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률리 독자 (일동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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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흔히 익숙한 만원의 행복이란 말이 있지만, 나는 오천원의 행복이 뭔지를 알게 되었다. 돈 오천원의 가치가 요즘들어서는 적은 돈인지 큰 돈인지를 우리 어린이들이 가늠하기엔 아직 부족한점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돈의 소중함은 잘 알고 있다.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용돈에서 오천원을 어디에 쓰고, 우리 부모님께 어떤 즐거움을 드렸는지 소개할까 한다.
우선 앞서서 나는 매주 토요일이면 엄마에게 용돈으로 삼천원씩을 받는다.그런데 가끔씩 엄마가 사주신 학용품이나 내게 필요한 작은 것을 잃어버릴 때면 용돈을 한 달간 못받게 된다. 이점이 바로 우리 엄마께서 강조하신 "세상에는 공짜가 없단다." 이다. 또 엄마는 " 절대 그냥 얻어지는 돈은 없단다."라는 말씀을 나에게 늘 얘기해 주신다.
굳이 보기 좋고 비싼 음식이 아니어도, 그저 비싼 선물이 아니어도 충분히 작은 것에도 기쁨을 주는 것이 있다는 걸 난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혔다.
얼마 전, 우리 엄마께서 심하게 병이 들어 누워 계셨었다. 학교에 가는 동생과 날 봐주지도 못하고 끙끙 앓고 계셨다. 학교에서도 엄마가 걱정되고, 공부도 잘 되질 않았는데 집에 와서보니 엄마는 밥도 못드시고 누워만 계시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싫었다.
그래서 동생과 난 가지고 있는 용돈을 들고 죽을 사러 밖에 나갔는데 왠지 죽 한그릇 사면 한끼밖에 못 먹는데.. 라고 생각하니 죽값으로 육천원을 쓰기에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난 따뜻한 국을 끊여 엄마에게 밥을 차려드리기로 마음먹고 도전해 보기로했다. 그리고는 식육점에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쇠고기를 삼천원 어치만 달라고 했더니 아저씨께서 웃으시며 "효녀네..."하시면서 아주 조금 밖에 안되는 쇠고기를 내게 건네 주셨다.
난 이 정도면 하루치 엄마 식사를 차려드릴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고기를 사들고 찾아간 또 다른 곳은 동네 작은 마트에서 미역을 한 봉지를 구입했는데 천팔백원밖에 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총사천팔백원을 들여서 우리 엄마에게 난 따뜻한 국을 끊여서 밥을 드릴 생각을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아니 그전에 어떻게 끓이는 것인지가 더 걱정이 됐다.
난 할머니에게 전화를 조용히 걸어서 자세히 물어보기도하고, 엄마에게 국간장이 어디있는지를 여쭤보기도 했는데 엄마는 무슨 짓을 하냐고 약간의 짜증을 내셨다. 큰 걱정을 하면서 몇 시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미역국이 완성된 것이다.
맛을 보니 어, 제법 그럴싸 한 게 어찌나 내 자신이 대견하던지.... 그릇에 밥을 담고 국을 뜨고 쟁반에 올려 엄마에게 가져갔는데 갑자기 엄마가 우시는 게 아닌가? 나 역시도 괜히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한동안 아무말이 없이 진지를 드시던 엄마께서는 "우리 률리 많이 컸네, 세상에 벌써 률리가 엄마 아프다고 국을 끊이고 밥도 챙겨서 가져오고, 엄마가 살맛이 난다."라고 이렇게 엄마를 위한 작은 정성이 엄마에게는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 우리 엄마의 소박한 행복이 나에게는 큰 반성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나에게 하염없는 희생을 하시는데 고작 나는 단 한번의 고마움을 표현했을 뿐인데라고 생각하니, 내가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은 건강하게 바른 사람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걸 새감 또 느끼면서 다짐해 보게 되었다.
나는 이 날부터 오천원에 행복이 얼마나 큰지를 알았고, 작은 돈에도, 작은 정성에도 부모님에게는 큰 행복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는 게 죄송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김률리 독자 (일동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