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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 11월 1일

동화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문소영 기자 (서울서정초등학교 / 4학년)

추천 : 97 / 조회수 : 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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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시험지

유미는 오늘따라 기운이 없어보였다. 왜냐하면 두 달 뒤가 중간고사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유미는 수학학원 보충시간까지 합해서 5시간동안 수업을 받아야만 한다. 유미가 벌써부터 두 달 뒤의 일을 걱정하는 이유는 유미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유미의 어머니는 다음 중간고사에서 유미의 평균 점수가 떨어지면 컴퓨터 사용 금지, 텔레비전 시청 금지, 밖에 나가서 놀기 금지라고 하셨다. 이는 곧 공부만 하라는 무시무시한 벌인 것이다. 그래서 유미는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도 가지 않고 교과서를 예습, 복습, 정리하였다.


솔은이는 유미가 계속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얼른 유미에게 말을 걸었다.


"유미야, 무리 하지 마. 너 이러다 큰일 나겠다."


"솔은아, 너 이 심정 아니? 공부만 해야 되는 끔찍한 벌이 내려졌다고. 평균보다 높아지거나 못해도 평균 점수여야 해."


솔은이는 잠시 생각을 했다. 잠시 뒤, 조금 나쁜 행동이지만 유미한테는 큰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유미야, 만약 평균보다 점수가 떨어지면 내가 그 점수를 지우고 다른 점수로 써줄게. 아니면 100점 맞은 애들 시험지를 잠깐 본다고 하면서 얼른 고치자. 체크표시를 동그라미로 고쳐서 선생님께서 점수 매기신 거에 작대기를 긋고 평균점수로 바꿔줄게. 그것도 안 되면 컨닝 페이퍼를 돌리자."


"근데 작대기 그으면 엄마가 의심하잖아. 컨닝 페이퍼를 돌리면 들키고."


"아니야! 선생님이 잘못 점수 매겼다고 하면 돼. 그리고 우리는 덩치가 크니까 엎드려서 보면 될 거야. 내 짝이 천재 도경이니까 컨닝해서 적으면 되지."


"그렇구나! 솔은아, 고맙다. 넌 역시 내 친구야."


솔은이는 약간 마음에 걸렸다. 도경이한테도 미안했고, 언젠간 들켜서 혼날게 분명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자 급식당번인 솔은이는 손을 씻고 앞치마를 두른 뒤 반찬을 나누어 주었다. 근데 하필이면 유미가 맨 처음으로 밥을 받게 되자 솔은이는 힘이 빠졌다. 왜 유미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정말 후회가 됐다.


솔은이는 급식 배식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유미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반찬을 국통에다가 빠트려버렸다. 대형사고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한솔은, 뭐 하냐."


"한솔은 왜 저래!"


"한솔은, 저 뚱띵이. 살 때문에 음식이 안보였나."


아이들이 비난을 멈추지 않자, 솔은이는 눈물을 왈칵 쏟을 뻔 했다.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국에 빠졌던 반찬을 치운 뒤 급식 실로 가서 다시 국을 받아야만 했다. 근데 또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담임선생님께서 화가 나신 것이다. 솔은이는 뜨끔하였다. 양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솔은! 경고 오늘 3번!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저기 뒤에서 벌서고 오늘 반성문 쓰고 가. 부모님 확인 받고 오고."


반성문에 부모님 확인이라니 최악이었다. 유미는 흰 쪽지를 솔은이에게 건넸다. 내용은 이랬다.


‘괜찮아? 내 생각 때문에 이런 거지? 미안하다.’


솔은이는 쪽지를 주먹에 쥐고 구겨버렸다. 이것은 미안하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너무 속상한 마음에 급식당번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화장실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일은 더욱 커져 버렸고, 아이들은 솔은이가 있는 화장실문 앞에서 악담을 퍼부어댔다.


"야, 한솔은! 너 못됐다. 그런다고 될 일이냐? "


"너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없잖아. 한솔은! 으이구, 뚱땡이."


"야, 너 민우 말대로 살 때문에 안보인거냐?"


여자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솔은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또 흘렀다. 그러다가 학급 회장, 부회장까지 왔는데도 솔은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강제로 문을 열게 했다. 그런데 솔은이는 다 죽어가는 귀신처럼 엎드려 있었다. 솔은이가 쓰러진 것이었다.


"야, 한솔은!"


"솔은아!!"

