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전
책제목: 숙향전
출판사: 계림
지은이: 서유경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무척이나 빨리 변하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뚝딱! 건물이 한 개 생기고, 뚝딱! 없던 도로가 뚫려 차들이 쌩쌩 달린다. 이렇게 우리 사는 세상은 날마다 새로운 것 천지이고 우린 그 속에서 복잡하고 바쁘고 빠르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새로운 것만 좋아하는 것 같다. 새 차, 최신형휴대전화, 새 옷, 새 게임기, 새 책가방, 새 운동화, 노트, 연필, 새 것! 새 것! 새 것!
우리가 읽는 책도 마찬가지이다. 전래 동화나 고전 명작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새로운 책만 골라서 읽는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이제 11살이지만 새 것보다는 오래된 것이 좋다. 할머니, 또 할머니 대부터 내려와 어머니 손을 거쳐 내 손 때가 묻어 오래된 것일수록 정감이 간다.
그래서 우리 집엔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할머니 대부터 내려온 도자기, 접시, 항아리, 숟가락, 젓가락, 20년 된 자동차, 15년 된 호출기, 10년 넘은 냉장고, 세탁기, 그리고 책장을 가득 채운 고전들이다. 고전을 날마다 읽으면서 자라는 나는 우리의 옛날이야기에서 새로운 지혜와 슬기를 배우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도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는 멜로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는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때론 웃고 때론 눈물을 닦으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 많은 고전 중에서도 특히나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는 고전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숙향전이 제일 감동을 주었다. 옛날 조선시대 때 대박 멜로드라마였던 숙향전은 인간 세계와 천상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그리고 있다. 모든 일들이 주어진 운명에 따라 펼쳐지는 운명론적 혹은 숙명론적 세계관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 숙향이 고난을 당하고 이선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죽는 모든 과정은 숙향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운명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 정해졌겠구나! 지금의 부모님을 만나고 어느 유치원, 학교를 다니고 앞으로 대학교는 어디를 가고 직업은 무엇을 갖게 되고 누구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들이 말이다. 내 꿈은 선생님인데 내 운명 속에서 그 꿈이 정해져 있을까? 그리고 남편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숙향은 다섯 살 때 피난 가던 길에 부모를 잃고 장승상 부부를 만나 그 집에서 자랐으나 하녀인 사향으로부터 모함을 당해 쫓겨난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그렇게 숙향은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을 하고 후에 이선은 초왕, 숙향은 정렬왕비가 되어 슬하에 2남 1녀를 둔다. 자녀들은 모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높았고, 숙향 부부는 한 날 한 시에 세상을 떠난다.
나는 숙향의 운명을 보면서 그 운명 속에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욕심 없이 착하게 사니까 그때마다 하늘이 매번 돕는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나에게도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올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힘을 내어 착하게만 산다면 하늘이 분명 도울 거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내가 만약 조선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숙향의 좋은 친구가 돼 주고 싶다. 숙향을 돕는 많은 동물들과 사람들, 신들이 있었지만 친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숙향이 덜 외롭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고전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 고전은 우리가 알고 싶고 찾고 싶고 궁금해 할 많은 보물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 오래된 물건일수록 값어치를 높게 처 주는 것처럼 고전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나는 그 숨겨진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고전을 읽을 것이다.
임지수 나누리기자 (경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5학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