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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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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독자 (연지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42 / 조회수 :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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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학습장, 하동문학기행!

먼저 청와대 푸른누리 기자들과 독자들에게 내는 퀴즈 두 가지.


1. 질문 : 한 인간의 비극이 아니라 600여 명의 집단적 생명이 뭉뚱그려진 숙명을 그린 작품이며,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도 하기 전에’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은?

정답 : 토지


2. 질문 : 박경리 선생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아하신 세 가지는?

정답 : 소가 풀 뜯는 소리, 못 자리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 아이가 젖 삼키는 소리


지난 11월 7일 오전 8시경 우리 가족을 포함한 80여 명의 부산 시민들은 삼삼오오 국제신문 정문으로 모여 ‘하동문학기행’이라는 팻말을 단 차량에 탔다. 하동문학기행은 부산의 민족작가 요산 김정한 선생을 기념하는 요산 문학제의 행사의 한 부분이었는데 평소 문학을 사랑하는 엄마가 우리 가족을 위해 신청하셔서 참가하게 되었다.


2호차에 오르니 담당 가이드 선생님이 인원을 점검한 후 탑승 가족들에게 요산문학제에 관한 책, 김정한 선생의 단편소설 <사하촌>, <토지>의 작가 박경리를 찾아가는 하동문학기행과 간식을 주었다. 차 안에서 간식을 먹으며 일정표를 보았다. 오늘의 일정은 10시 40분경 평사리공원에 도착하여 섬진강변을 걷고 산채정식으로 점심을 먹은 후 화개장터로 가서 구경하고 악양으로 이동하여 ‘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 토지길’을 걸으며, 한옥체험관에서 강의를 듣고 평사리문학관과 최참판 댁을 관람하고 저녁을 먹은 후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도착은 밤 10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차 안에서 책을 펼쳐 보았다. 먼저 박경리 선생과 <토지>에 관해 읽은 글을 인용하고자 한다.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진주여고를 졸업한 선생은 1946년 김행도 씨와 중매결혼해 1남 1녀를 얻었지만, 전쟁 중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 홀로 키운 딸 김영주는 70년대 초 김지하 시인과 결혼했고, 박경리 선생은 사위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돼 옥고를 치르는 동안 딸의 가족 뒷바라지를 하면서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1955년 김동리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선생은 <김약국의 딸들>(1962), <시장과 전장>(1964) 등의 장편과 단편 <불신 시대> 등을 잇달아 발표했고, 마침내 그의 문학세계는 대하소설 <토지>라는 거대한 강물에 이른다.


박경리 선생은 1969년 월간 현대문학 9월호에 연재를 시작해 무려 25년 동안 여러 매체로 연재 지면을 옮기면서 200자 원고지 4만여 장에 걸쳐 한국문학사의 큰 산맥으로 남을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했다. 이 소설은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서 출발해 한반도와 만주, 간도까지 펼쳐진 광활한 무대를 오가면서 8.15광복을 맞기까지 격변기를 헤쳐 나간 한 민족의 생명력을 형상화하였다. 여주인공 최서희가 광복을 맞는 순간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이 소설의 제5부 ‘끝’은 우연인지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에 나왔다고 한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토지>는 그렇게 마무리된다.


소설 <토지>는 TV 드라마로 세 차례나 제작되었고, 그때마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우리나라 사람의 보편적 정서에 맞는 서사의 힘을 발휘한 소설이기도 하다.


선생은 환경운동에도 큰 관심을 쏟아 1993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우리는 자연의 이자로만 살아야지, 원금을 까먹으면 끝이야."라고 말해왔다. 타계하시기 직전 신작시 ‘옛날의 그 집’을 발표하면서 생의 말년에 얻은 무욕과 달관의 철학을 홀가분하게 노래했다. 그 마지막 부분은 이렇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모진 세월 가고/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시를 읽고 고개를 들어 보니 때마침 등산철이라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날씨와 풍경이 정말 맑고 아름다웠다. 휴게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가을산처럼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고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동생과 이야기도 하고 깜빡 졸기도 하는 사이 버스는 사람들을 평사리공원에 내려 놓았다.


