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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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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교장(안양신기초)

추천 : 48 / 조회수 :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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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열매가 이룬 섬마을 아이들의 꿈

1978년 3월 1일 나는 대한민국의 서남쪽 끝과 제주도의 중간지점에 있는 독거도라는 섬에서 3년이라는 세월 동안 부부 교사를 하며 신혼생활을 하였다. 내가 원하여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부임하였지만 섬 생활이 너무 힘들어 교사를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에 갈등을 느끼고 있는 초여름 어느 날 저녁때 일이다.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에 밖에 나가 보니 검정 비닐봉지를 내밀고는 내가 받자마자 모두들 멀리 달려가는 것이었다. 의아스러워 비닐봉지를 열어 보니 처음 보는 작은 알갱이의 검정 열매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 작은 알갱이가 나와 우리 독거도 아이들의 사랑의 씨앗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아니하고 군것질 거리가 없는 섬마을에서 신혼부부는 심심풀이로 달콤새큼함과 아이들의 사랑을 하얀 이빨과 불그스름한 입술이 새까맣게 염색되는 줄도 모르고 흠뻑 음미하였다.


우리 섬마을 아이들은 매일 공부가 끝나면 집에서 키우는 소를 몰고 나지막한 산이지만 그곳에 올라가서 땅거미가 쪽빛 바다에 검정색을 칠 할 때까지 소를 돌보며 지낸다. 16명의 고사리 손으로 모아서 선물한 정금이라는 검정색 작은 알갱이 열매 1봉지는 폐쇄된 공간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던 우리 부부교사에게는 너무나 감동적이었고, 그 다음날부터 우리 부부도 그들과 소를 먹이는 목동이 되어 바위에 앉아 기타를 치며 그들과 노래 부르며 게임하며 이야기하는 목동 생활을 하며 지내게 되었다.


어느 날 우리 목동들은 엉뚱하게도 16명의 단체 자장면 먹기 위한 섬마을 탈출이라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작전 내용은 나는 경비를 책임지고 나의 아내인 여자 선생님은 아이들의 언어와 용모에 대하여 세련되도록 다듬어 가는 것이며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책을 많이 읽어 섬마을 어린이들도 교양이 있고 공부 잘한다는 부끄럼 없는 아이들이 되기로 약속하였다. 그 기념으로 우리 목동들은 섬마을 선생님 노래를 기타와 함께 힘차게 기쁘게 노래하였다. 그런데 단지 이야기로 끝이 날것이라는 그 꿈같은 일이 27일 만에 실현되고 말았다. 광주에 있는 지인들이 활동을 한 결과 광주국세청에서 우리 학생 16명 전원을 광주로 3박4일 초청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 날부터 여름방학이 되기까지 1개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자장면과 육지 구경의 꿈에 부풀고 도시에 가면 어떻게 해야 된다는 이야기들이 소먹이는 야외 학습장 바위 위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남자 아이들은 내가 기계를 사다 머리를 깎아 주었고 여자 아이들은 여자선생님 새댁이 미장원 다니던 기억으로 가위질을 하였다. 도시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비하여 츄리닝을 장만하여 ‘독거분교 꿈 어린이’이름을 새기고 외출복으로 대신하였다. 우스꽝스런 복장이지만 그 시절엔 츄리닝 입어 보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우리들의 멋진 여름방학 섬마을 탈피의 행각은 시작되었고 제일 먼저 했던 일이 목욕탕 사건이었다. 목욕탕을 사용한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바다에서 헤엄치고 노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이었다. 여자선생님의 여탕은 순조로웠는데 남탕에서 호통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아이들만 들여 보내 놓고 나는 탈의실에서 열차표와 일정을 체크하고 있었는데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바다에서 수영하던 솜씨가 여지없이 발현되고 말았다. 뛰어 내리는 아이, 물장구 치는 아이, 잠수 하는 아이 목욕탕이 엉망이 되어 모든 분들에게 사죄드리고 내가 같이 합세하여 줄을 세워놓고 때를 벗기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영화에서 본 독일의 포로 수용소 생각이 번뜩 스쳐 지나가서 웃음띤 얼굴로 다독거리며 혼란의 1라운드를 마쳤다.


그리고 우리는 광주행 열차를 타고 광주를 도착하여 국세청에서 준비해 주신 승용차를 타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신발을 벗는 것이 아닌가. 그림책에서 보았던 처음 타 보는 여객선, 기차에서 이제는 승용차까지 낯선 아이들인지라 승용차 바닥이 깨끗하니 당연히 신발을 벗고 타는 것인 줄 알았던 것이다 차가 멈추고 신발이라야 타이어 고무신 신발이지만 다시 신고 국세청장님과 만나게 되었다. 모든 의식이 끝나고 저녁 식사는 내가 요구했던 중국식당에서 환영의 만찬을 하였다. 광주에서 제일 유명한 중국식당의 코스요리가 나왔으며 그 날 저녁 배탈이 난 아이들이 3명이 발생하였다. 3박4일 동안 너무나 신기한 거리의 모습에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더디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자동차 공장, 기계공장, 어린이 공원, 박물관, 방송국, 도교육청, 도청, 군부대, 초등학교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방문하였고 많은 선물을 가득안고 섬마을로 돌아왔다.


