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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 11월 17일

동화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정유진 나누리기자 (용문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88 / 조회수 :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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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

난 눈이 보이지 않는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 눈만 잃은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남자 친구도 잃었고, 친구들도 잃었고, 인생의 전부를 잃었다. 나는 이렇게 하루하루 우울하게 살고있다.

"내가 사라지면 하루는 슬퍼하지만 서서히 기억 속에 묻히는 나겠지? 그래, 그렇게 사라져 가는 거야...영원히."

난 중얼거렸다. 제발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빌었으나, 똑같다. 이 암흑같은 세상. 분명히 숨을 쉬고, 사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길을 걷는 것 같다. 근데 어느날,

"제발 울지 마세요. 제가 대신 울게요. 누나는 웃기만 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밖에 없기에.." 어느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넌, 넌 누구니?"

"전 누나를 알고 있는 남자아이에요. 누나는 옛날이라서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전 알아요. 누나, 혜진이 누나 맞죠?"

"마,맞아. 근데 미안해..난 보이지 않아. 암흑 속이야..흑." 눈물이 다시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누나 울지마요. 누나가 울면 나도 울고 싶어지잖아요. 히힛."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넌, 눈도 보이지 않는 보잘것 없는 내가 짜증나지 않니? 같이 있고 싶지 않고 그렇지 않니?"

"무슨 소리에요, 누나! 전 누나가 정말 좋은데요!" 난 그 아이의 한 마디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아이는 날 좋아한다니, 다행이다. 그래도 날 좋아해주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어서...


"넌 이름이 뭐니?" 내가 상냥하게 물었다.

"난, 형우라고 해요."

"아, 형우...귀여운 이름이구나!"

내가 웃으며 말하자, 살짝 떨리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내가 착각을 한 건가?


"누나, 나 기억 안 나죠?"

"어. 미안. 기억이 안나. 얼굴이라도 보면 나을 텐데. 그렇네..."

난 이런 내가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뜰 수 없다는 운명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혜진이가 다시 형우를 불렀을 때, 형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형우의 마음과 과거-

‘누나. 좋아해 좋아해, 마음속으로만 소리치는 나야...누난 알어? 겉으론 웃어도 누나에게 내 맘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속으로 우는 날...’

형우는 혜진이가 자신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떨구었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 눈물이 메마른 지 오래다. 심장에 비수 꽂힌 듯 혜진이 누나가 남자친구랑 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 때문에 헤어졌다는 것을 알고 너무 아팠다. 누나가 행복해지기를 바랬는데, 운명이 그렇게 순순히 해주지는 않나보다. 하지만 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지켜만 봐야하는 사람이라서 미안해요. 누나가 아플 때 가서 눈물을 닦아주고 싶지만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을 아는 걸요."

형우는 중얼 거렸다. 하지만 누나는 죽고 싶은 심정이고 이대로 죽는 것을 볼 수는 없었기에 다시 혜진이 누나 앞에 나타난 형우였다. 정말 예쁘고 발랄한 누나였는데 지금은 먹지 않은 사람처럼 말랐고, 얼마나 눈물을 흘렸기에 눈은 부어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더 마음이 아픈 형우였다.



그 다음 날, 형우는 다시 나를 찾아왔다.

"누나~ 저 왔어요~ 제가 이번에 웃긴 얘기를 가지고 왔답니다~" 형우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 정말? 뭔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요즘 안 들었더니..."

"어떤 싸움만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었대요. 할아버지가 죽을 때, 난 죽어도 관을 파고 나와서 할멈을 쫓아다닐 거야. 하고 협박했대요. 어느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죠. 관에다가 넣고 무덤을 만들었대요.
어느 날, 어떤 사람이 할머니께 물었대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쫓아다닌다는 데, 무섭지 않아요? 그러자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면서 이랬대요. 내가 그럴 줄 알고 관을 뒤집어 묻었지. 지금 쯤 계속 흙을 파고 있을 거야. 헤헤헷. 웃기지 않아요?"

"하하하하하! 그 할머니 정말 재치있구나! 정말 웃긴데? 또 없니?"

"난 누나가 또 싫어할까봐 한 개 밖에 준비 안 했는데...다음엔 더 많이 준비해올게요."
발랄한 형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요즘은 기분이 한껏 나아졌다.


그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얘는 요즘 혼잣말을 왜 이렇게 잘해? 혼자 웃기도 하고...너 혼자 놀기 비법을 배웠니?"

엄마였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면서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다. 하지만 난 가슴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무슨 소리지? 나 혼잣말을 하다니?


"엥? 엄마, 엄마는 형우가 안 보여? 형우 바로 엄마 옆에 있을 텐데?" 어리둥절한 나였다.

"무슨 소리야. 형우라니. 형우가 어디있어." 딱딱한 엄마의 목소리. 이때는 엄마가 정말 심각했을 때의 목소리이다.


"엄마 형우를 알어? 형우도 날 안다고 했는데, 형우가 누군데? 난 기억이 안나..."

