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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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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혜 독자 (대구상인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187 / 조회수 : 2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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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나는 하늘새 아파트 105동 713호에 사는 중학교 일학년 학생 ‘강지이’ 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의 성(이름의 첫 글자)을 같이 불러야 복이 깃든다는 조상 말씀때문에 내 이름은 ‘강 안 지이’ 가 되어 버렸다. 어머니 성함이 ‘안 희’ 이기 때문이었는데. 덕분에 나는 초등학생 6년간 ‘강 안 지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생활을 했고 내 이름을 듣는 사람마다 나를 ‘야, 강아지! 강아지!’ 라고 불렀다. 이때, 나는 이 별명이 나쁘지 않게 들렸는데. 아마도 내 기억에 강아지는 너무 귀엽고 순수한 존재여서, 그 별명을 가진 나도 강아지를 닮을까 하는 조그만 동심이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온 뒤로는 마음이 확 달라져 버렸다. 내가 다니는 이한 중학교는 어떤 까닭인지 자신의 이름을 명찰에 써서 항상 목에 걸고 다녀야 한다는 이상한 규칙이 있어서,

(명찰을 목에 걸지 않고 학교에 오면 ‘투명의자’라는 벌을 받아야 했고. 귀가 후에도 부모님을 통해 명찰을 걸고 있게 했는데. 학교측에서는 부모님께 ‘학생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있으면 자부심이 생겨 자신감이 높아지고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보게 되면 신속하고 자세하게 신고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적당한 변명을 둘러댄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이름명찰을 걸고 다니면 사람들이 놀리면서 쿡쿡 웃어대었다. 나는 그 반응이 무척이나 싫었다. 적어도 초등학교때는 친한 아이들이 많아서 내 마음을 알고 놀리지는 않아서 참을 만은 했는데 말이다. 더구나 며칠 전에는 부모님께서 도쿄로 같이 출장을 나가셨다가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셔서 내게는 부모님의 이름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박혔다. 요즘 누군가 나를 ‘ 강안지이’ 라고 부르면, 앞의 ‘강 안’이라는 성이 마치 내 온 몸을 가시로 찌르는 듯한 나쁜 느낌이 들기도 했다.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나를 ‘강안지이’ 라고 부르는 아이에게는 자연적으로 화를 내게 되었고, 아이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체 내가 짜증을 자주 내는 것에 대해 나를 슬슬 싫어하게 되었다.


"야야, 쟤 뭐니?"

"맨날 짜증만 낸다더라. 재수없어……."


이젠 아예 공개적으로 나를 비난하는 말도 많이 들렸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수록 더욱 화가 치밀었는데, 오늘
연우라는 반 남자아이가 내게 와서 어이없다는 투로 "강안지이, 너 요즘 왜 자꾸 화 내? 그러니까 아이들이 너를 싫어하잖아. 감정조절을 좀 잘 해봐. 피해 끼치지 말고" 라는 말을 하였다.

부모님 사건에 대해 조금도 입을 열지 않은 건 나 자신이면서 남이 내 생각을 알아주는것을 바라는 것이 내 잘못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지만, 연우에게 나는 "너, 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말하지마! 네가 내 마음을 알아?" 라면서 화를 내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우울증에 걸렸다. 학교도 나가지 않았다. 선생님이 몇번이나 집으로 전화를 하셨지만, 나는 받지 않고 가만히 방에 누워있기만 했다. 나는 연우가 내게 짜증내지 말라고 했을때 왜 화가 그렇게 심하게 났을까? 뒤에서 속닥거리는 건 이해해도 내 앞에 와서 화낸 상황은 처음이여서 더 화가 치민걸까.


근처 시민병원에 가 보니 의사선생님께서 "어유, 혈압이 많이 높구나. 아직 어린 나인데……." 라고 혀를 차시며 약을 복용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사양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돈이 부족해 세금 내고 쌀 사기도 빠듯한데 약 살 돈이 없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말이다.대신 집으로 돌아와서 방에 가만히 누워 잠을 청했다. 우울증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된다는 말을 수업시간에 들은 것이 기억나서 라디오를 가져와 클래식도 틀어놓았다. 십년도 더 지난 구형라디오지만 신기하게 클래식 하나는 아주 잘 나왔다.


나는 누워서 집을 한번 훑어 보았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남겨주신 30평 주택, 다행히 부모님이 땅을 사서 지으신 집이라 매달 집세를 내지는 않아도 되지만 세금에 준비물 값, 쌀, 반찬 값까지, 휴, 통장 돈 까먹는것도 한계가 있지 이렇게 몇년만 살면 대학등록금이고 뭐고 다 써 버릴 것 같았다. 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부터 고물상이며 아나바다 장터등에 가서 값을 꽤 받을 수 있는 새 물건을 다 팔아 생활비에 대서 우리집에는 헌 것 밖에 없다.

이렇게 집을 보며 옛 생각을 하다 보니 더 우울해졌다. 옆에서 고상떨며 노래를 부르는 라디오가 갑자기 내 모습을 비웃는 것 같아 발로 차 버렸지만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띵-동, 띵-동"

현관 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인터폰을 이용해서 밖을 내다보았는데... 세상에! 같은 반 친구 은지였다. 지금 수업시간일텐데...웬일이지?

