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산신(山神)이니 산군(山君)이라 하여 섬겨 왔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 등 벵골호랑이의 고장에서 '온'이라든가 '왕'이란 말은 원래는 '주인', '영주'란 뜻이지만 또 호랑이를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호랑이(Panthera tigris)의 원래 사는 곳은 시베리아와 만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입니다. 이 지방의 호랑이들은 한 때 한국호랑이, 만주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등으로 각각 불렸지만 실제로는 국경 없이 서로 교류하기 때문에 시베리아호랑이라 부릅니다.
호랑이는 높이뛰기 2m, 멀리뛰기 5∼6m의 번개 같은 힘이 있습니다. 그들이 즐겨 노리는 물소나 큰사슴, 멧돼지 따위라도 그 완강한 앞발이 닿으면 목뼈가 부러집니다. 무시무시한 어금니로 숨통을 끊고 열 발가락 갈고리 같은 발톱으로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립니다. 이러한 동작은 기습적이어서 치고 문 다음 찍는 것이 아니라 거의 동시에 해치웁니다.
배고픈 호랑이는 앉은 자리에서 20㎏정도의 먹이를 쉽게 먹어 치웁니다. 먹고 한숨 자고, 또 먹습니다. 때로는 먹이를 찾아 하룻밤에 80∼90㎞를 헤맵니다. 따라서 겨울에는 300∼400㎢의 생활무대가 있어야 합니다.
사자가 무리를 이루어 초원에 살면서 낮에만 활동하는 데 비해 삼림에 외톨이로 살며 밤에만 활동하는 호랑이는, 새끼를 가질 때인 12∼1월에야 겨우 암수가 같이 만나게 됩니다.
수컷 호랑이는 '아아옹, 아아옹' 하며 저음이지만 여운이 있는 긴 울음소리로 골짜기를 울리며 암컷을 찾아 헤맵니다. 암컷을 찾으러 모여든 수컷들은 치열한 쟁탈전을 벌입니다. 싸움의 결과는 자연 승자와 패자로 갈리게 마련이지만 승자가 암컷과 함께 지내는 기간도 불과 1∼2주일입니다. 교미를 마친 수컷은 다시 고독한 방랑길로 떠납니다. 남은 암컷은 저대로 헤매며 먹이가 될 짐승이 많은 고장을 찾아 양지 바른 바위 동굴에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임신 기간은 105∼113일, 낳을 날이 가까워지면 나뭇잎과 마른 풀을 깔고 2∼4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습니다. 갓 낳은 새끼는 귀엽지만 그들 역시 호랑이 새끼입니다. 몸무게는 불과 1㎏ 정도인 것이 10일 전후에 눈을 뜨고 1개월이 지나면 4㎏으로 자랍니다. 2개월 지나면 어미가 반쯤 죽여서 잡아온 짐승을 죽이는 훈련을 합니다.
7∼9개월 지나면 어미를 따라 밖으로 나가 사냥을 익히고, 이렇게 해서 2년 후에는 버젓이 한 마리의 호랑이로 딴 살림을 합니다. 성숙하기까지는 3년이 걸리고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입니다.
옛날에 꾀 많은 나무꾼이 있었습니다. 그 날도 나무꾼은 숲으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한참 길을 가고 있는데 수풀 속에서 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호랑이가 입을 쩍 벌리며 나타났습니다.
나무꾼은 너무나 무서워 벌벌 떨다가 문득 좋은 꾀가 떠올랐습니다. 나무꾼은 호랑이 앞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형님, 이제야 만나게 되었군요.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시길 오래 전에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간 형님이 돌아오지 않아 죽은 줄 알았는데, 꿈 속에 형님이 나타나 호랑이가 되어 돌아오지 못한다고 하였답니다. 이렇게 형님을 만나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형님!"
나무꾼이 눈물을 흘리며 막힘없이 이야기하자 호랑이는 그 말을 믿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형님, 저와 함께 어머니를 뵈러 가요." 나무꾼은 더욱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아니다.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내가 한 달에 두 번 멧돼지를 잡아다 주마. 내 몫까지 네가 더 잘해 드려라." 그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나무꾼의 집 마당에 멧돼지 한 마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어제 만난 호랑이가 약속을 지킨 것이지요.
그 때부터 한 달에 두 번씩 호랑이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나무꾼은 호랑이의 효성을 생각하며 어머니에게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호랑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숲 속에 간 나무꾼은 꼬리에 삼베 조각을 맨 새끼호랑이들을 보았습니다. 그 새끼호랑이들은 나무꾼이 만났던 호랑이의 새끼였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안 호랑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슬피 울다 며칠 전 죽고 말았던 것 입이지요.
그 사실을 안 나무꾼은 호랑이의 효성에 감동하여 새끼호랑이들을 잘 돌보아 주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