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혜 독자 (서울묘곡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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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10년 글로벌 시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의 거리에선 대한민국 글자, 즉 한글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게 과연 어찌된 일일까?
학교에서는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고, TV와 각종 언론에서도 온통 영어와 외국어가 한글을 대신하고, 심지어 초등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외래어와 외국어를 자주 사용한다. 컴퓨터, 아파트, 버스,택시 등 흔한 외래어에서부터 땡큐, 헬로, 바이바이 등 일상생활에서의 대화도 외국어로 바뀌어 가고 있다. 책에서도, 신문에서도,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온통 외래어와 외국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간단한 대화나 인사 등 짧은 영어는 물론이고, 전문적인 지식과 용어는 이미 영어가 뿌리를 내린지 오래다. 덕분에 일반 사람들은 그 뜻을 전혀 알지 못하고 그 사람들에게 거리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평범한 학교의 평범한 학생인 나도 각종 전문용어와 갖가지 외래어와 영어로 대화하는 아이들 때문에 소외감과 거리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히 우리말 뜻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마저 영어와 외래어를 쓰고 있다.
여기는 분명히 대한민국이며 엄연한 대한민국만의 고유언어인 한글이 있다. 한글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밀려드는 것은 수많은 외국어들.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이 영어를 못하면 초라해 보일까 남들에게 뒤쳐지기가 싫어서 영어를 배우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이 수치스러워서 너도 나도 앞다투어 영어를 배우고 있다.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학교는 더 심하다. 시험에는 영어가 꼭 들어가고, 국사는 안 배워도 영어는 꼭 배운다. 국어능력시험같은 건 관심도 없지만 영어능력시험은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고 있다. 유치원 아이들도 가나다라, 일이삼사와 같이 영어도 같이 배우고 있다. 어떤 아이들은 가나다라를 읽기도 전에 ABC를 먼저 읽는 아이들도 있다. 유치원생 아이들도 영어책을 국어책보다 더 잘 읽는 아이들이 허다하고, 시대에 뒤쳐질까 부모님들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있다. 과연 이렇게 몇 년 동안 혼자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행복할까? 고작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이유로 가족들과 떨어져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보내진 아이들은 행복할까?
물론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어 살아가려면 영어는 아는 것이 좋다. 아니, 이제 영어는 필수가 되었다. 외국에 나가서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회사에서 일을 처리할 때도 영어를 알아두면 매우 유용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에 가서도 당당하게 길 안내를 할 수 있어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매우 좋아진다. 거리의 가게 이름을 모두 영어로 짓고, 학교에서도 영어로 대화하고, 영어마을도 전국 여러 곳곳에 생겼다. 그러나 정작 우리 전통을 지키고 예절을 배울 수 있는 제대로 된 곳은 청학동 한 곳 뿐이다.
정말로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며 더욱 발전하길 원한다면 우리의 언어부터 지켜야 한다. 수십 번의 전쟁과 온갖 전염병과 재해가 난무했던 프랑스에서도 내전은 전혀 발발하지 않았다. 프랑스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나라를 아끼고 사랑했기 때문에 자기 나라의 언어도 매우 소중히 여겨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프랑스어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리도 이렇게 언어를 아껴서 지금까지 거의 변화가 없이 대대로 잘 간직해 오고 있다. 그런데 잘 간직하고만 있을 뿐, 정작 잘 쓰지는 않고 있다. 처음에는 외래어를 대체할 단어가 없어서, 다음에는 점점 외국의 영향이 세져서, 나중에는 영어가 필수가 돼 버려서 한글이 밀려났다.
이제 한글날도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한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든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되지 않을까? 영어도 좋지만 일단은 우리 언어부터 지켜야 되지 않을까? 정말로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다시 한 번 한글에 대해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김민혜 독자 (서울묘곡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