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은 독자 (중탑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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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사막이 있었습니다. 두 팔을 벌린 선인장 위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걸려 있었습니다. 큰 모래 언덕을 세 번 넘어야 작은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도 낙타도 사막 여우도 이 사막 한 복판 모래 바람에 모두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모래 바람을 피하려고 선인장 밑 그늘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주저앉아 엉엉울며 귀한 눈물을 건조한 땅에 흘리고 말았습니다.
선인장이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들이 흘린 눈물과 땀방울로 살 수 있었습니다. 힘을 내세요. 조금만 더 가면 오아시스가 나온 답니다. 오아시스는 제 친구예요. 당신에게 시원한 물을 주고 힘을 주고 희망을 줄 거예요. 오아시스는 친절한 제 친구랍니다.”
그래서 선인장을 보고 다시 기운을 차려 선인장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다시 걸었답니다. 그들은 오아시스에서 목을 축이고 또 걷고 걸어 그리운 가족이 있는 집에 갈 수 있었답니다.
또 그들은 오아시스에서 모래 언덕을 건너 선인장을 보면 담아왔던 물병에 물을 마시고 한모금 선인장에게 뿌리며 감사의 표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건조한 모래바람만 불어오고 오아시스 쪽에서 불어오는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바람이 불지를 않았습니다.
선인장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요즘 더 뜨거워지는 날씨 때문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두 팔을 벌린 선인장도 목이 말랐습니다.
하루는 모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었어요. 사막 여우가 큰 귀로 눈을 가리며 선인장 옆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었어요.
선인장이 말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조금만 더 가면 오아시스가 나온답니다.”
사막여우는 힘을 내서 오아시스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다음날 사막 여우는 더 지친 모습으로 선인장에게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오아시스는 없었어. 말라 죽은 나무들만 뒹굴고 있더군. 네 친구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선인장은 사막에 사는 친구들이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목말라 너무 목이 말라 걷지도 못할 것 같아.” 하고 사막여우가 옆에서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해. 대체 누가 내 오아시스 친구를 사라지게 한 거지?”
그 때, 사막의 척척박사 뱀 할아버지께서 다가오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건 요즈음에 갑자기 더워졌기 때문이라네. 난 뱀이라서 온도에 민감해. 그래서 며칠 전부터 변화가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
“이럴 수가……. 왜 온도가 갑자기 올라간 것일까?”
사막여우가 물었습니다.
“사람들의 짓이야. 사막 모래 밑에서 검은 기름을 파내 검은 연기를 내뿜어 땅과 하늘의 온도를 높였어.” 한 숨을 쉬며 뱀 할아버지가 대답을 했습니다.
이윽고 한참 동안 말이 없던 선인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면 내 몸속에 흐르는 물기를 먹고 힘을 내서 이 사막을 빠져나가 내 몸의 일부를 다른 땅에 심어주세요. 오아시스가 없으면 저도 살 수 없고 아마도 이 사막을 지나가는 사람도 동물도 없을 거예요. 내 그림자 밑에서 쉴 일도 없을 거예요. 모래바람만 지나가겠죠? 그 모래 바람이 멀리 멀리 전해줄 것예요. 오아시스를 마르게 한 사람들에게요. 모래 바람이 멀리 멀리 바다도 건너고 하늘을 건너서 이야기해 줄거여요. 이제 그만 땅을, 하늘을 쉬게 해 달라고요. 있는 그대로 사랑해 달라고요.”
그리고 선인장은 뱀아저씨와 사막 여우에게 몸을 맡겼습니다.
오늘도 사막으로부터 바람이 붑니다. 모래 바람이 붑니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합니다. 창문을 두드리고 나무들을 흔들면서 말이죠.
한지은 독자 (중탑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