"야- 강안지이-! 문열어!"

은지는 쾌활하게 웃으면서 문을 두드렸지만, 나는 금방 열어줄 수가 없었다. 은지가 들어오는게 싫어서가 아니다. 파자마를 입고 산발한 머리로 친구를 만나다니! 말도 안된다.

"으, 은지야! 잠시만 기다려!"

"야! 왜이렇게 안열어ㅡ"

은지가 재촉할 동안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빗었다. 그런 후 문을 열어주려고 현관쪽으로 달려갔는데.. 은지가 들어와 있었다.

"어, 어떻게 들어왔니?"

"문이 잠기지 않아 있더라고. 그건 그렇고, 친구가 왔으면 빨리빨리 문을 열어줘야지ㅡ"

"미, 미안……."

은지에게 정말 미안하였다. 일부러 찾아와준 것 같은데...

"어, 아냐. 사과받으려고 한 말이 아닌데……. 큭큭큭"


은지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킥킥 웃었다. 나도 어설프게 따라 웃었지만 뭐가 웃긴지는 알 지 못했다. 하지만 물어보면 은지가 날 이상하게 볼 것 같았다.

"은지야, 지금 수업시간 아니야?"

"아, 맞아. "

"그런데 학교 빼먹어도 돼?"

"야, 이럴때 한번 땡땡이 쳐 보는게 아니겠냐. 우울증에 절여진 친구를 위로하러 가는 학생! 와, 정말 한편의 드라마 같지 않니? 선생님도 감동하실거야."

은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누, 누가 절여져?"

은지가 내 상황을 아는것에 대해 깜짝 놀랐지만, 이내 시치미를 떼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치로 말을 했다. 하지만 놀라 말을 더듬는 것은 감출수가 없었다.

"흐음ㅡ 내가 그것도 모를 줄 알고? 너 요즘 친구들한테 짜증낸다고 안티 많이 생겼어. 그것때문에 그래? 아니면, 네 행동과 생각이 뜻대로 잘 안돼서 그런가?"

은지는 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는 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은지에게는 마음을 숨길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은지야, 사실은……."


나는 은지에게 내 이름이 강안 지이로 불리게 된 까닭이며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건과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놀리는 것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 연우사건은 조금 고쳐서.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던 은지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것때문에 그랬어?"

"뭐, 뭐야?"

나는 나름 심각해서 말한건데, 별것 아니라는 듯이 웃는 은지가 너무나도 밉게 느껴졌다.

"아, 화났다면 미안해, 하지만 나는 네가 네 이름으로 화내는 것이 옳지 않다고 봐."

은지는 여전히 웃으면서 내게 말했는데. 나는 은지의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라고? 그게 왜 옳지 못한거야?"

"생각해봐, 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친구들이 네 이름을 강안지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화를 많이 냈지?"


은지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면서 내게 물었다.

"으응,"

"강안지이는 내가 볼때 두가지로 읽을 수 있는 이름같아. 첫번째는 강아지, "

"치, 그건 나도 알아. 읽으면 ‘강아지이’ 라고 들리잖아."

"그리고 두번째는 ‘강한,"

"강...한? 강한지이? 내가 강해?"

"그래, 아마 부모님 이름을 같이 붙여 불러야 복이 있다는 너희 조상님 말씀은, 아주 틀린게 아니라고 봐."

"아니긴 왜아냐... 복은 커녕.."

"아니, 너는 네 이름의 좋지 못한 점만 보고 있었잖아. 너한테 강아지는 좋은 존재라며? 친구들이 너를 강아지라고 불렀을때 기분 나빴어?"


은지가 내 말을 끊으면서 물었다.

"…아니."

"그리고 내가 만약, 너를 강한지이라고 부를때, 너는 기분이 나빠?"

"…별로……. 안 나쁜데……. 내가 강하다고 불러주니까……."

나는 약간 망설이다가 답했다. 강하다는건 좋은 뜻이니까…….

"그것 봐! 네 이름을 부르는 건 놀리는게 아냐! 오히려 칭찬하는거지. 내가 보기에 너는 다방면에서 강해"

"그, 그럴까?"

"그래,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어서 우울증을 날려 버려! 어서!"

약간은 억지스럽고 이상한 은지의 설득이었지만. 정말 내 생각에 많은 변화를 준 말 인 것 같았다. 오늘따라 은지가 내 친구인게 정말로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는 평소에 은지에게 화를 많이 냈었는데...

"저, 은지야.. 내가 저번에 화 내서 미안해."

"아냐아냐. 괸찮아"

은지는 사과받기 쑥스럽다는 듯 뒷머리를 긁으며 미소를 지었다.

