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교수 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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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어린이들이 밖에 나와 뛰어 노는 모습을 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놀이터 옆을 지나갈 때도 보이는 것은 아이들을 기다리며 외롭게 매달려 있는 그네와 빈 미끄럼틀뿐,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나 웃음소리는 없습니다. 학교가 끝나도 곧장 학원에 가야하는 아이들에겐 신나게 뛰어 놀 마음의 여유나 시간적 여유도 없어 보입니다. 어쩌다 시간이 난다해도 어린이들은 밖에 나가 노는 것이 아니라 실내에서 주로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실내에서 혼자 하는 놀이는 여럿이 함께하는 바깥놀이에 비해 신체의 움직임이 매우 적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혹은 게임을 할 때는 화면을 주시하며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손만 움직이기 때문에 신체는 점점 약해지고 눈도 나빠집니다. 또한 혼자 놀다보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없으므로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사회적 기술이 많이 떨어집니다. 특히 텔레비전의 프로나 게임은 재미있게 만들어져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번 빠지면 고치기 어려운 습관이 되어버려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해 일상생활을 망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만 잠간씩 할 수 있는 굳은 의지가 없다면 되도록 멀리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놀이입니다.
보통 게임은 머리를 좋게 한다고들 하지만 그것은 실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며,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승부욕, 공격성 그리고 스트레스만 자라게 합니다. 한편,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화면처럼 밝은 빛에 오래 노출이 되면 호르몬의 분비로 요즈음 급증하는 어린이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성조숙증은 성인과 같은 신체의 증상이 어린 나이에 나타나는 대신 키가 자랄 수 있는 기간이 단축됨으로 성인이 되어도 평균 키에 미치지 못하게 됩니다.
초등학생 시절은 키가 많이 자라고 운동능력이 제일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되도록 신체를 많이 움직이는 놀이나 활동이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 같이 뛰어다니는 놀이가 바람직하지만 차가 많이 다니는 동네에서는 조심을 해야 하겠지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그네나 미끄럼, 시이소 등을 타는 것은 그래도 안전합니다. 고학년이 되면 좀 더 힘이 필요한 말타기 놀이를 할 수도 있으며 협력이 많이 필요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도 좋습니다. 학교운동장이나 공원을 사용할 수 있을 때에는 야구나 축구, 농구 등 공놀이가 신체의 단련뿐만 아니라 협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놀이가 될 것입니다.
논다는 것은 얼핏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놀이는 성장을 위한 필수입니다. 노는 동안 어린이들은 신체적 발달은 물론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이루게 됩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규칙을 배우고, 싸움과 중재도 배우며, 양보와 협동심도 배웁니다. 놀이동산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은 재미는 있지만 수동적 활동입니다. 그러나 또래가 어울려 놀면서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능동적이며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의력의 시작이 됩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뇌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몇 가지씩 사교육을 받고 있는 동안 지구촌의 다른 나라 어린이들은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며 창의력을 키우고 담력을 키우며 협동심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의 어린이들과 함께 어깨를 겨루며 살아야 할 우리나라의 어린이들도 멀리 다른 나라의 아이들처럼 신나게 뛰놀며 해맑은 웃음소리로 동네를 떠들썩 하게 할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동덕여대 교수 우남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