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린 독자 (서울잠전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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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장애인 학교의 선생님이시다. 4월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 달이기도 해서, 아빠께 부탁을 하여 아빠 학교 학생들의 1일 도우미가 되기로 했다.
나는 아빠가 근무하시는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한국육영학교에 찾아갔다. 한국육영학교는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초원이 다리는 끝내줘요." 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이 다녔던 학교이다. 이 학교는 정서장애아를 대상으로 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자폐증을 가지고 있고,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 및 졸업반 학생의 직업전공까지 지도를 하고 있다.
장애인 친구들을 도와주는 1일 도우미가 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사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두려움 반, 떨림 반이었다.
내가 함께 할 반은 샛별반이었다. 샛별반은 유치원생 동생들이 있는 반이다. 샛별반 인원수는 총 2명이고 둘 다 자폐증을 가진 7살 남자아이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은 의사표현이 부족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데 하루를 함께 하면서 아이들의 낯설었던 모습도 익숙해질 수 있었다.
나는 샛별반에서 선생님을 도와 동생들을 챙겨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어서 옷을 입힐 때나 신발을 신겨 줄 때가 제일 힘들었다.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못 하고 산만하게 돌아 다녔다.
수업중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도 있었는데 내 생각에는 아이들이 인라인을 타다가 넘어지고 못 탈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 정반대로 혼자서 균형을 잡으며 인라인을 능숙하게 잘 타고 다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나는 인라인을 탈 때 넘어지기 일쑤이고 제대로 타지도 못 한다. 순간 장애인이기때문에 못 탈 거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인라인을 타는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왔다. 점심을 먹을 때 한 아이는 옆에서 먹여주어야만 했고, 옷에 흘릴 때마다 나는 물티슈로 닦아 주었다. 아이들의 식사가 마치고서야 내 식사 차례가 돌아왔는데 너무 열심히 일해서인지 배고프고 힘들어서 밥을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먹으니까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특별한 동생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가 어색했고, 아이들은 나를 무관심하게 대했지만 오후가 되어 헤어질 때쯤에는 아이들도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잘 따랐다. 몇 시간 같이 있지 못 해서 하교하는 아이들과 금방 헤어지는 것이 서운했지만 다음에는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학교에 오기 전에는 막연하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무섭기만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동생들을 도와주고 나서 장애인들도 우리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생이며 내가 했던 생각들이 모두 편견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또한 누구나 살아가면서 장애를 가질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게 되었든, 나중에 장애를 가지게 되었든, 장애를 가진 것은 조금 불편할 뿐이지 나쁘거나 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색안경과 선입견을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 한다.
이예린 독자 (서울잠전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