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지 독자 (서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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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년 4월 7일 수요일,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나는 다시 돌아누워서 잠을 청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 날은 아니었다. 서울 교육대학교 부설 초등학교 6학년이 경주로 2박 3일간 고적답사를 떠나는 날이다. 나는 일어나서 아침 먹고 준비를 서둘러 하였다. 학교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도착해서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버스를 타고 출발하였다. 5시간의 여정이 걱정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휴게소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깜빡 졸다 깨 보니 경주에 도착해 있었다.
첫 날은 신라 역사 과학관에 갔다. 쭈그려 앉아서 첨성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첨성대의 내부 모형까지 보고 나니 석굴암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관람을 마치고 불국사와 석굴암을 돌아보았다. 지난 2월에 다녀갔던 곳이라 그런지 익숙하고 반가웠다. 우리는 숙소로 가서 입소식을 하고 방을 배정받았다. 식사를 하고 취침 점검을 마친 후 우리는 슬슬 일어나 조용히 조용히 과자파티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곧 선생님께 들켜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의 해가 떴다. 포항 제철소에 도착했다. 화장실까지도 너무 깨끗했다. 우리나라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이 곳! 버스에 앉아 설명을 들으니 다리도 안 아프고 좋았다. 철 생성 과정을 보러 버스에서 내려 건물에 들어갔는데 더운데다 너무 뜨거운 용광로에서 단단한 철이 액체가 되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보니 무섭기까지 했다.
경주로 돌아오는 길에 대왕암과 감은사지를 돌아보았다. 수중에 장사를 지냈다는 상상할 수 없는 기이한 문무대왕의 수중릉은 언제 봐도 인상적이다. 파도치는 바다에서 진짜 커다란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또 아버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는 감은사터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천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우리 마음을 진하게 울리는 건 왜일까?
점심을 먹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역사 유적지구로 떠났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다리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첨성대에 갔다. 내부를 직접 볼 수 없어 섭섭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돌아보는 첨성대는 더 감명깊었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안압지까지 걸어갔다.
천여 년 전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희귀 동식물을 키우며 연회를 열었을 왕궁의 생활이 궁금했다. 연못 주위로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다시 걸어 국립경주박물관까지 갔다. 우리는 성덕대왕 신종 앞에서 사진을 찍은 다음 성덕대왕 신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다음은 황룡사터와 분황사를 갔는데, 분황사는 여왕을 위해 지었다는 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초라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이것이 이성계의 숭유 억불 정책 때문이라며 분황사는 모든 절 중에서 가장 많이 파손되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황룡사터는 너무 커서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날, 아침식사를 하고 괘릉을 들른 후 바로 포석정으로 갔다. 포석정을 전복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이 생겼는데, 그 쓰임새도 여러 설이 있다는 걸 알았다. 후백제가 신라에 쳐들어 올 때 신라왕이 여기서 놀고 있다는 설을 들은 나는 웃고야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여유 있는 왕이 어디 있겠는가? 문화 해설사 선생님은 내 웃음소리를 듣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요즘에는 그 설은 뒷받침을 못 받는다고 하셨다. 제사 지내는 곳으로도 추측된다고 하였다.
김유신 장군묘에도 갔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영향인지 멋진 화랑옷을 입은 유신랑이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관람을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고 서울로 출발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한 소중한 2박 3일. 아이들과의 공기놀이며 선생님과의 묵찌빠, 그리고 마구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놀던 장기 자랑 시간도 잊을 수 없다. 게다가 나날이 더해 가는 봄기운이 경주에도 가득했다. 지난 2월에 왔을 때와는 달리 꽃도 만발하여 더 멋진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책에서만 교실에서만 읽고 듣던 우리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 둘러보니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돌아오는 내내 자꾸 웃음이 난다. 경주에서 난 부쩍 자란 역사 박사가 된 듯하다.
신윤지 독자 (서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