그 아이들 중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아이도 있다. 돌아온 후에는 날마다 이야기가 끝이 없고 선물로 받아온 동화책을 다 닳도록 읽는 모습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여행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다시 배우게 되었다. 아이들이 의젓하여졌고 무엇이든 세심히 관찰하며 다양한 각도로 생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으며 자신들의 꿈에 대하여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 후로 우리는 아이들의 소원인 전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우리 섬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전기를 자가 발전하여 학교는 물론, 야간 작업을 하는 작업장과 28호의 가정집에 3등씩 전기를 공급하였으며 각 집에서는 tv시청이 가능하였다. 전기 시설 공사는 선생님의 지도로 학생들, 동네 주민들이 함께 시공하였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일명 독거분교 전기 회사는 전국으로 방송되었다.

까만 열매 한 봉지의 정성어린 마음이 도시 여행, 전기공사까지 어마어마한 씨앗이 되었던 것이다. 진솔한 사랑의 힘은 너무 위대하다. 그 아이들은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가끔 만나고 있으니 세월이 그토록 빨리 스쳐 지나가버렸다. 내가 섬마을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지금 여러분이 얼마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를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과 새로운 체험은 여러분의 운명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보약이며, 꿈을 이루려는 노력은 결국 내가 이웃과 진솔한 나눔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방학에는 영어, 수학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생각해 보기, 봉사 활동, 여행, 다양한 체험을 하여야 하며, 특히 이웃과 소통하고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러분 행복한 여름 방학 보내셔요.















박동호 교장(안양신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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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희
수원신곡초등학교 / 4학년
2012-08-18 23:06:55
| 글이 너무 재미있어요. 저도 그 시절에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전 지금 사는 아파트에 6개월째 사는데 옆집 아이들 이름도 아직 모르거든요. 이사 와서 엄마랑 같이 아래,위층, 옆집도 다 떡을 돌리고 인사도 했는데 사람들도 우리가 낯설어서 친해지려고 하지 않나봐요. 교장선생님 글을 읽어보니 너무 부럽고 신기하네요.
박성호
서울개일초등학교 / 5학년
2012-08-19 12:56:13
| 도시에서만 사는 저에게는 조금은 낯설지만 정말 재미있고 행복해보이는 추억인 것 같아요. 여러 기회를 통해서 여러 지역의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심지영
대전샘머리초등학교 / 6학년
2012-08-20 21:11:19
| 저희집은 5,6,7,8,11,13,15,16,17,18,19,20층까지 서로 말 나눌 정도입니다. 나이가 거의 비슷하고 말을 먼저 걸으면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엄선영
회천초등학교 / 6학년
2012-08-24 10:07:18
| 안녕하세요. 박동호 교자 선생님 저는 양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저의 학교에도 최경호 교감선생님이 계신데 교장 선생님처럼 저의들에게 공부보다 더 소중한것들을 가르쳐 주시는데요. 교장 선생님의 글 을 읽고 나눔에 대해서 다시한번 상기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지금 캐나다에서 방학을 보내고 있어요. 교장선생
엄선영
회천초등학교 / 6학년
2012-08-24 10:08:10
| 교장 선생님 글을 읽으며 현재 제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를 다시 알아가요. 감사합니다.
엄선영
회천초등학교 / 6학년
2012-08-24 10:08:13
| 교장 선생님 글을 읽으며 현재 제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를 다시 알아가요. 감사합니다.
홍인창
서울구일초등학교 / 6학년
2012-08-28 14:29:56
| 교장선생님의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이승현
상하초등학교 / 6학년
2012-08-28 15:53:54
| 저의 학교 교감선생님께서는 푸른누리 기자들을 한데 모아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시고 기자분들의 동생, 언니, 오빠도 궁금하다며 한 번 데리고 와 보라고도 하십니다.
그래서 저와 푸른누리 기자들은 교무실이 너무나도 친숙하답니다^^
황지희
덕도초등학교 / 4학년
2012-08-30 17:44:07
| 저희 학교도 작은 시골 학교라 선생님들께서 너무 친절하시고 신호권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일일이 다 알고 계세요.저희학교 교장선생님 께선 출입문 앞에서 남자 아이들이 딱지치기 하며 시끄럽게 놀아도 혼 한번 안내시고 열심히 놀라 하십니다. 박동호 교장 선생님 존경합니다.^^
엄세현
서울돈암초등학교 / 5학년
2012-08-30 23:16:03
| 박동호교장선생님의 글이 마치 옆에서 이야기해주시는 것처럼 따뜻한 글로 다가와요. 섬마을에서의 선생님의 열정과 사랑이 섬마을에 불을 밝힌 것 같아요. 방학에는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선생님의 말씀 새겨들을께요. 감사합니다.
남윤성
성남신기초등학교 / 6학년
2012-08-31 22:26:27
| 안양신기초 박동호교장선생님, 반갑습니다. 저는 성남신기초 남윤성입니다. 교장선생님의 소중하신 말씀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겠습니다. 마음으로 표현한 까만 열매 한 봉지의 결심은 정말 위대합니다. 우리 푸른누리 독자들도 교장선생님의 값진 말씀이 인생의 기초 공사가 되어서 미래에는 튼튼하고 멋진 건물을 세울거라
남윤성
성남신기초등학교 / 6학년
2012-08-31 22:28:29
| 믿습니다. 다양한 체험을 하는 그런 초등시절을 알차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교장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요^&^ 멋진 박동호교장선생님, 파이~~~~~~~~~~~~팅!!
김동훈
서울흑석초등학교 / 5학년
2012-09-04 21:22:44
| 교장선생님의 말씀 잘 듣고 갑니다.
김선
서울잠일초등학교 / 4학년
2012-09-05 15:35:03
| 훌륭한 교장선생님이십니다. 이 글을 읽으니 올 봄에 정년퇴임하신 장성전교장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존경합니다.
양진서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
2012-09-05 16:28:10
|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교장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자주 생각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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