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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웅 (인천양지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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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와 친구들

밤이가 떠났습니다. 그날따라 비가 더 강하게 왔습니다. 장마철도 따듯한 봄도 아닌 한겨울에 비는 참으로 많이 왔습니다. 밤이는 떠났지만, 우리들에게는 밤이와의 지난 추억이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추억은…….

밤이가 우리에게 온 것은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교실이 채 2개밖에 안되는 우리학교에 키가 큰 누런 진돗개를 데리고 왔습니다.
"도시에 갔더니 불쌍하게 숲속에 버려져서 낑낑거리고 있더라, 사냥꾼이 놓은 덫에 걸린거야. 도시사람들은 그게 문제야, 이런 개들도 똑같이 소중한 생명인데 말이야. 쯧쯧." 하고 말씀하시며 운동장 한가운데에 밤이를 놓아주셨습니다.


누렇게 생겼다고 이름을 밤이라고 지어주었는데 녀석은 밤이라는 이름이 마냥 좋은지 ‘밤이야.’라고만 부르면 금세 달려왔습니다. 우리학교는 아주 외지지는 않지만 시골마을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 밤이가 더 좋았던 것같습니다.
마음이 따듯하신 우리반 김수혜 선생님과 1, 2학년 어린 동생들을 가르치시는 이봉구 선생님께서는 산으로 가셨다가, 금세 나무 지게에 숲을 이루고 오시고는 나무 판자 하나하나에 못을 박고 톱질을 해서 밤이의 작은 집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날 수업이 끝나고 상철이와 연신이, 송희, 수민이와 나는 밤이에게로 달려갔습니다.

밤이는 몸이 간지러운듯 몸을 이쪽저쪽 흔들었습니다.
"밤이야!"하고 상철이가 부르자, 밤이는 몸이 간지러운 것도 잊은 채 우리에게로 달려왔습니다. 오늘 처음 본 강아지이지만 어찌나 우리 말을 잘 따르던지 꼭 교장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는 연신이 같았습니다. 우리에게로 달려온 밤이는 우리가 반갑기라도 한 듯 우리 주위를 뱅뱅돌았습니다.
우리는 밤이를 데리고 마을로 나가보았습니다.
"승윤아!, 승윤아!"
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재빨리 대답을 하며 어머니를 돌아보았습니다. 나의 그림자 같은 밤이도 어머니를 쳐다보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친구들과 맛난 것을 사먹으라고 돈을 좀 주셨습니다. 사실 우리집의 가족 형편은 그렇게 넉넉하지 못하지만 나와 내 친구들을 챙겨주시는 어머니를 보면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우리는 먼저 도깨비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달내내 시험공부를 하느라고 별로 시장에 와보지 못한 우리들은 오랜만에 와보는 시장이 반갑기만 했습니다. 밤이는 도시에서는 이런 풍경을 보기 힘들었는지 새로운 풍경에 놀라 신기해하며 멍멍거립니다. 지나가던 아저씨를 붙잡고 흥정하는 멸치집 아줌마, 열심히 마늘을 까고 있는 야채집 아저씨, 생선 물고 도망가는 고양이를 잡느라 정신없는 생선집 아저씨들이 마냥 재미있기만 합니다. 우리는 동물 전문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요즈음 도시에는 많이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우리 도깨비 시장의 별미가 바로 동물 전문점입니다. 동물 전문점에서는 돼지를 산 채로 팔기도 하고 동물들의 먹이도 팔고 먹이감도 팝니다.
"아줌마, 강아지 사료 있어요?"하고 물어보자 아주머니께서는, "애들아 니네가 모르는 모양인데 개들은 말이다, 도시에서 기계로 만든 인공사료보다는 우리 산골에 있는 풀들, 야채들을 먹이는 게 더 건강에 좋고 개도 좋아할꺼야. 너네가 먹는 밥을 주어도 되고."
"음.. 그런가요? 그러면 우리 밤이랑 놀아줄 게 없을까요?"
"밤이가 이 개를 말하는거지? 뭐 부메랑을 물어오게 할 수도 있고 또 공놀이도 할 수 있고 요즈음은 개 옷도 나온단다. 뭐 이 개는 워낙 커서 맞는 게 잊을란지는 모르겠다. 뭐 살꺼니? "
우리 상철이, 연신이, 송희, 수민이, 나는 오랜 생각 끝에 공 하나를 사고 2000원을 냈습니다. 2000원이라면 우리 모두 떡볶이의 떡 10개씩은 먹을 수 있는 큰 돈이지만, 시골에 처음 와 본 밤이를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공을 샀습니다.

