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나누리기자 (서울오륜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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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 즉 낮에 보이는 것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간이면 세상은 온통 시끌벅적하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물들이 깨어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세상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현주라는 아이의 기관들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밤에 깨어나죠. 그리고 서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답니다. 알람이 울릴 때까지 말이에요. 그 날 밤도 여지없이 기관들이 깨어나 수다를 떨기 시작했어요.
"아함~ 피곤해. 낮에도 항상 깨어있는게 괴로운데, 밤에도 잠 한 숨 못 자고 천한 너희들과 입을 맞춰주어야한다니!"
"뭐야? 눈, 당장 사과해! 너가 나보다 잘난 점이 뭐가 있다고 자랑이야?"
"생각해 봐. 내가 없다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도 없지. 그리고 보지를 못해서 현주가 계속 넘어질테고, 너희는 크게 다칠걸?"
"체, 내가 없으면 어떻고? 내가 없으면 너희는 아무데도 갈 수가 없어.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세상만을 겪으며 살아야할 걸?"
"눈, 다리, 너무 잘난 척하지마. 너희가 없어도 충분히 기계로 살아갈 수 있거든. 나, 귀야말로 가장 중요하지. 내가 없으면 아름다운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듣지를 못하니 너희가 올바르지 못하게 다닐 수 있거든."
"흥, 다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나 발만큼은 못할 거야. 다리가 있어도 내가 없으면 걷지를 못하거든! 근데 왜 저리 자랑하는지 모르겠어."
"야 발, 그래도 너보다는 내가 깨끗해. 넌 발냄새 나잖아."
"뭐야? 다리 너 당장 그 말 취소해!"
"모두 조용히 해! 나 머리카락만큼 아름답고도 중요한 부분이 또 있을까? 현주는 하루에 무려 두 번씩이나 목욕시켜줘서 난 제일 깨끗하지. 그리고 현주가 예쁜 데에 한몫 하지! 나처럼 예쁘고 찰랑거리는 머릿결 좋은 머리카락 봤니?"
"푸하핫, 너가 가장 중요하고 깨끗하다고? 너가 없어도 현주는 사는 데에 아무 지장 없거든. 그리고 나 눈이 13년 동안 본 것 중에 너처럼 더러운 애 처음 봤어!"
"뭐...뭐라고! 정말 너무해!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
그 때, 옥신각신하는 소리에 짜증이 난 뇌와 심장이 끼어들었습니다.
"아유, 좀 조용히 해! 너희들이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나 뇌 정도는 되야지. 내가 없으면 너희는 아무것도 작동이 안돼."
"쳇, 웃기시네! 내가 없으면 너희는 모두 살아있지도 않아! 내가 생명을 좌지우지하는데, 불만 있어?"
뇌와 심장이 나서자, 다른 기관들은 작아지고 조용해졌습니다. 웬지 뇌와 심장이 자기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기관들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기관(?)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배꼽이었죠. 배꼽은 가만히 얘기를 듣다가 힘주어 말했습니다.
"내 생각에는 더 중요한 기관은 없고 모두 하나같이 똑같이 중요한 것 같은데? 그런데 그 중 하나를 뽑으라면 웬지 내가 뽑혀야 할 것 같애."
모두 배꼽을 쳐다보았습니다. 배꼽은 항상 말이 없어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기관들도 배꼽을 신경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파격적인 말을 하니 건방지기도 하고 놀랍기도 할 수밖에요. 다른 기관들은 분노에 차서 배꼽에게 화살을 날렸습니다.
"야, 배꼽! 작은 원밖에 안 되는 게 뭐가 우리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니?"
"그러게. 너는 지금까지 현주에게 해준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나 이렇게 배꼽을 비난하던 모든 기관들은 배꼽의 다음 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헛기침만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아무리 지금 너희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현주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너희는 모두 쓸모없는 것들이 되었을거야. 그리고 나는 현주가 태어나기 전까지 생명줄 역할을 한 탯줄의 남은 잔해란다. 그럼 내가 없었다면 탯줄은 현주와 연결되지도 못했을 거고, 그럼 현주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지 않았겠니?
김예지 나누리기자 (서울오륜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