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안재현, 북경에 가다
난생 처음으로 새벽 4시에 잠을 깼다. 아침마다 깨워야 일어나는 안재현 인생 13년에 이런 놀라운 일이 있냐며 엄마가 깜짝 놀랐다. 평생에 한번 있다는 초등학교 졸업 여행 날이기 때문이다. 깜깜한 어둠을 뚫고 버스에 오르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중국 북경에서 앞으로 3박4일 동안 펼쳐질 흥미진진한 여행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니하오.” “셰셰” 웃으며 말을 걸어보지만 북경 시민들은 표정이 없다. 중국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개방의 물결이 일지만 아직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것 같다. 민주화 운동인 천안문 사태로 유명한 천안문 광장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금성의 멋진 자태도 기억에 남는다. 왕부정 거리에서 중국어 선생님께 배운 대로 50%흥정을 하며 쇼핑을 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서커스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아이를 두 명이상 낳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부모들은 한 자녀만 호적에 올리고 나머지는 호적에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히 호적에 오르지 못한 자녀들은 취직도 할 수 없고 사회 활동도 할 수 없다. 호적에 오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열심히 돈을 벌어 부모가 내지 못한 벌금을 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가 서커스 단원이 되는 것이다. 1년 6개월 동안 서커스 단원으로 공연을 하면 호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낮은 출산율 때문에 출산장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같은 시대를 사는 중국인들은 자녀를 낳을 때마다 벌금을 내야 한다. 내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벌금을 물리는 세상을 제일 먼저 바꾸어 놓을 것이다. 멋진 서커스를 보면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드디어 The Great Wall,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군사시설 만리장성에 오르는 날이다. 진시황이 북쪽 흉노족의 침입에 대항하여 쌓기 시작했다. 이후 명대에 이르러 완성된 대성벽, 30만 이상의 백성과 죄수들이 10년 이상을 흙을 쌓고 돌을 나르며 만들었다는 역사적 장소이다. 케이블카를 타서 많이 걷지는 않았지만, 용경협의 용의 입으로 들어가서 꼬리로 나오는 길고도 긴 용 모양 에스컬레이터에서 너무 오래 서 있었던 데다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다리가 엄청 아팠다. 소림사 무술관에서 무술체험을 하다 우리 반 여학생 임예림의 뛰어난 무술 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임예림은 앞으로 불려나가 시범까지 보였다.
셋째 날, 북경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이화원이다. 중국 황실의 여름 별궁이자 최대 규모의 황실 정원으로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중국은 정말 곳곳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서태후가 이곳에 들인 재건비용 때문에 청나라가 1894년 청·일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들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이화원에서 서태후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를 들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서태후 초상화에 그려있는 열 손가락에 달린 침들이 있다. 서태후가 식사를 할 때에 독이 들었는지를 찍어서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서태후는 머리를 써서 궁녀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환관을 매수해 황제와 대면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황제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노래를 했지만 황제의 눈에 들지 못했다. 그러자 황제 앞에서 다른 궁녀들은 읽지 않는 역사책을 읽어 환심을 샀다고 한다. 정말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 머리를 좋은 곳에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불타는 야망으로 권력을 쟁취하고 독재를 휘두른 서태후는 예카트리나 2세를 닮은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아직은 안타까운 중국의 현실을 보았고, 거대한 중국 대륙의 역사도 보았다. 세상을 위해 내가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사랑하는 담임선생님과 6학년 1반 친구들과 함께 평생 간직할 우정과 추억을 쌓았다. 우리가 함께한 이 시간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안재현 나누리기자 (소화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