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희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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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어린이날! 어려웠던 시절 어린이에 대한 생각은 그저 작은 어른이었습니다. 예닐곱살부터 작은 고사리 손으로 어른들의 집안 일이나 들녘일을 도와야 했죠. 지금 아이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겠죠. 용돈을 준다고 해야 겨우 신발정리 방청소 등을 하니요. 물론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급식도 제대로 못 먹는 친구들도 있고 부모님이 안계셔 힘들어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죠.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몇년동안 간직하며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책이 있답니다. 이제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이 책이 유치할 지도 모르지만 가끔씩 읽어주지요.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황소 아저씨`란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황소 아저씨는 보릿짚에 주둥이를 파묻고 쌕쌕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어요. 새앙쥐 한 마리가 외양간 모퉁이 벽 뚫린 구멍으로 얼굴을 쏙 내밀었어요. 쪼그만 눈이 반짝반짝 했어요. 새앙쥐는 쪼르르 아저씨 등을 타고 저기 구유 쪽으로 달려갔어요. 황소 아저씨는 갑자기 등이 가려워 긴 꼬리로 세차게 후려쳤어요. 달려가던 새앙쥐가 후려치는 꼬리에 튕겨 그만 외양간 바닥에 동댕이 쳐졌어요. 새앙쥐는 하도 놀라 정신이 얼떨떨 했어요. 폭신한 보릿짚 덕에 다치진 않았지만 황소 아저씨가 굵다란 목소리로 물었어요.
``넌 누구냐?``
``저... ... .새앙쥐에요.`` 새앙쥐는 무서워 조그맣게 대답했어요.
``그런데 한밤중에 뭣 하러 나왔니?``
``동생들 먹을 것 찾아 나왔어요. 우리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황소 아저씨는 뜻밖이었어요.
``먹을게 어딨다고 남의 등을 타넘고 가니?``
``저쪽 아저씨 구유에 밥 찌꺼기가 있다고 건넛집 할머니가 가르쳐 줬어요. 앞으로는 아저씨 궁둥이 밑으로 돌아갈 테니, 제발 먹을 걸 가져가게 해 주세요.``
새앙쥐는 오들오들 떨면서 사정을 했어요.
``그랬댔니? 그럼 얼른 구유 안에 있는 거 가져가거라. 동생들이 기다릴테니 내 등때기 타넘고 빨리 가거라. 한번만으론 안 될테니 몇 번이고 배부를 때까지 가져가거라.``
구유 속엔 맛있는 찌꺼기가 많이 있었어요. 무조각도 있고 콩 조각도 있었어요. 동생들 넷이서 모여 앉아 언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요것 넷이서 나눠 먹어라. 내 또 가서 금방 가져올게.``
새앙쥐는 열네 번이나 황소 아저씨 등을 타넘었어요. 며칠 후 생앙쥐 동생들도 다 자라 볼볼 기어다닐 수 있게 되자 황소 아저씨는 모두 함께 와서 맛난 것을 실컷 먹으라고 하셨어요.
새앙쥐들은 황소 아저씨랑 사이좋은 식구가 되었어요. 황소 아저씨 등을 타넘고 다니며 술래잡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했어요.
``오늘부터 나하고 함께 여기서 자자꾸나.``
``예, 아저씨!``
새앙쥐들은 아저씨 목덜미에 붙어 자기도 하고 겨드랑이에서 자기도 했어요.
겨울이 다 지나도록 따뜻하게 따뜻하게 함께 살았어요. 부모를 잃은 작은 생앙쥐 형제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큰 황소가 있는 외양간 구유속을 몇 번이고 왔다갔다 하는 큰 언니. 잠자다 그 사정을 알고 자기 등을 넘어 구유속 찌거기를 갖다 먹으 라는 황소 아저씨. 결국은 작은 새앙쥐 형제들을 보고 같이 외양간에서 살자고 합니다. 그래서 외양간에는 새 식구가 늘고 따뜻한 외양간이 되었죠.
어려운 아이들을 따뜻이 보듬어 준 황소 아저씨,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먹을것 걱정 없이 행복하게 쉬는 새앙쥐 형제들... 생각만 해도 맘이 푸근해지는 모습 입니다. 그래서 황소 아저씨의 작은 외양간엔 강하다고 뽐내지 않고 약하다고 주눅들지 않는, 부모가 없다고 무시 하지 않는, 작은 장애가 있어도 따뜻하게 보듬을 줄 아는 그 세상 만큼은 어느 누구의 간섭 없이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 입니다. 제가 바라는 어른, 또 제가 바라는 세상 입니다.
황소 아저씨는 몸이 조금 가려워 꼬리를 내리쳤지만 작은 새앙쥐는 큰 일이 날 뻔 했죠. 어른들의 무심코 한 행동이나 말 들이 어린이들에겐 위협이나 두려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무심코 하고 말지요. 늘 반성은 하지만요. 또, 남들도 다 그래. 하는 생각에 빠져 살기도 하구요.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환경의 어려운 아이들을 보노라면 맘이 먹먹합니다.
우리 마을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밝은 얼굴이지요. 그러나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 하고 라면이나 빵 같은걸로 대신 하지요. 집에 누구라도 찾아 오면 그렇게 반가워 할 수 없습니다. 아빠는 너무 늦게 퇴근을 하셔서 같이 보낼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작은 마음 한번 따뜻한 말 한번에 그 아이는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나에겐 작은 관심일 뿐이지만 그 친구에겐 큰 기쁨처럼 보입니다.
조금의 관심에 큰 기쁨을 느끼는 아이들, 조금의 관심에 많은 변화를 보이는 아이들. 황소 아저씨의 그 소박한 맘이 부모를 잃고 불안에 떨고 있는 다섯 새앙쥐들에 큰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어 행복한 아이들로 자라 결국엔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죠.
주변을 보면 새앙쥐처럼 소년소녀 가장들이 많습니다. 이 친구들이 어린 나이에 왜 가장이 되어 가정의 일을 책임져야 하는지 사회가 어린이들에게 너무 큰 짐을 지어주는게 아닐까요? 물론 개인의 일일 수 있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일이겠지요.
이 책을 읽을 때 마다 황소 아저씨의 맘을 담자고 생각 하지만 현실이 맘 처럼 되질 않아 속상하기도 합니다. 즐거운 맘으로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어린이날이 슬픈 친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이 알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항상 주어진 현실에 감사히 여기며 어려운 친구들 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말을 한다거나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설명해 주어야겠죠! 또한 우리 어른들이 황소 아저씨의 맘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질 날이 빨리 왔음 좋겠습니다. 우리 친구들 행복한 어린이날 되세요!
학부모 이난희(김정선 평내초 4학년 기자 어머니)
이난희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