은지가 가고 난 후, 내 생각은 많이 변해있었다. 정말로 나는 은지 말대로 나쁜점들만 본 것 같았다. 이렇게 좋은쪽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왜 부정적으로 계속 생각했을까? 아무래도 내일 학교를 가면 친구들에게 내가 화낸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다음 날이었다.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화창한 아침이었다. 지저귀는 새들은 왠지 나를 응원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신이 나서 우리 학교 쪽으로 달려가다가. 반 앞에서 딱 멈추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나를 보고 뭐라고 할까? 내가 일을 만들어놓고 학교를 쉬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기야 틀린말은 아니지만... 한숨이 폭 나왔다. 하지만 어차피 마주쳐야 할 일 이라면 지금 이 자리를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는데……."짜잔ㅡ! 강한지이-! 등교 축하축하!"

고깔모자를 쓴 반 친구들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평소에 나를 ’강안지이‘라고 불렀다고 내가 크게 짜증낸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일단 들어가자. 지이야"

반 친구 선영이가 내 팔을 잡으며 반으로 들어왔다. 얼떨결에 나도 같이 끌려들어왔다. 그런데....파티모자에 풍선에... 이게 다 뭐지?

"지이야! 은지한테 다 들었어.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희라가 말하였다.

"하긴, 나도 네 입장이 되면 강안지이라고 부르는게 싫어질꺼야."

"사실, 나는 네가 자꾸 화내서 이 파티를 열기 싫었는데…….사정이 있었으니까 뭐."

"어제 집에 찾아가지 못해서 미안해."

반 친구들이 모두 돌아가면서 내게 격려의 말을 보내주었다. 살펴보니 선생님께서도 고깔모자를 쓰신 체 흐뭇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다. 아무래도 은지가 아이들에게 모두 어제의 일을 털어놓은 것 같았는데, 평소에는 은지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냈겠지만 오늘은 입 가벼운 은지가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우리가 너 기분 좋게 하려고 파티 열었어."

파티? 나를 위해? 정말? 꿈만 같았다.

"이제부턴 우리가 너를 ’강한 지이‘라고 불러주마!"

선영이가 이렇게 말하자, 반 친구들이 모두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호응해 주었다.

"와, 괜찮은데?"

"어느 부분이 제일 강하냐?"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나를 보았다. 정말,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친구들이 나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어떻게 놀리든, 내게는 다 좋게 느껴졌다.

역시, 조상님들의 말씀이 정말 맞나보다. 내게 긍정적이라는 행운이 찾아왔다.

지금은 이름으로 나 역시 화내지 않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은지야. 고마워.

나 강안지이,

고등학교로 들어갈때는 어떤 장애물이 나를 걸고 넘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좌절하고 절망하지 않을것이다.

더 강하고 담대하게 견뎌낼 것이다.

왜냐하면, 내 곁에는 언제까지나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름만큼이나 강해진 내 마음이 있기 때문에.

위 기사의 사진 / 동영상은 CCL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배인혜 독자 (대구상인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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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9-02 20:22:20
| 너무 좋은 내용의 동시네요. 앞으로 지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추천 꾸욱~!ㅎ
윤희서
동안초등학교 / 6학년
2010-09-03 16:31:53
| 재밌어요~~~
추천~
김재영
화산중학교 / 1학년
2010-09-04 21:53:36
| 정말 좋은 이야기예요~~ 이름에 대한 좋은 에피소드가 들어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전호림
금성중학교 / 1학년
2010-09-04 23:58:49
| 와! 글솜씨가 대단한것 같아요.
배인혜
대구상인초등학교 / 6학년
2010-09-06 20:12:54
| 칭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푸른누리에 멋진 기사를 많이 써 내겠습니다~
김률리
일곡중학교 / 1학년
2010-09-06 22:21:03
| 너무 내용이 좋네요^^
성서연
도곡중학교 / 1학년
2010-09-06 22:42:41
| 우와!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_^ 추천하고 가요~
박소영
성명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9-08 19:23:21
| 나중에 동화 작가 하셔도 되겠어요^^ 추천하고 갈게요 ㅋ
최희
청심국제중학교 / 1학년
2010-09-16 14:05:06
| 이런 동화를 직접 쓰시다니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위청비
순천북초등학교 / 6학년
2010-10-02 15:15:50
| 내용이 좋네요.
박건하
대왕중학교 / 1학년
2010-10-15 21:57:16
| 동화책 한권을 읽고난 느낌...잘 읽었습니다.
이혜진
광무여자중학교 / 1학년
2010-10-19 22:24:17
| 따뜻하네요ㅎㅎ
은지의 마음을 닮고싶습니다!
강은지
우면초등학교 / 6학년
2010-12-22 19:50:28
| 헉 전 이름이 강은지라 애들이 저보고 강아지라그러는데
장유정
청심국제중학교 / 1학년
2011-01-17 15:46:05
|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친구들의 마음이 잘 느껴져요
문선우
운양초등학교 / 4학년
2011-01-31 12:36:35
| 재미있었어요. 전 문씨라서 반 친구들이 ‘문어’라고 부르는데ㅎㅎ
양채윤
남수원중학교 / 1학년
2011-02-13 14:06:47
| 너무좋은이야기고,감동적이네요^^글을 정말잘쓰십니다. 잘읽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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