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김정수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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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제천
수제천(壽齊天)은 궁중에서 정재(궁중무용)의 반주나 임금의 행차 등에 연주하던 궁중음악으로서, 아름다운 가락과 화려한 음향의 장중한 멋이 두드러지는 한국음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곡입니다. 수제천이란 곡명은 음악을 듣는 이에게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죠. 향피리, 대금, 해금, 소금, 아쟁, 장구, 좌고 등 관악기 중심으로 편성하여 연주하며,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량이 크고 주된 가락을 맡는 향피리가 연주를 하다가 쉬면 그 뒤를 당적, 대금, 해금, 아쟁 등의 악기가 받아서 가락을 연주하는, 바꿔 말하면 마치 가락을 주고받는 듯이 연주하는 ‘연음(連音) 기법’을 특징으로 꼽습니다.
2. 가야금산조
산조는 민속기악 독주 형식을 말합니다. 즉 가야금산조란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산조가 되겠죠. 조선후기 시나위와 판소리를 토대로 만들어진 음악으로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등 악기 저마다의 산조가 있습니다. 또한 각 산조마다 음악적 짜임새가 다르며 이를 짠 연주자에 따라 ‘~류 가야금산조’, ‘~류 거문고산조’ 하는 식으로 구분합니다. 장구 또는 북이 반주하고 빠르기가 느린 장단(진양조)으로 시작하여 점차 빠르게 진행되며, 연주자의 뛰어난 기량과 독창적인 해석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예술음악이죠.
3. 사물놀이
사물놀이가 사물(四物), 즉 꽹과리, 장구, 북, 징의 네 가지 악기 놀이(연주)라는 의미라는 것을 모르는 친구들은 아마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물’이라는 말이 원래 절에서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치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 네 가지를 가리키는 말이며, 풍물놀이에서의 중요한 네 가지 타악기만으로 연주하는 새로운 음악형태에 이 용어를 빌려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친구들 역시 거의 없을 테죠. 사물놀이는 전통적인 풍물놀이를 바탕으로 1978년 새롭게 탄생한 음악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야외에서 수십 명의 연주자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연주하던 풍물놀이를, 실내 무대에서 단 4명의 연주자만이 앉아서 연주하는 형태로 바꾼 것이 사물놀이랍니다. 그 역사는 다른 음악에 비해 너무나 짧지만 네 가지 타악기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감동과 힘찬 기운 때문에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유명한 국악갈래가 되었죠.
4.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와 같은 옛 시조가 원래 ‘노래’였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운율을 지니고 있는 시조를 장구 반주 또는 대금, 해금, 피리, 장구의 반주로 노래하는 성악 형식도 ‘시조’라고 한답니다. 시조에는 초장, 중장, 종장 형식의 시조를 높지도 낮지도 않는 가락으로 부르는 평시조를 비롯해, 노래의 앞부분을 높이 질러내며 부르는 지름시조나 시조를 촘촘하게 엮어내듯 부르는 사설시조 등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5. 판소리
판소리는 이야기 구조로 짜여져 있는 노랫말로 노래하는 ‘소리’, 그리고 마치 이야기를 전달하듯이 표현하는 ‘아니리’, 소리와 노랫말의 내용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발림’, 그리고 북 반주를 하는 고수나 듣는 청중들이 던지는 ‘추임새’가 한데 어우러지는 성악 갈래입니다. 현재 전하고 있는 판소리에는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5바탕이 있죠. 소리꾼은 판소리가 지니고 있는 음악의 길을 터득하고 생소리로 다채로운 선율과 시김새를 표현해야하며, 이야기의 극적 긴장과 이완을 표현해야하므로 오랜 공력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렇듯 고된 독공(獨功)을 거쳐 소리꾼으로서의 기량을 터득하는 것을 ‘득음’이라고 하며, 득음한 소리꾼을 ‘명창’이라고 합니다.
국립국악원 김정수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