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현 독자 (김해장유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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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보름 정도 남은 9월 8일은 우리 마을 장날이다. 내가 사는 김해시 장유면 무계리에는 아직도 5일에 한 번씩 3과 8이 들어가는 날짜에 오일장이 열린다.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재래시장 장유 오일장을 찾았다.
벌써 추석을 맞이하여 시장에는 갖가지 과일과 생선, 야채 등이 펼쳐져 있었다. 얼마 전 태풍 곤파스와 말로의 영향으로 농작물의 피해가 컸던 탓에 과일과 야채 값이 많이 올랐다며 어머니는 걱정을 하셨다. 그러고 보니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의 장바구니가 다른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생선가게 앞에서 조기와 도미를 고르며 가격을 흥정하시던 아주머니는 몇 번을 망설이다 돌아가시기도 했다. 과일가게의 손님은 많이 오른 가격이 부담스러운 듯 사과와 배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그래도 백화점, 마트보다는 재래시장이 저렴하며 갖가지 다양한 물건들이 있고, 가격을 흥정할 수도 있다. 게다가 말을 잘하면 덤으로 더 얻을 수도 있고,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재래시장에는 여러 가지 볼거리와 재미가 있고, 맛있는 먹거리도 많다. 물건을 파시는 분들이나 구경 온 남녀노소 모두 이웃사촌처럼 정겨움이 느껴진다. 야채 가게 주인 아저씨는 야채 값이 올라 속상하다며 오이를 고르는 아주머니에게 오히려 미안해 하시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시장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장 여기저기를 구경하다 뻥튀기 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뻥 터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고소한 뻥튀기 냄새가 연기와 함께 입맛을 당겼다.
어묵을 직접 만들고 튀기는 모습이 신기해 한참을 보는데 어머니께서 어묵을 사주셔서 즉석에서 만든 어묵을 먹어보았다. 따뜻하고 쫄깃한게 꿀맛이었다. 그리고 나서 두부를 직접 만드는 곳에서 두부를 샀더니 비지를 한 주먹 덤으로 주셨다. 그리고 아주머니께서 직접 기른 콩나물도 샀다.
추석이 아직 보름 정도 남은 탓에 어머니는 건어물 가게에서 말린 문어, 오징어, 홍합, 명태 등을 보셨다. 나물은 시골에 계신 할머니께서 직접 캐시고 말려서 보내주신 고사리와 도라지가 있다며 안심하셨다. 추석 상에 올릴 과일과 생나물, 생선은 다음 장날에 신선하고 좋은 걸로 사야겠다고 하시곤 추석 대목이 가까워지면 가격이 더 오를까 걱정하시며 발길을 옮기셨다.
시장을 돌아서 나오는 길목에 할머니들께서 줄을 지어 앉아 계셨다. 할머니들 앞에는 갖가지 야채들이 담긴 작은 소쿠리가 있었다. 텃밭에서 직접 가꾸거나 들에서 캐신 부추, 상추, 고추, 산나물 등을 팔고 계셨다. 햇빛에 하루종일 구부리고 앉아 한 소쿠리에 천원, 이천원 씩 받으시면서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시멘트 바닥에 앉아 다리도 아프실텐데 그 모습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장을 보러 오신 마음 좋은 아주머니들께서 일부러 길가 할머니들의 야채를 사가시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할머니들을 보며 시골에 혼자 계신 친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맘 때면 할머니도 합천장에 알밤을 팔러 나가시기도 하기 때문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친할머니의 주름진 얼굴과 구부정한 허리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
‘일 년 열두 달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추석은 그 해 처음으로 거두어 들인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나누어 배부르게 먹는 즐겁고 기쁜 날이다. 사람들이 둥글고 빛이 가득 찬 보름달처럼 행복 가득한 추석이 될 수 있게 추석장의 시장 바구니가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이번 추석엔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차례를 지내게 된다. 할머니와 함께 예쁘고 맛있는 송편을 만들어 보고 싶다.
박서현 독자 (김해장유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