도깨비시장 앞문을 가로질러 나갈 쯤에 밤이가 생선집 아줌마의 가자미를 물고 달려서 큰 일이 날 뻔도 했습니다. 요즈음은 가자미철이 아니라 꽤 값이 나가기도 하고 고양이를 파리채로 때려잡느라 정신없던 생선집 아줌마는 단단히 화가 났나 봅니다. 밤이에게 빗자루를 들고 달려갑니다. 아마도 우리가 아니었다면 밤이는 지금 생선 가게에 갇혀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생선집 아줌마께 "죄송합니다. 오늘 시골에 처음 와서 그래요."를 100번정도 외친 끝에 겨우 밤이가 용서가 되었습니다. 밤이 때문에 혼나기는 했어도 밤이가 밉거나 싫지는 않았습니다. 수민이는 오히려 밤이가 더 빠르면 좋았을텐데라는 말투로 아쉬워했습니다.


우리는 도깨비시장을 빠져나온 후 논으로 가보았습니다. 한창 추수할 때라 아저씨와 할아버지들께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연신아, 너내 이번에도 수박 키웠어?"
"당연하지, 우리집은 수박 빼면 시체야. 그래서 해마다 수박을 많이 먹을 수 있어."
"좋겠다. 연신이는......"
"알았어, 다다음주면 우리도 수박 재배가 다 끝날꺼야. 그때쯤 오면 줄께."
"고마워!!!! 정말 고마워!"
우리들 모두가 모처럼 크게 외쳤습니다.
"밤이야, 너도 올꺼지?"
동물박사 송희가 물었습니다. 송희는 집이 강원도에 있다가 여기 전라도로 이사를 와서 동물과 곤충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강원도에는 숲이 많고 동물들과 곤충이 많았다고 자주 말합니다.
"당연히 밤이도 데려가야지~"
"그래, 밤이도 데려가자."
밤이의 멍멍소리는 수박이 무엇인지 궁금한 것처럼 ’수박이 모야?‘하고 계속 외치는 것 같아서 계속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우리고장의 천연기념물 바로 두봉산에 도착했습니다. 두봉산은 간혹 귀신이 나타난다는 무서운 소문도 있지만 노루나 다람쥐 같은 귀여운 동물들이나 머루 같은 산열매들이 많이 있어서 초등학생들은 놀기 좋은 곳입다. 그래서 모처럼 밤이와 신나게 놀려고 밤이를 두봉산에 데리고 왔습니다. ‘두봉산’이라고 쓰인 나무 표지판을 옆으로 치우고 두봉산을 올라갔습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밤이는 가시들을 밟곤했는데 그때마다 "아울~~" 거리는 게 ‘밤이가 혹시 늑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자꾸 밤을 밟던 밤이는 이제는 밤만 봐도 무서운가 봅니다. 이리저리 밤을 피해다녔습니다. 우리는 밤이를 잠시 세워놓고선 조심조심 밤을 까서 밤이 입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밤이는 금세 달려들어 밤송이를 자꾸 발로 밟으며 까려고 했습니다. 밤맛이 밤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거의 다 정상에 올라왔을 때 우리는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다시 산을 내려왔습니다. 심지어 비까지 내려서 우리는 가방을 머리에 올려 비를 막고 밤이는 우리를 방패로 비를 막고 있었습니다. 내려가면서 우리는 계속 밤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밤이가 학교에서 자기는 힘들꺼야. 그러니까 우리 중 누군가가 데려가야 되는데."
"맞아, 누구 집에 데려다 놓지?"
말만 그렇게 하고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그럴만했습니다. 상철이는 집에 고양이를 키우고, 연신이는 닭과 돼지가 있는데다가, 송희네 아버지께서는 어부일을 하셔서 송희도 마당에 놓인 그물 손질을 해서 놀 수 없었고, 수민이네는 할아버지께서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키우지 않는 내가 밤이를 데리고 있기로 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아쉬운 표정이었습니다. 저마다 ‘내가 밤이와 자야 되는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을에 도착하자 우리는 모두 흩어졌고 나와 밤이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처음으로 밤이를 데리고 왔을 때 어머니의 표정은 매우 놀란 것 같았지만 차차 괜찮아지셨습니다. 어머니께선 밖에다 놔두어도 밤이가 잘 잘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내가 끝까지 고집을 부려서 결국에는 방에서 같이 자기로 했습니다. 나는 그날 밤 밤이를 꼭 껴안고 따뜻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류연웅 기자 (인천양지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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