고 말았다. 그 위로 눈보라가 몰아쳐 할머니는 그대로 얼어죽고 말았는데 이것을 발견한 작은 손녀가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드렸다.
그 다음해 봄에 할머니의 무덤에서 이름모를 꽃이 한 송이 피어났는데 그 꽃의 모양이 자주빛의 조그만 모양에 줄기가 꼬부라지고 힘없이 고개를 축 늘어뜨린 모습이 꼭 할머니를 닮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 꽃을 할미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굴만 예뻐서 부잣집으로 시집간 큰 손녀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자기를 키워준 할머니를 어떻게 구박할 수 있을까?
가난해도 작은 손녀가 그냥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더라면 이런일은 없었을텐데 하고 너무 아쉽기도 하면서 사람은 정말 예쁘고 못생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얼마나 착한가가 중요하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이 할미꽃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고추는 왜 매울까?, 도라지는 왜 깊은 산속에 필까? 해바라기는 왜 해만 쳐다볼까? 같은 궁금증을 옛날 이야기들로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그 야기들이 진짜일지 그냥 지어낸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슬프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옛날 이야기 끝에 조금씩 써있는 과학상식들도 꽤 재미있는 책이다. 이제부터는 꽃들을 볼때마다 그냥 예쁘다거나 겉모습만을 보지 않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공윤환 독자 (명지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