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나누리기자 (고창중학교 /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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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책꽂이 한 귀퉁이에 종이들
.
다른 책들이 읽어 달라 소리칠 때
나만의 추억을 감싸 안으며
높은 햇살도 들지 않는 귀퉁이에서
소근소근 자고 있다
.
청소하려 책을 뒤집을 때만 가끔 보이는
저 포근하고 따뜻한 추억들
.
종이 사이로 나풀거리는
그대와의 행복했던 시간과
함께 눌어붙어버린
솜털 같은 먼지들
그들은 마치
새 것을 써가는 내 마음처럼
비워져가는 책 한장 한장 사이를
수북하게 채워주어
그동안의 통(痛)보다는
그 세월의 복(福)을 생각하게 하는 구나
.
절정이 지나
연주도 끝나가는 음악처럼
또 한 귀퉁이에 들어가
소근소근 자고 있다
이원종 나누리기자 (고창중학교 /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