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독자 (서울도성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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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아~태현아~"
엄마께서 부르시는 소리에요. 바로 강남 교보문고 화장실처럼 철로된 문이 화장실 입구를 꽉 막고있을 때입니다.
저희 엄마와 함께 여러 곳을 다니다보면 가끔 엄마께서는 화장실 입구 앞에서 제가 나올 때까지 저를 부르시곤 합니다.
"서로 볼 일 보고 손 씻고, 먼저 나오는 사람이 이 앞에 기다리기!" 하시고는 그냥 제가 나올 때까지 그 앞에서 계속 제 이름을 부르세요. 가끔은 정말 "네~" "네~" 열두번도 더 대답하면서 소변을 눠야 할 때는 귀찮고 창피했습니다.
엄마께서 그렇게 저를 화장실 앞에서 부르시는데는 다 이유가 있으세요. 바로 어린이 성 폭력 때문입니다. 저는 매번 귀찮고, 마음이 불안해서 2학년 때 엄마께 여쭤보았습니다.
"아~ 왜 자꾸 불러요. 엄마 때문에 옷이랑 신발에 소변이 튀었잖아요!"
엄마께서 말씀해주셨는데, 그 이유는 ‘화장실 입구가 폐쇄형(철이나 나무, 유리 등으로 잠금 장치가 있는 입구의 문)으로 문이 꼭꼭 닫혀 있어서 안에서 나쁜 일이 생겨도 도와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가 없고, 저는 다 커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 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 뒤로 저는 귀찮아도 엄마께서 화장실 앞에서 부르시는건 저를 걱정해서이기 때문에 귀찮아도 "네~조금만 기다리세요~"라고 대답을 해드립니다. 외국은 그런 법이 있는지 화장실 입구가 모두 문이 안달려 있거나, 쉽게 열리는 반쪽짜리 문이 많았습니다. 아래와 위가 뚫려 있고 중간에만 문이 달려 있는 그런 문입니다.
저희 엄마께서는 외국에선 화장실 입구 문이 없어도 5번 정도는 부르시지만요. 그건 외국은 남자 어린이들도 성 폭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안전한 화장실은 집 밖에 없는 것처럼 조금 유난스러우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엄마께서 만드신 방법인 ‘서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나 삼촌,형, 친구들과 함께 남자 화장실에 갈 수가 없다면, 밖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또 친구들끼리라도 조금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곳의 화장실이라면 서로 신호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는 우리나라 화장실 입구가 모두 개방형 입구로 바뀌였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나영이라는 친구가 성 폭행을 당했던 곳도 화장실이였다고 뉴스에서 들었습니다. 정말 하루 빨리 주차장 지하실 계단이랑 화장실 입구 문은 법으로 만들지 못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제가 말하려는 문은 변기가 있는 화장실 문 말고, 화장실 입구 문을 말하는 것이랍니다.
과천 과학관 화장실은 입구 문이 없는 제가 말하려고 하는 개방형 입구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언제나 안전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엄마께서도 입구에 문이 없어서인지 한번도 이름을 부르신 적이 없거든요. 안전한 화장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것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화장실 냄새가 밖으로 좀 새어 나오는 단점은 있지만, 저희같은 어린이들이 화장실에 끌려가서 나쁜 성 폭력을 안 당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리가 다 보이는 반쪽짜리 문이 너무 웃기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외국의 화장실 문이 왠지 더 안전해보이는 것 같다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화장실 냄새는 청소를 잘하면 되지만, 화장실이나 지하 주차장 계단 같은 곳이 어린이가 끌려가 나쁜 일을 당하는 곳이 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이 다니는 모든 곳이 하루 빨리 안전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현 독자 (서울도성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