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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3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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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임 독자 (영덕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289 / 조회수 : 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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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호랑이 이야기


안녕, 얘들아? 만나서 반가워. 난 호랑이야. 깊은 산속에 살고 있지. 2010년 호랑이 해가 다가왔어. 경인년이라서 그런지 우리 마을은 지금 한창 잔치준비중이야. 호랑이해라 모두 들떠있거든. 음식도 많이 장만 하고, 털도 반지르르 하게 빗으면서 몸단장도 하고 보금자리도 새로 폭신하게 만들고 있어. 우리 집도 곧 새 단장을 마치는데 빨리 새 집에 들어가고 싶어. 새집에 기분 좋은 일이 하나 더 있어. 나는 돌연변이 백 호랑이거든. 그런데 올 2010년은 백 호랑이의 해라고 하지 뭐야? 그래서 다른 호랑이들도 나에게 잘해주고 있어서 많이 기대돼. 그동안은 나만 다른게 너무 싫었는데 특별하게 대해주니 자신감이 생겼어. 아, 그리고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호랑이를 못되거나, 미련한 동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는 말아줘. 그건 순전히 오해라구. 예를 들어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우리 할머니가 겪은 괴로움도 얼마나 큰데.


엄마를 할머니가 잡아먹었다고 그러는데 정말 억울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라니, 정말 말도 안돼!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는 떡을 먹지 않아. 토끼라면 몰라도. 산에서 만난 엄마 떡 광주리가 너무 무거워 보여 들어 주려고 했는데 엄마가 약간 무섭게 생기셨던 할머니를 보고 그냥 쓰러진 거야. 할머니는, 정말 털끝하나 안 건드렸다고. 우리가 사납게 생긴게 죄라면 죄지. 충격으로 오누이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말야.


착한 우리 할머니께서는 엄마를 기다릴 오누이가 걱정이 돼서 엄마 옷을 입고 아이들을 보살피러 갔다가 고맙다는 말을 듣긴 커녕 썩은 동아줄 잡고 떨어진 걸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니까.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또 곰과 동굴에서 100일을 버틸 때도 그래. 그건 처음부터 곰에게 유리했어. 곰은 원래 쑥이나 마늘을 먹을 줄 아는데다가 동굴에서 겨울잠을 자니 배고프면 잠이라도 자면 되잖아. 우리 호랑이들은 원래 육식인데다가 겨울잠도 안자니 불리하단 말이야! 너희들은 잡식동물이면서도 고기를 안 먹으면 어지럽다는 둥 영양이 부실하다면서 고기를 먹잖아. 그런데 나는 원래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마늘과 쑥이라니! 그것도 100일 동안이나. 그건 참을성 문제가 아니라 본능이라고. 그러니 호랑이를 의지박약으로 보는 건 억울해. 우리는 용맹스럽고 기상이 넘친 다는 걸 알아줘.


며칠 전 , 첫눈이 마악 내린 아침, 난 눈을 비비면서 비몽사몽 냇가로 왔지. 목이 너무 말랐거든. (아, 호랑이가 무슨 잠이 그렇게 많냐고 따지진 말아줘. 난 아직 아기호랑이니까.)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정신이 좀 들어오는 것 같더라. 그래서 아침 산책겸 산 중턱까지 내려갔어. 아침사냥을 해오면 엄마도 날 칭찬해 주시겠지? 아마 인간들도 새해맞이 축제를 하나봐, 흥겨운 음악소리와 맛있는 냄새가 많이 풍겨왔어. 그런데 갑자기 웬 꼬마가 막 울어대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웬 아이 울음소리?’ 그 아이는 엄마에게 마구 떼를 쓰고 있더라구. "싫어! 싫어!" "자, 이제 그만 . 흥겨운 설날에 저 아이는 뭐가 못 마땅한거지? 어서 잔치를 즐겨도 모자랄 판인데 말이야. 계속 떼를 쓰자 엄마가 엄하게 말했어. " 경인년 호랑이 할아버지가 어흥! 하고 잡아간다. " "거짓말! 호랑이는 무슨 호랑이 모두 동물원에 있어! 하나도 안 무섭다, 뭐. " 계속 듣고 있던 나는 슬그머니 화가 났어. 아니, 그렇다면 나는 뭐야? 종이호랑이도 아니고 존재감 없어진 나는 아이에게 슬쩍 다가갔지. 엄마는 계속 아이를 달랬어. "그만 좀 울어~" " 싫어!!" " 그럼, 곶감은?" " 필요 없어, 곶감 따위!" 정말이지 까무러칠 일이였어.

곶감 따위라니! 그 무서운 곶감이 하나도 무섭지 않단 말이야? 할아버지가 곶감보고 줄행랑친 이후로 우리 모두 자나 깨나 조심하는 게 곶감인데 저 작은아이가 곶감보다도 힘이 센 건가? 순간, 마지막으로 엄마가 던진 한 마디에 나는 온몸이 굳어버렸어. " 아 이 스 크 림 !" 그 한마디에 그 꼬마는 바로 움직였어.