쓰러진 솔은이를 본 선생님께서 반장에게 얼른 다른 선생님들을 불러오라고 했다. 반장은 황급히 3학년 담임선생님들을 불렀고 선생님은 119에 신고를 했다. 솔은이는 응급실에 실려 갔지만 의사선생님도 솔은이가 쓰러진 원인을 몰랐다. 여하튼 솔은이는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고만 하셨다.


가장 슬퍼했던 건 유미였다. 유미는 지금 울고불고 난리다. 얼굴은 팅팅 붓고, 나 때문이라며 난리를 쳤다. 병원의 간호사선생님 덕분에 겨우 진정한 유미는 솔은이 손을 잡고 잠이 들었다. 반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유미는 저녁때쯤 돌아갔다.


"괜찮겠지."


민아리가 말했다. 아리는 솔은이를 가장 많이 괴롭히고 뒷담화도 많이 했던 아이다. 솔은이가 쓰러진 뒤 아리
는 무척 후회하고 있었고, 물론 병문안도 갔다.


솔은이의 부모님은 3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솔은이는 할머니와 좁은 방 한 칸에서 둘이 살고 있었다. 비린내가 나고 소매가 거의 다 달아가는 옷을 항상 입고 왔다. 아이들은 거지라며 놀렸지만 유미만은 솔은이 곁에 남아주었다. 솔은이 할머니는 여든 한 살에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제 무덤에 갈 나인데 아직 열 살 밖에 안 된 이 손녀는 어찌할고.’라며 항상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었다.


2개월 뒤, 솔은이는 우울증을 극복해내고 다시 학교에 나왔다. 다행히 병원에서 솔은이네를 돕겠다고 하며 교육비를 다 내주었다. 또 집도 다른 곳으로 옮겨주었다. 그 때문인지 솔은이는 완전히 변해있었다. 아이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며 살도 뺐고, 성격도 내성적인 성격에서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며 별명이 ‘한활발’로 바뀌었다. 이제는 좋은 옷도 입고 왔다. 그런데 솔은이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사실은 우리 할머니가 몹쓸 병에 걸리셨는데, 내가 병원에 입원한거 보고 속앓이를 하고 계시다가 5개월 전에 돌아가셨어. 다행히 나를 돌봐주시겠다는 새 부모님을 만나 잘 견딜 수 있었지만 말이야."


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솔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솔은이는 지금 새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늘 그리워하기도 한다. 지금쯤 솔은이의 할머니는 좋은 곳에 가셔서 행복한 솔은이를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할머니께.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할머니의 사랑스러운 손녀 딸, 솔은이예요. 지금 새 부모님과 잘 살고 있지만 할머니가 너무 그리워 항상 편지를 쓰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나마 이게 가장 잘 쓴 것 같아서 이 편지로 읽어드릴게요.저는 이제 유미 말고도 친구가 10명이나 더 생겼어요. 할머니, 천국에서 보셨죠? 저 이제 날씬해졌어요. 할머니가 쓰시던 안경, 연필, 그리고 붓글씨 도구들 이거 다 제 방 금고에 챙겨 놨어요. 할머니 제삿날이 되면 삼촌, 고모, 또 그 외에 다른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과일 사서 무덤 앞에 놔드릴게요. 천국에서 할머니 친구 분들과 맛있게 드세요. 아참,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책도 놔드릴게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거 다 놔드릴게요. 할머니, 사랑해요.’

문소영 기자 (서울서정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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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본촌초등학교 / 4학년
2012-10-06 15:10:04
| 슬픈 이야기네요......
위청비
순천북초등학교 / 6학년
2012-10-07 10:28:39
| 문소영 기자님, 정말 동화 잘 쓰셨네요! 재미있어요. 추천합니다.^^
최윤정
한밭초등학교 / 4학년
2012-10-07 13:29:09
| 조금 슬프네요.
이윤이
대련한국국제학교 / 5학년
2012-10-08 19:43:33
| 슬프네요......
추..천
이승민
천안용암초등학교 / 5학년
2012-10-11 21:33:03
| 감동적이네요.. 추천할게요..
이윤이
대련한국국제학교 / 5학년
2012-10-17 21:15:37
| 너무 슬퍼요.....
양진서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
2012-11-01 21:17:32
| 감동적이면서도 너무 슬픈 이야기네요......
최리아
서울길음초등학교 / 5학년
2012-11-24 22:21:19
| 정말 감동적이에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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