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독자 (현산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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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햇살이 눈부신 4월 23일 금요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로 규방 공예가 정옥희 선생님의 인터뷰를 다녀왔다. 처음 규방공예가 정옥희 선생님 인터뷰에 신청하라는 공지가 올라왔을 때, 규방공예가 무엇인지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지만 정보가 많지 않았고 다만, 우리나라의 전통 바느질 기법으로 만든 조각보, 매듭, 자수 등 여러가지 분야의 전통 바느질 공예라는 것 알 수 있었다.
나는 원래 바느질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터뷰 신청서를 올리려는데 페이지에 자꾸 오류가 나서 글이 등록이 안되어 애를 먹고 겨우 등록이 되어 불안했지만 운 좋게도 인터뷰 기자로 선정 되어 너무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인터뷰 날이 되었다. 들뜬 마음에 너무 서둘러 온 걸까? 시간이 많이 남아 사랑채 주위를 돌아 보니 멀리 청와대의 파란 지붕도 보이고 많은 관광객과 자유로운 복장의 경찰아저씨도 많이 보였다.
건물에 들어서 1층 로비에 가니 중앙에 규방공예가 정옥희 선생님과 이영애 선생님의 시연장이 마련되어 있고 여러 선생님들이 열심히 작품을 만들고 계셨다. 벽에 걸린 조각보를 보며 ‘우와! 바느질 땀과 길이가 어떻게 저렇게 자로잰 것 처럼 정확할까?’ 며 놀라고 있으니 나와 같은 표정의 친구들이 여기 저기 보였다.
그들은 모두 푸른 누리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되고 편집실 선생님께 몇 가지 말씀을 듣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정옥희 선생님께 인사를 한 뒤 선생님을 중심으로 기자 여섯명은 평상에 올라 앉았다. 모두 긴장 한 것을 아신 것일까? 인터뷰를 시작 하기 전 먼저 규방공예 작품의 체험 시간을 갖자고 하셨다.
핸드폰 고리로 쓸 수 있는 복주머니를 만드는 것 이었는데 홈질을 하고 뒤집어 모양을 잡고 끈을 끼우면 되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완성하고 나니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은 이것을 성취감 이라고 하셨고, 이 성취감이 규방 공예를 하는 이유중 반이라고 하셨다. 이후 우리는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 하였다.
한 시간 반에 걸쳐 많은 질문을 드렸는데 선생님은 너무나 고운 목소리로 정성껏 하나 하나 대답해 주셨다. 나는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정말 궁금한 것이 있었다. 현대 사회에는 과학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기계를 통해서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규방공예가들은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작품을 만드시는데 편리한 생활이 가능한 현대 사회까지 규방공예가 계승 발전 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질문에 대해 "사실 힘들고 어렵다. 나라마다 대표하는 규방공예품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규방공예의 바느질은 기법이 참 많고, 손으로 한 땀 한 땀 뜨는 바느질에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겨져 있으며 완성 했을 때의 성취감이 기계화된 작품과는 크게 다르다. 그러한 마음들이 계승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하시곤 우리나라 규방공예의 아름다움과 작품성을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외국의 사람들이 더 인정 하고 관심 갖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워 하셨다.
선생님도 열심히 알리고 작품 활동을 하실테니 우리들에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규장공예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당부하셨다. 그 말씀에 둘러 보니 전시 되어 있는 작품들의 아름다움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았다. 선생님의 작품 중에서 쉽고 간단한 것은 약 한 시간 정도, 염색까지 하고 여려운 것은 여섯달 정도 걸린다고 하셨는데 비록 한 시간일지라도 정성이 들어가고, 여섯 달이 걸려도 정성이 들어 간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선생님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는데 선생님께서 제일 아끼시는 작품은 경상도 골무라고 하셨다.
또, 선생님께서 조각보를 보여 주셨는데 색이 너무 아름다왔다. 우리나라 규방 공예에 사용 되는 천은 모두 자연에서 재료를 얻어 색을 내는 천연염색인데, 이러한 과정이 너무 힘들어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규방공예는 전시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에 우리에게 보다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길 당부하셨다.
우리 규방 공예의 바느질 기법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고, 한 땀 한 땀 정성 어린 바느질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정성을 들이던 그들의 마음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자연 친화적이니 건강에도 좋다. 지금은 옛날의 바늘 방석이나 주머니 같은 작품보다는 조각보나 보자기 러프 같은 것을 많이 만드니 쉽게 만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끝냈는데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고자 하며 아쉬워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규방공예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밖에는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듯 땅이 젖어 있었다. 사랑채 관람을 하고 효자동길을 걸어 나오는데 오랜 세월을 지냈을 것 같은 가로수가 정말 장관이었다. 우리나라의 전통공예인 규방공예와 그 길의 가로수가 그렇게 계속 살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신 푸른누리와 오랜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선생님, 부산과 대구 등 전국에서 올라와 함께 인터뷰를 한 다 섯명의 친구들과 함께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상준 독자 (현산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