나는 깜짝 놀랐지. ‘아이스크림은 대체 뭐지? 곶감만큼 무서운 건가?’ 그래, 우리 조상께선 모르는 게 하나 있었던 거야. 곶감보다도 더 무서운 게 있다는 걸. 난 정신이 없었어. 어서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거든. 아이스크림 이란 것이 날 찾아내기 전에 빨리 흥겨운 잔치가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호랑이 마을로 어서 돌아가고 싶었지. 하지만 발바닥이 붙어서 떨어지질 않더라고. 왜 있잖아? 겁나면 몸이 말을 듣지 않잖아. 하필이면 때 마침 나와 눈이 마주친 꼬마가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고 나도 덩달아 크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지.

그 순간! 뭔가가 날 덥썩 안는 거야! 난 아이스크림이란 걸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걸음아 날 살려라, 마구 뛰었지. 비명소리, 꽹과리 소리, 노랫소리, 별별 시끄럽고 요란한 소리가 차츰 멀어졌지. 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꿈이길 바랬어. 그저 잠깐 물을 마시고 사냥이나 할까 했는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꼬인 건지! 호랑이들의 흥겨운 새해 잔치와 엄마 품이 너무 그리웠어. 아, 아이스크림만 만나지 않았더라도! 계속해서 뛰다보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눈은 빙글빙글, 정신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을 무렵 아이스크림 이란 녀석 은 "아이쿠!" 라는 소리를 내며 내 등에서 떨어져 나갔지.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재빨리 우리 마을로 바람처럼 돌아갔어. 내 모험담을 들려주고 아이스크림 또한 조심하라고 알려주었어. 그 덕분에 나는 용감하고 또 용감한 백호가 되었지. 하지만 이건 너희에게만 알려주는 건데, 사실은 난 칭찬을 받더라도 두 번 다시는 산 밑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 그때 그 꼬마가 날 보고 놀라 죽기라도 했으면, 난 죄책감에 너무 괴로웠을 거야. 난 깊은 숲속에서 다시 나가고 싶지 않아. 어차피 사람들은 호랑이가 숲에 산다고 믿지도 않아. 내 꿈은 장차 가장 빠르고 멋진 호랑이가 돼서 백두대간을 지키는 거야. 삼천리 화려강산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게 지킬 거야. 자, 이제 내 얘기는 끝났어. 아함, 오랜만에 너무 말을 많이 하니까 피곤한 걸? 난 이제 좀 자러 가야겠어. 그럼 너희도 안녕, 조심해서 내려가. 아이스크림 에게 잡히지 말고. 알았지? 그럼 잘가.


* 할아버지의 일기*1월 1일 금요일

오늘은 새해라서 동네 사람들과 잔치를 벌였다. 자식들과 손자들도 오랜만에 서울에서 내려왔다 모구들 효자뒀다고 부러워하니 기분이 흐믓했다. 잔치 준비로 한창 바쁠때 손자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웬걸 호랑이 탈을 쓴 녀석이 손자를 겁주고 있었다. 호랑이 탈춤을 추며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라고 했더니 손자를 놀래키다니, 약간 못마땅하 해서 장난삼아 그 녀석 등에 훌쩍 올라탔다. 순간 엄청나게 큰 호랑이 소리가 들렸다.
‘어, 꽤 실감나는데? 속력은 왜 이렇게 빨라. 그런데 내가 준비한 호랑이 탈이 이렇게 생겼었나? ’ 난 곧 깨달았다. 탈을 쓰기로 했던 사람 둘이서 얼이 빠진 모습으로 날 보고 있고 사람들은 혼비백산 놀란얼굴로 날 쳐다봤어. 이 녀석은 진짜 호랑이였다! ‘하지만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호랑이가 마을에서 사라진지 이미 오래인데.
요즘에는 호랑이들은 동물원에나 있는데, 그럼 혹시 가짜인가?’ 그런 생각 중에도 호랑이는 자꾸자꾸 달려서 어느새 숲속 깊은 곳에 이르렀지. 어, 그런데 여긴 마을 터줏대감인 나도 모르는 곳 이었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져 스르르 미끄러 떨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호랑이는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마을로 내려왔다. 호랑이를 탄 용감한 분‘으로 더더욱 존경받는 마을 터줏대감이 되었고 곧잘 내게 장난치던 꼬마아이들도 더 이상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아무리 존경을 받아도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자칫해서 잡아먹힐 수도 있었을 뿐더러 호랑이는 우리문화를 상징하는 동물인데, 괜히 나 때문에 놀라거나 도망가서 큰일이라도 났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된다. 게다가 백호라니, 아직까지도 꿈을 꾼 듯하다. 60년 만에 백호의 해가 돌아온데다가 백호의 해 첫날에 백호를 만나서 등에 타다니. 올 해는 희망찬 1년이 될 듯한 느낌이 든다.

장형임 독자 (영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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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은
2010-07-09 11:12:57
|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전현환
2010-07-26 20:47:19
|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도 호랑이를 직접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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