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국제대회 출전 3
나는 불을 끄고 누웠다.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났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 보고 싶다. 혹시 몰라 문자를 보내보았다.
‘엄마, 내 경기 잘 봤어? 처음에 다리에 쥐가 난 것도 혹시 화면에 찍혔어? 너무 궁금해.’
그런데 곧이어 답장이 왔다. 수신자에 ‘엄마’라고 쓰여 있었다. 이어서 ‘아빠’라고 쓰인 문자도 떴다. 너무나도 반가웠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엄마 메시지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일단 엄마 문자부터 확인했다.
‘서리야, 네가 다리에 쥐 난 모습, 찍혔어. 그런데도 우리 서리 당황하지 않고 꿋꿋이 해낸 걸 보니 대단해요.’
찍혔다는 말에 한 번의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엄마의 문자보다 아빠의 문자가 더 충격적이었다.
‘서라 언니, 피겨 그만 뒀어. 서라 언니 이제 공부가 하고 싶대. 우리 지금 긴급회의에 나왔어. 서리야, 지금 못 오지?’
나는 옆에 놓여있는 곰 인형을 꼭 끌어안으며 곰 인형에게 물었다.
"곰순아, 네가 나 지켜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서라 언니 피겨도 그만두게 만들고 장면도 찍히게 했어? 곰순이 너, 내 단짝인형 맞아?"
한동안 꼭 끌어안으며 곰순이에게 자꾸만 화풀이를 했다. 애꿎은 곰순이에게 정말로 미안했다. 빙그레 웃고 있는 곰인형이 얄밉기만 하다. 나는 내 머리카락에 꽂혀있는 머리핀을 빼서 곰순이 털 사이에 끼워 주었다. 귀여웠다.
"곰순아, 오늘 미안했고 잘 자."
아침이다.
"현서리, 그리고 너희들, 기상, 얼른 기상."
엇, 그러고 보니 오늘 깨우는 교관이 우리 선생님이었네. 눈곱이 굳어 눈이 떠지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누가 장난쳐놓았는지 킥보드에 걸려 넘어졌다. 그와 동시에 물까지 있어서 넘어진 게 당연했다. 나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현서리? 서리야, 너도 나와. 아침밥 먹자."
"잠깐만요."
이 꼴사나운 모습을 코치님한테 보여드리기는 싫었다. 게다가 코치님은 여자도 아니니까. 눈을 물로 눈을 쓱쓱 문지른 뒤 혹시 몰라 가져온 안경을 끼었다.
"서리야, 왜 아침부터 안경을 끼고 그래."
"그, 그냥요."
급식대에서 급식을 받고 식탁으로 가져갔다. 수은이 옆에 앉았다. 그런데 앉는 순간 꼬리뼈가 너무 아팠다. 아까 넘어지면서 다친 것 같았다.
"어, 서리야. 너 눈, 그게 뭐야?"
"누, 눈이 안 떠져서 밥알도 잘 안 보이네."
그러자 수은이는 깔깔 웃었다.
"뭐야, 그럼 그 안경도 눈곱 때문에 낀 거네? 호호."
하지만 나는 너무 아팠다.
"수은아, 나 꼬리뼈가 너무 아파. 킥보드랑 물, 누가 해 놓은 거니?"
그러자 수은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음, 교루만주?"
"으, 교루만주 이 녀석."
교루만주는 이름도 모를 나라에서 떠밀려온 이상한 발레 국가대표이다.
"가만 안 둬. 수은아, 나 꼬리뼈가 조금 아픈데 양호실에 좀 같이 가자."
"으, 응."
수은이는 내 손을 잡고 중심을 잡혀 양호실까지 갔다. 양호실 선생님은 내 눈부터 보셨다.
"서리야, 너 어제 울었지?"
"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방 안에 CCTV가 설치되어 있나요, 혹시?"
"호호, 그런 거 없어. 너한테는 얄미운 눈곱이 그 증거를 말해 주니까. 그리고 꼬리뼈는 조금 있다 X-ray를 찍어 봐야 해."
선생님은 요리조리 움직여 눈을 뜨이게 하셨고 기구를 가져오시더니 X-ray를 찍었다. 어, 그런데, 그럼 더 이상 발레는 못하나? 결과를 기대해 주길.
심유민 기자 (서울선사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