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세현 기자 (서울돈암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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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삼선교 입구’와 ‘성북동’이 보인다. 나는 종종 그 거리를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책한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삼선교 입구에서는 자동차와 버스가 바쁘게 움직인다. 대학교, 아파트, 식당, 옷가게 등 다양하고 큰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최근에는 ‘나폴**’이라는 대형 제과점 옆에 ‘스타**’라는 대형 카페까지 새로 생겨 더욱 세련되어 보인다.
하지만 ‘성북동’은 삼선교 입구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마치 시골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다. 성북동 골목길에서는 오래된 간판들과 낮은 지붕의 빌라와 한옥들, 허름해 보이는 가게들이 눈에 띈다. 그 길에는 쌀집, 방앗간, 전파상, 세차장, 미용실, 목욕탕 같은 가게가 양옆으로 수두룩하다. 그런 골목길에서, 저마다의 가게에서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서로 얘기하고 화투치는 모습이 정겹고 친근했다. 오래되어 보이는 가게가 많아서 ‘이 중 가장 오래된 가게는 어딜까?’라는 생각이 들어, 지나가는 한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성북동에 오래 거주한 만큼 주저 없이 바로 대답해주었다. 오래된 가게는 ‘성암탕’이라는 목욕탕이었다.
‘성암탕’은 새로 지은 높은 건물 안에 있어서 겉보기에는 오래된 곳이라고 알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겉모습만 현대적으로 바뀌었을 뿐, 성암탕은 47년이나 가게를 이어온 성북동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적인 성북구 목욕탕 허가 1호다. 성암탕 주경림 사장님(56)과 함께한 인터뷰를 소개하겠다.
Q. ‘성암탕’은 언제 처음 문을 열었나요?
A. 남편이 중학생일 때 어머니가 목욕탕을 시작했다고 하니까 ‘성암탕’ 역사가 46년 쯤 된 것 같아요. 성북구에서 허가받은 목욕탕 1호라고 알고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29년하시고, 며느리인 제가 94년부터 물려받아 18년 동안 운영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하시던 거라 꾸준히 하고자 했어요.
Q. 현대적인 건물이라서 46년이나 된 목욕탕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데요.
A. 15~16년 전 도시계획이 되면서 13평이 잘려나갔는데, 그 때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겉모습이 현대화 되었어요. 내부도 수리를 여러 번 하긴 했지만 옛날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요.
Q. 옛날과 오늘날의 ‘성암탕’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원래 성암탕을 비롯해 이 동네에 목욕탕이 3개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성암탕만 남았습니다. 성암탕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지 아직도 찾아오는 손님이 꽤 있어요. 하지만 옛날에 비하면 손님이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엔 무슨 날이다 하면 그 전에 손님이 아주 많았어요. 명절, 입학식, 졸업식 같이 큰 행사 전 날에는 사람이 1000명 가까이 될 정도로 많이 왔어요. 소풍날, 학예회 전날도 엄마랑 와서 목욕하곤 했는데 요즘은 다들 집에서 하죠.
Q. 요즘은 사람들이 목욕탕보다는 찜질방을 더 많이 가는 것 같은데요.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 성암탕 만의 비결이 있을까요?
A. 물론 시설 좋은데도 많아서 젊은 사람들은 거기로 많이 가겠지만 우리는 단골이 많아요. 오는 사람은 계속 오지요. 시설이 불편해도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옵니다.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에 비해서 조용하고 물이 깨끗해요. 요즘은 재생시설이 없으면 목욕탕 허가가 나지 않아서 큰 목욕탕에서는 물을 재생해서 사용하는데, 우리는 옛날 시설이라 물을 재생해서 쓰지 않고, 지하수가 아닌 100% 수돗물을 써요. 그리고 물탱크가 작아서 묵어있는 물도 없어요. 그래서 손님들이 피부로 깨끗한 물을 느끼고 물이 맑다고들 하세요.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오시는 분들도 편하게 목욕하고 갈 수 있고 종업원도 안 바뀌어서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주경림 사장님은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시인’이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다. 1992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여류시인이라는 것을 인터뷰하면서 알게 되어 무척 뜻밖이었다. 또한 앞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국립중앙박물관 선사 고대관에서 설명하는 봉사를 한다고 한다. 문인과 예술인이 많이 사는 문화 동네 성북동에서는 시인과 목욕탕이라는 관계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주경림 시인이 쓴 시로는 ‘눈잣나무’, ‘풀꽃우주’ 등이 있다.
엄세현 기자 (서울돈암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