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 기자 (여도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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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학년 때, 우리 학년만 시범적으로 1인 1화분 가꾸기를 해서 목화를 키웠다. 다들 처음 보는 목화를 정성스럽게 키우면서 관찰일지도 쓰고 다 키워서는 전시도 했었는데 그 결과가 좋았다. 그래서 올해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1인 1화분 가꾸기를 확대 실시하였다.
3학년은 오이고추, 4학년은 강낭콩, 5학년은 목화, 6학년은 가지를 길러 여름방학 전 각 학년 복도에 정성껏 키운 화분들을 전시해놓았다. 그런데 전시할 때는 정말 뿌듯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기자는 6학년이어서 가지모종을, 동생은 3학년이어서 오이고추 모종을 엄마와 함께 씨앗가게에서 사다 화분에 심었다. 그리고는 열심히 물을 주고 길러보았다. 기자의 가지는 쑥쑥 자라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쑥쑥이’라고 짓고, 동생의 오이고추는 ‘튼튼이’라고 이름 지었다.하지만 며칠 안 돼서 ‘쑥쑥이’와 ‘튼튼이’는 주택인 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이 아파트다보니, 햇빛과 자연바람을 많이 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댁은 주택이고 농사를 지으셔서 식물들의 상태를 잘 아셨기 때문에 ‘쑥쑥이’와 ‘튼튼이’가 자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쑥쑥이’와 ‘튼튼이’는 바뀐 환경에서 더 잘 적응하였고 잘 컸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한 번씩 직접 만든 친환경 거름을 주셨고 우리도 날마다 가서 물을 주고 얼마나 자랐는지 관찰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쑥쑥이’는 잎과 줄기의 까슬까슬한 작은 가시들 사이로 기자가 좋아하는 색인 연 보라빛 꽃을 피워냈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며칠 지나자 아름다운 ‘쑥쑥이’의 꽃이 갈색으로 시들어 버렸다. 나는 ‘쑥쑥이’가 죽은 줄 알고 엄청 걱정이 되어 식물 박사인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더니 할아버지께서 ‘쑥쑥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가지를 만들기 위해 꽃이 시든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며칠 뒤,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시든 꽃이 있던 자리에 작고 귀여운 아기가지가 고개를 내민다 싶더니 어느새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큰 가지로 자란 것이다. 동생의 오이고추 또한 작고 예쁜 하얀 꽃이 여러 개 피었다가 지더니, 그 자리에 아기 고추가 생겨 이내 따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
다 큰 가지와 오이를 동생과 기자가 조심스럽게 따서, 가지는 엄마께서 쪄서 나물을 만들어주셨다. 오이고추는 깨끗이 씻어 된장과 함께 식탁에 놓았는데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고소한 참기름에 무친 가지나물과 된장에 꾹 찍어 한 입 먹었을 때 입 안에서 씹히는 오이고추의 아삭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사서 먹는 것하고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맛있었다.
이렇게 올 여름 우리 집 식탁엔 오이고추와 가지로 만든 요리들이 올라왔다. 그때마다 동생과 기자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음식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덕분에 약간의 편식 습관도 완전히 사라졌다. 건강의 시작은 바른 먹거리에서부터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1인 1화분 가꾸기를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 집 베란다 한쪽엔 부추가 자라고 있다. 내년엔 상추랑 깻잎 등을 더 심어 우리가족의 먹거리를 우리 손으로 직접 키워볼 생각이다.
맛있는 먹거리를 손수 길러볼 수 있는 기회를 준 학교에서의 1인 1화분 가꾸기, 푸른누리 가족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체험을 통해 우리 푸른누리 가족들의 밥상이 건강한 밥상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기자와 기자의 동생은 어김없이 할머니 댁으로 ‘튼튼이’와 ‘쑥쑥이’를 보러간다.
김미진 기자 (여도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