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지 나누리기자 (서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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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설날이 되면 우리 가족은 이른 아침 큰댁으로 향했다. 차례는 본래 아침해가 뜨지 않을 무렵부터 지내는 것으로, 이는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아온다는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새해 아침 일찍 일어나 조상님께 더욱 부지런히 한 해를 살겠다는 다짐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설날 차례상의 음식은 여느 제사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밥과 국 대신 떡국이 올라간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제사나 차례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의례도 중요하지만 이를 준비하기 위해 온가족이 함께 모여 일하는 시간들도 참 소중하다 것이다.
제사상의 격식이 때로는 어렵고 낯설기도 하지만 오래 전부터 조상님들께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의미를 부여해 놓으신 부분들이 지금 현대 사회에 있어서도 늘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하는 중요한 교훈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삼색나물
초록의 시금치는 잎을 의미하여 자식을, 나무색의 고사리는 줄기의 의미로 부모를, 흰색의 도라지는 뿌리를 의미하는 조상을 뜻한다. 대대손손 한 자리에 모여 화합한다는 깊은 뜻이라고 하니 얼마나 오묘한가! 이때 마늘은 귀신을 쫓는다 하여 넣지 않는다. 명절이 지나고 남은 나물은 참기름 넣어 비빔밥으로도 영양만점이다. 우리집에서는 도라지 나물대신 무나물을 준비한다.
▷전
석잔의 술을 올릴 때마다 바닷고기인 어적, 네발 짐승인 육적, 두부나 갖가지 야채꽂이로 만든 야채적을 올려 자연이 내린 음식을 골고루 맛보인다는 의미를 갖는다. 전의 가짓수는 홀수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집에서는 고기전(일명 동그랑땡), 생선전, 꼬치전, 녹두전, 그리고 두부를 부쳐 상에 올린다.
▷삼색실과
대추는 태양이 속해 있는 은하계의 모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자손번창의 의미가 있으며 특히 왕이 될만한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밤은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뜻하며 자신의 근본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특히 밤은 3개가 한 송이에 들어 있어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을 의미하여 정승이 나오기를 바라는 뜻이 있으며, 감은 씨가 여섯 개라 육조판서를 의미하는 것이란다. 감이 나오지 않는 계절에도 곶감을 올리는데 이는 감시에서 자란 고욤나무가 3-4년쯤 자라 감나무와 접붙여야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사람도 아픔을 딛고 진정한 인격체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숨어있다고 한다.
▷조기
조기는 서해안에서 나는 대표적인 어물이고 예전부터 생선의 으뜸으로 생각되어져 왔기 때문에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제수 품목으로 여겨져 왔다. 차례상에는 특히 붉은 살 생선과 “치”가 들어가는 생선은 쓰지 않는다.
▷떡국
설날에는 밥과 탕 대신 특별히 떡국을 올리는데 이는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둥근 태양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떡을 둥근 동전같이 썰어 일년 동안 부족함이 없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차례상에는 사과, 배 등 과일을 윗부분을 잘라 놓고, 불고기와 수육도 올리고 시루떡과 약식도 올린다. 언제나 제사상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서면 마음이 경건해지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듯하다. 제사 때마다 함께 하던 큰할머니께서도 이젠 저쪽에 계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며 눈물이 살짝 고이기도 하였다.
올 한 해도 건강하고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특히 중학생으로서 첫 시작을 하는 시간이기에 더 새롭다!
신윤지 나누리기자 (서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