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청비 기자 (순천북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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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 다녀 왔습니다".인사를 하고나니
멍!멍!멍! 하루도 빠짐없이 나만보면 대문 앞까지 나와서 꼬리를 흔들며 짓어대던 흰둥이가 보이지질 않습니다.
신발을 벗지도 않은채 책가방을 마루에 급히 내려 놓고 감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흰둥이 집을 둘러 봅니다.
"어! 이녀석이 어딜갔지? "
학교에 갔다 오면 항상 신발을 못벗을 정도로 귀찮게 하던 녀석이 보이질 않네 ...
엄마에게 흰둥이가 안보이는데 어딜 갔는지 물어도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마루에 앉아 숙제를 하면서도 눈과 귀는 마당에 있는 감나무 아래 흰둥이 집을 향합니다.
"이 녀석이 도대체 어딜 간거야?" 조금씩 걱정이 되길 시작 합니다
아빠가 오시고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데 아무도 흰둥이가 한번도 안보였다고 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낚지볶음 반찬이 나왔는데 오늘따라 맛이 없어서 먹는둥 마는둥 수저와 젓가락을 내려놓고 흰둥이 집에 가 보았습니다.
밥그릇도 그대로 있고 늘 입에 물고 다니던 테니스공도 바닥에 그대로 있습니다.
이녀석이 자주 발로 파헤치던 화단을 둘러보아도 보이질 않고 대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아도 흰둥이의 모습은 보이질 않습니다.
"이제 양치질하고 나머지 숙제 끝내고 빨리 자야지!" 엄마께서 성화 십니다.
책가방까지 정리를 다하고 자리에 누웠는 데 꼬리를 흔들며 내 바지 끝자락을 아프지 않게 물어뜯는 흰둥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잠이오질 않습니다.
며칠 전 마당 여기 저기에 심어 놓았던 고구마 줄기를 발로 마구 파헤쳐 엉망으로 만들어 놔서 엄마가 마구 소리를 치고 나무라서 집을 나갔나?
내 신발을 물고가서 흰둥이 집 앞에 갔다 놓아 머리를 한번 쥐어 박아서 그러나? 아니면 흰둥이가 밥을 먹고있는 데 물총으로 장난을 쳐서 집을 나갔나?
아니면 누가 흰둥이를 우리 몰래 잡아 갔을까? 여러가지 생각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왜! 흰둥이에게 잘해준건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고 혼냈던 것만 생각이 날까?
괜히 흰둥이에게 미안한 마음만 듭니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아침 먹어야지!"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마자 흰둥이 집 앞으로 달려가 봅니다.
흰둥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자꾸 흰둥이 생각만 납니다.
선생님께 인사를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매일 오가는 길인데 재미도 없고 뭔가 허전합니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엄마에게 "흰둥이 들어왔어요?" 물으니 엄마께서 말씀을 안하십니다.
이제 걱정이 더 됩니다. 누가 몰래 데려가서 다른곳에서 기르고 있을까?
집밖을 나갔는데 집을 못 찾아 오는걸까?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듭니다.
저녁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고 숙제도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내일 비가 온다는데 걱정입니다.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자려고 노력을 하지만 머리속에서는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합니다.
후두둑.후두둑 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눈이 떠집니다.
엄마랑 아빠는 아직 주무시고 계시나 봅니다. 창문으로 밖을 보니 비가 많이 내립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득득득 뭔가를 긁는 소리가 납니다.
내가 잘못 들었겠지.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계속 득득득 긁는 소리가 납니다.
혹시나 싶어 대문쪽으로 걸어가 보니 밖에서 나는 소리 입니다.
조금은 무서웠지만 대문을 살짝 열어 보았습니다. 세상에나 이럴수가!
흰둥이가 비에 흠뻑 젖었는데 흰털이 회색으로 변하고 몸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날 보더니 꼬리를 조금 흔들지만 몸을 떨고 있습니다.
"엄마! 흰둥이가 왔어요!"
엄마와 아빠가 나와 보시더니 흰둥이를 보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비를 많이 맞아 탈진한 것 같다고 하십니다.
엄마 아빠께서 흰둥이를 수건으로 딱아주시고 밥을 주자 흰둥이는 우리를 본체 만체하고 밥을 허겁지겁 먹습니다.
어디서 뭘했길래 온 몸은 때가 찌들고 굶어서 배는 홀쭉했을까?
이유는 궁금했지만 흰둥이가 집에 돌아 온 것만해도 기쁘고 대견합니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말을 시켜보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쉴 수 있게 그냥 두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학교를 가는데 흰둥이가 다른 때 같이 뛰어 나와서 내 바지를 물고 늘어지지도 않고 졸졸졸 뒤따라 오지도 않습니다. 그냥 잠을 자나 봅니다.
학교 가는길에 생각을 해봅니다.
이따 집에 오면 다른 때 같이 멍멍멍 짓으며 꼬리를 흔들고 내 바지를 물어 뜯어도 이제 머리를 쥐어박지 말아야지.
마당을 파헤쳐도 혼내지 않고, 흰둥이가 밥먹을 때는 물총으로 쏘지 않아야 겠습니다.
흰둥아!
학교 끝나고 집에갈 때까지 힘내고 있어! 알았지!
위청비 기자 (순천북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