"형우는, 옛날부터 널 좋아하던 동생이었어. 너랑 같이 교통사고 당했잖아. 넌 눈을 잃었지, 형우는 목숨을 잃었어. 형우는 세상에 없다고, 혜진아. 형우가 옛날부터 그렇게 널 따라다녀서 그 교통사고 때도, 널 덜 다치게 할려고 감싸서 넌 눈 밖에 다치지 않은 거야. 너도 형우처럼 저 세상 갈뻔했다고. 형우가 널 찾아왔나보다. 보고 싶어서..."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 그렇구나. 형우가 날 살려서 이 정도..내가 내 삶을 저주하는 게 아니었어. 형우는 더 괴롭고 슬펐을 텐데...근데 왜 형우는 자신이 죽었다고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난 형우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소리쳤다.


"억지로 웃지마! 내 앞에서 씩씩한 척, 강한 척 다 하지마! 정작 내 앞에서 사라지면 우는 바보면서..."

"누나, 나 아직 있어." 형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괜히 목소리를 들으니 미안해진다.

"왜 말 안 했어."

"누나가 지금처럼 미안해 할까봐. 그냥 편하게 지낼려고, 말 안했어. 말한다고 내가 죽은 것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중얼거리는 형우다.

"형우야, 그러면 내 옆에서 그렇게 계속 말동무...해줄거야?" 내가 조심스레 묻자,

"아니, 누나.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 가슴 찢어질 듯 아픈 거였어? 알았다면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너무 늦었나봐. 누나를 내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기엔. 옆에 있으면 더 슬퍼져서 이만 이별을 하는 것이 낫겠어. 나에게도, 누나에게도...안녕."

"아,안돼! 형우야, 가지마! 가지마! 형우야!!!!!!!!!!!!!!!!!!!!!!!!!!!!!!!!"

난 애타게 불렀지만 대답은 없다. 혼만 있었던 형우지만, 눈물이 메말랐던 형우였지만, 바닥에는 형우의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있었다.


"왜 가냐고. 멍청아...너만 안 아프면 다냐, 나도 안 아프면 좋겠는데. 이런 암흑 같은 삶 너무너무 싫은데...니가 와서 잠시나마 행복했던 삶이었는데..."

계속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흐른다. 하지만 이제 나보고 울지말라고 해줄 사람은...없다. 눈물을 닦아주며 웃긴 얘기를 해줄 사람도 없다. 형우는 이제 없으니까...형우는 사라졌으니까....그 순간, 눈이 떠졌다. 눈이 떠..졌다? 그렇다. 세상이 보였다. 내 방이 예전처럼 다시 보였다. 밝게 비추는 해도 보였다. 우리 동네가 보인다. 모든 것이 다시 보인다....

"형우야..?나...눈이 보인다?"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난 이렇게 기적처럼 눈도 뜨고 다시 삶을 되찾았는데, 형우는 나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형우...마지막까지 그 아인 울면서 갔겠지.


"누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재빨리 뒤돌아보자, 형우가 보인다.

"형우...야? 너 살아 있는 거야?" 내가 눈을 껌뻑이며 쳐다보자,


"아니. 그냥 마지막 인사...라고나 할까. 위에서 내가 할 일이 있다고 부르거든. 그래서 내가 누나도 눈을 떴다는 소식도 들었으니까 가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갈려고 내 죽은 몸 다시 빌려달라고 했어."

"형우야, 안 가면 안돼?"

내가 슬쩍 물어보자, 슬픈 눈동자로 쳐다보는 형우. 그래, 쭉 계속 이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겠지. 내가 보지 못한 것일 뿐...


"누나. 내가 없어도 마음의 눈으로 보면돼. 사람들은 눈을 뜨고 욕심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마음의 눈은 사라지지. 하지만 누나는 그동안 계속 마음의 눈을 사용해왔잖아?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내가 다음에는 보일 거야. 눈을 감고, 마음으로 날 생각하면 돼. 그러면 내가 보일 거야."

"에이~그런게 어디있어" 내가 안 믿는 듯한 눈치를 주자,

"정말이야. 한 번 해봐. 나 이제 가야겠다. 안녕."

형우는 그렇게 영원히 사라졌다. 아니, 내 마음속엔 살아있을 것이다. 영원히, 죽을 때까지.



짧은 이야기:

몇년 후, 난 다시 형우가 생각이 났다. 형우가 보고 싶을 땐, 마음의 눈으로 보라고 했지? 난 눈을 감고 형우를 생각했다. 형우의 형상이 그려지고, 형우가 날 향해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난 눈을 뜨고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네...형우야, 니 말이 맞네...마음의 눈으로는 니가 보여...."

정유진 나누리기자 (용문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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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혜
대구대청초등학교 / 5학년
2011-11-03 22:23:04
| 마음의 눈이 정말 소중하네요.
위청비
순천북초등학교 / 6학년
2011-11-04 17:21:49
| 마음의 눈의 제일 소중해요.마음을 곱게 가져야지 좋은 결과를 얻을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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