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더하기] 엄마인 나도 타고 싶었던 로봇

평소 로봇에 관심이 많은 성현이는 다른 때보다 이번 동행취재에 많은 노력을 했다. 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로봇과학을 하는데 혹시 될지도 모른다며 그곳에 가져갈 뱀로봇을 미리 만들어오기도 했다.

전화 인터뷰를 할 땐 내가 더 긴장이 되었다. 떨어져 있어 들리지도 않는 수화기에 귀를 쫑끗 세우고 성현이만 보고 있었다. 성현이는 의외로 담담하게 잘 이야기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를 끊은 성현이는 너무 떨렸다며 방방뛰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푸른누리 화면에 성현이의 이름이 뜨자 우리는 너무 놀랐다. 성현이는 마치 김연아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때의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만큼 성현이가 간절히 바랬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해서 우리는 카이스트로 출발하게 되었다.주위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도 했다.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것 같았다. 교문을 들어설 땐 우리도 모르게 ‘캬아~’하며 비명소리가 저절로 나오기도 했다.

약속장소인 N9동 앞에 주차를 하고 앞을 지나는데 HUBO LAB이라는 글씨가 붙여진 단층건물이 보였고 그앞에 오늘 인터뷰를 해주실 오준호 박사님의 차가 지정주차칸에 세워져 있었다. 우리는 그 차 마저도 멋져 보였고 이 차가 어쩌면 로봇으로 변신할지도 모른다며 농담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되어 푸른누리 기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뭐든 처음은 항상 어색한거 같다. 우리 기자들도 그랬다. 하지만 승회어머니께서 서로 인사도 하고 인터뷰 연습도 한번 해 보라며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성현이한테는 아직 많이 쑥쓰러웠나 보다. 처음엔 인사도 잘 못하더니 누나들이랑 형이 먼저 다하고 나니 그제야 씩씩하게 인사했다. 다행이다. 그리곤 각자 준비해온 질문들을 잘도 외우며 얘기했다. 다들 너무 똑똑해 보이고 예뻤다. 경주에서 올라온 하은이, 학교 아나운서답게 목소리가 이쁜 혜윤이, 수줍게 웃으며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예은이, 보기만해도 똑소리나 보이는 승회, 다들 인터뷰에 선정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함께한 시간이 지나고 바로 오준호 박사님을 뵈러 연구실에 들어 갔다. TV에서 뵌 적이 있기는 했지만 막상 뵈니 정말 수수하시고 편안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마치 학교에 자상한 교장선생님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성현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뱀로봇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서 직접 조정도 해보시기도 했다. 그땐 정말 나도 너무 흐뭇했다. 기자들은 정말 의젓하고 침착하게 질문을 참 잘했다. 박사님께서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도 재미있게 답변해 주셨다. 참 자상하셨다.

그렇게 30여분의 인터뷰가 끝나고 드디어 모두가 보고 싶어하던 휴보를 만나러 갔다. 작업실안은 정돈되지 않은 많은 기계들이 있었고 만들어지고 있는 로봇도 몇 개 있었다. 그 한켠에 휴보가 귀엽게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이휴보는 옛날 휴보이고 지금 업그레이드된 새 휴보는 독일에 전시회에 참가(?)중이라고 했다.

그래도 섭섭하지 않았다. 다들 휴보랑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옆에서 다른 분들이 FX-1 로봇을 수리하고 계셨다. 그 로봇은 사람을 태울 수도 있고 짐을 나를 수도 있는 2족로봇이었다. 박사님은 안장을 놓아 기자 한명씩 태워주셨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사실 나도 타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렇게 로봇도 실컷 보고 타보기도 하고 작업실도 둘러보고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진짜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나 로봇과학자가 꿈인 성현이에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성현이는 아직도 흥분이 가라않지 않은 모양이다. 할머니댁에 다녀오는 차안에서 뜬금없이 그런다.
"엄마 내가 참 좋다"
"어? 왜?"
"오준호 박사님도 만나고 휴보도 만나고 그랬잖아."
성현이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운가보다. 너무 흐뭇해한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성현이가 대견스럽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편집진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리고 우리나라 로봇이 세계 정상에 우뚝서는 날이 빨리오길 기원한다. 대한민국 로봇 화이팅!

이은정 학부모(대구구암초 4 김성현 기자 엄마)

이은정 (김성현 기자 학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