그 날은 악양대봉감 축제기간이었다. 평사리공원을 잠시 뒤로 하고 섬진강 모래사장으로 뛰어들었다. 섬진강은 하동송림과 더불어 하동의 대명사이다. 재첩도 이 고장 것이면 알아주는데 과연 물이 맑아서 은어처럼 반짝거렸다. 어른들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아이들과 맨발로 뛰어다녔다. 모래는 부드러워서 발이 편안했다. 가족과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데 가이드 선생님이 예정에 없던 모래밭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하셨고 아버지들, 어머니들, 남학생들, 여학생들 한 팀씩을 만들어 팀별로 즉석 시합을 벌였다. 우리 엄마, 아빠는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으시고 우리들만 나갔다. 여동생 수경이가 1등을 하여 우리를 놀래켰다.

 
평사리 공원으로 돌아와 축제현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대봉감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가 되어가는 것을 증명하 듯 아시아계 사람들이 가게를 차려 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코코넛 열매를 파는 가게에 갓서 코코넛을 사서 빨대로 물을 빨아 먹었는데 코코아 맛이 날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덤덤하기만 했다. 이곳은 영화 ‘피아골’의 배경이 되었다고 비석에 써 있었다.


차량에 올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미 산채정식이 차려져 있었다. 우리는 허겁지겁 먹었는데 된장국과 계란말이가 가장 인기가 좋았다. 허기를 달래고 화개장터로 갔다. 화개장터는 섬진강 수운이 문을 열었던 때부터 영남과 호남을 잇던 곳에 사람이 모여들어 삼한시대부터 장터구실을 했다고 하며 1726년에 번성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시장이었다고 한다. 영호남이 어우려져 정감이 가득하고 김동리님의 소설 <역마>의 배경이며
조영남이 부른 노래 <화개장터>로 알려진 곳인데 이제는 교통과 유통구조의 발달로 쇠퇴의 길에 접어들자 1997년부터 4년에 걸쳐 복원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남았다. 특히 초가지붕과 검정고무신, ‘대장장이 집’이 인상적이었다. 옛날 ‘주몽’이라는 역사드라마에서 대장장이가 칼을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정말 대장장이가 여러 도구들을 만들고 있었다. 토속적인 시장을 복원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차를 타고 악양들판(평사리들판, 무딤이들판)으로 이동했다. 섬진강 500리 물길 중 가장 넓은 들인 이곳은 무려 83만여 평(여의도가 약 90만 평이니 악양들판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에 이른다. 차에서 내려 길게 뻗은 박경리 토지길을 걸었다. 이정표에는 800m라 되어 있었으나 최참판 댁까지 가려면 1km 이상은 걸어야 했다. 이렇게 긴 길을 걸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좌우로는 평평한 들판이 막힘 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3대에 걸친 만석지기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이 땅을 경영했을까? 동생과 장단도 치면서 걷다 보니 우리가 제일 늦었다. 가이드 선생님이 ‘부부소나무’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고 우리를 불렀다. 이 두 그루의 소나무는 금실이 아주 좋아 정월 대보름이면 악양 사람들은 이곳에서 소원을 빈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나도 잠시 소원을 빌어보았다. 잠시 쉬면서 가이드 선생님은 평소 박경리 선생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아하셨던 소리 세 가지가 뭔지 퀴즈로 내셨다. 우리는 이미 차 안에서 이것을 달달 외웠었다.

 
-소가 풀 뜯는 소리, 못 자리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 아이가 젖 삼키는 소리. 이 모두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말씀이다. 엄마도 아빠도 다 공감하셨다. 우리 입에 밥 숟가락 들낙날락 하는 것이 기쁨이라고 엄마는 늘 말씀하시곤 했으니까.


설명을 듣고 길을 꺾어 다시 걸었는데 아주 놀라운 것은 다른 곳에서 보니 두 그루의 부부 소나무가 한 그루처럼 보이는데 마치 한 그루가 다른 한 그루를 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토지길, 그 먼 길을 따라 한 시간 넘게 걸어서 한옥체험관으로 갔다. 한옥체험관은 박경리 선생이 후배 작가들에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제공하는 장소라고 했다. 물론 밥 세 끼도 무료라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평사리 문학관장으로 계시는 시인 최영욱을 초청하여 박경리 선생과 토지문학이야기를 들었다. 아빠들에게는 화개 차와 떡을, 우리들에게는 떡과 퀴즈를 주셨다. 그리고 퀴즈에 당첨된 사람들에게는 문화상품권, 대봉감 등을 주시기도 했다. 아쉽게도 나는 놓치고 말았다.

