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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창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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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을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저는 초등학교 3학년, 4학년에 재학중인 두 아들을 둔 “아빠” 외교관입니다. 지난 2003년부터 5년간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서 가족들과 함께 해외근무를 하고 지금은 서울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외교관을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종종 외교관은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는 하는데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님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 이후 외교관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도 그 만큼 커졌다고 생각이 됩니다.

옆의 사진을 보면 대형 원형회의장에 아시아인, 백인, 흑인, 중동인 등 얼굴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이 각각 마이크를 앞에 놓고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연단에 서서 당당한 자세로 연설하는 아시아인 한분. 어디 일까요? 유엔 총회가 열리는 대회의장입니다. 연설하시는 분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외교관 반기문 사무총장님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반기문 총장님은 그 이름 하나만으로 세계에서 우리 한국의 국가 높이를 맘껏 올리는 분이 되신거지요.


유엔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세계 각국의 대표가 모여서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협의하고 결정하는 곳입니다. 세계 경제라든지 문화교류 또는 기후 온난화 같은 문제도 있고 전쟁이나 굶주림 문제 등 어렵고 심각한 일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에 모여서 각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바로 외교관들입니다. 그러고 보면 유엔이야말로 세계 모든 외교관들의 총집합소라고 할 수 있겠지요.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하면 외교관이란 나라의 바깥일을 잘하도록 훈련받고 임명받은 바깥일 머슴입니다. 물론 머슴이니까 때로는 밤잠도 모자랄 만큼 부지런해야 하고, 우리 국민이 세계를 누비며 사업하고 유학하고 여행할 때마다 어디서든 어깨피고 당당히 활동할 수 있도록 24시간 깨어있는 자세로 아무리 어려운 일도 군말 없이 해야 합니다. 잘난 척해서도 안 되고, 어리석어도 안 되고 게을리 해서는 더더욱 안 되고, 요령을 피워서도 안 되지요.

우리나라에는 어린이 여러분들이 크면 알겠지만 훌륭한 외교관들이 많았습니다. 강대국 거란의 침략을 외교로 물리친 장군외교관 서희, 임진왜란후 일본에 건너가 잡혀간 수천 명의 우리 백성을 구해온 사명대사, 나라의 운명이 촛불 같던 6.25 전쟁 당시 세계 각국의 대표들에게 한국의 위기를 알린 주미대사 장면 박사 등.... 그리고 오늘의 세계 살림을 맡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


저는 이제 12년차에 접어드는 초보 외교관입니다만 그간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일 중 하나는 바로 반기문 총장님의 선출을 둘러싼 러시아에서의 막후 외교노력이었습니다.


러시아를 상대로 우리 정부는 신중하고 조용한 선거 활동을 하였고, 2006년 4월 반기문 장관님의 모스크바 방문 당시 러시아 외교부장관은 우리 후보의 성실한 면을 부각시키는 등 좋은 느낌과 이미지를 담긴 발언을 수차례 하면서 우호적인 감정을 내비치었습니다.


그러나 경선 막바지까지 러시아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감안, 우리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여 대사관 직원들을 안타깝게 하였으나, 분수령이 되었던 2006년 10월 4차 예비선거 직후 대사관을 통해 공식 지지 입장을 통보해 왔을 때 직원 모두는 한국인 최초 유엔 사무총장의 당선이 임박하였음을 확신하면서 감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벅찬 감동 뒤에는 때로는 깊은 슬픔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저 역시 해외에 봉사를 나왔다가 강도 피해를 당해 목숨을 잃은 젊은이의 시신을 수습할 때도 그랬고, 중앙아시아 작은 나라의 수도에 민란이 발생하여 혼란에 빠진 교민들을 수습하는 일도 쉽지 않았지요. 그리고 곤히 잠들었던 새벽 황급히 걸려온 교민의 전화를 받고 사고 현장으로 뛰쳐나간 일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외교관의 근무시간은 주 7일 하루 24시간이라는 어느 선배 외교관의 말씀이 머리를 스쳐가곤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류 역사상에 기록으로 남을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고 외교관이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리더들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는 일이 많을수록 외교관의 역할은 그만큼 더 확대되고 중요해질 것입니다.


어린이 여러분 가운데 21세기 국제무대에서 냉철한 판단력과 예리한 관찰력, 그리고 탁월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빛낼 미래 외교관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합니다.


< 사진제공 : UN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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