설명을 들은 후 평사리문학관을 관람했다. 평사리문학관은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최참판 댁과 연계하고 지리산 문학과 지리산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시간이 많지 않아 일일이 읽어보지 못하고 바로 최참판 댁을 관람했다. 물론 이곳은 소설 속의 장소이지 실제 최참판이나 서희가 살던 곳은 아니다. 소설에 나오는 장소를 가늠하여 이쯤에다 재현해 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서희가 소리를 치고 나올 것만 같다. "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 조준구를 노려보며 내뱉던 서슬퍼런 최서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소설에 나오는 여러 마을 사람들과 소작인들의 집도 가보았다. 초가집은 주인이 살지 않아서인지 한결같이 힘들고 초라해 보였다. 집집마다 들어가서 방문도 열어오고 부엌문도 열어보았다. 토끼와 닭이 있는 집도 있었다. 허물어져 가는 집들을 보니 구한말의 격동기를 몸소 체험하는 느낌도 들었다. 최참판 댁에서 내려다보는 악양들판은 추수가 끝나 좀 쓸쓸해 보였다. 벌써 어둑어둑해져 주차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엄마랑 차 안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오래 전 나를 임신했을 때 이미 이곳을 다녀 가셨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토지>를 다 읽으신 후에 말이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최참판 댁은 짓지 않은 상태라 하셨다. 오늘 감회가 남 다른지 엄마는 분위기를 잔뜩 타시는 듯 했다. 언젠가 나도 <토지>를 읽고 여기 다시 오면 색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을까?

 
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원래는 재첩국을 먹기로 되었는데 김치찌개가 차려져 있었다. 달고 맛있었다. 다시 차에 올라 견학기록문을 작성했다. 달리는 차에서 적으려니 글자가 비뚤비뚤 했으나 글 쓰기 싫어하는 아빠와 막내 수경이까지 다 적었다. 그리고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국제신문 정문에 도착해 있었다. 밤 10시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멋진 추억을 만든 하루였다.

이종승 독자 (연지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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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현
목포중앙여자중학교 / 1학년
2010-12-19 19:31:36
| 하동 문학기행 저도 같이 갔다온것 같습니다. 음악소리만 좋은줄 알았는데 박경리 선생님의 3가지 소리에 다시한번 귀 기울여 봅니다.(소가 풀 뜯는 소리, 못 자리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 아이가 젖 삼키는 소리)
전현환
대륜중학교 / 1학년
2010-12-20 19:51:32
| 하동에 정말 볼거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나중에 한번 가보고 싶구요.
심서영
봉림중학교 / 1학년
2010-12-27 10:39:24
| 저도 화개장터에 가봤었는데 다른 곳은 아직 안갔어요~^^ 기사를 아주 흥미롭게 쓰셔서 꼭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사 잘 읽었구요~추천합니다.
박주현
민백초등학교 / 6학년
2010-12-28 19:08:42
| 지난 여름 휴가에 식구들이 다녀온 곳이라 반갑군요. 최참판댁 갈때 아빠께서 길을 못찾아 겨우 도착했는데 비가 와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했거든요.화개장터랑 쌍계사,그리고 계곡에서 물놀이 한 생각도 나요.
최희
청심국제중학교 / 1학년
2010-12-28 20:14:35
|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숨까쁘게 재미있게 읽다가 중간쯤 가면 내용이 많이 어렵더라구요. 등장인물이 많고 역사적인 배경이 없어니까 이해하기도 어려워서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이번 방학 때 다시 도전해서 토지를 다 읽고 평사리를 방문해 봐야 겠습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노연정
구룡중학교 / 2학년
2010-12-28 22:37:11
| 정말 볼거리가 많은 하동이네요^^ 저희 이모부의 고향이신데, 이번 방학 때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정말 꼼꼼히 기사를 작성하셨네요! 잘 읽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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