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리아 기자 (서울길음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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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너무나도 좋아서 그만 잠이 오려고 해요. 내가 게으르다고요. 아니에요. 나는 결코 게으르지 않아요. 나는 평생을 쉬지 않고 일했답니다. 어떤 일을 했냐고요? 뭐랄까, 나는 사람들의 꿈을 이루는 일을 도왔지요. 첫 번째로 나를 만난 사람은 아주 이른 새벽부터 나를 필요로 했답니다. 그 사람은 하루도 쉬지 않고 나를 일하게 한 사람이었어요. 어쩔 때는 정말 너무 갑갑하고 더워 죽을 것만 같았죠. 하지만 나는 단 한마디도 불평하지 않았어요. 왜냐고요? 내가 그 사람을 돕지 않으면 그 사람은 꿈을 이룰 수 없으니까요. 결국 그 사람은 법관이 되겠다는 꿈을 이뤘지요. 꼭 내 덕분만은 아니지만 나는 으쓱했어요.
시간이 지나 나는 두 번째 사람을 만났지요. 그 사람은 아주 괴팍했어요. 툭하면 나를 발로 차거나 넘어뜨렸죠. 하지만 난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어요. 그냥 그 사람의 화가 가라앉기만을 늘 기다리곤 했죠. 그 사람의 꿈은 시인이었어요. 시가 잘 써지지 않는 날이면 그 사람은 불같이 화를 내곤 했어요. 그래도 그 사람의 시는 아주 아름다웠죠. 시가 잘 써지는 날이면 그 사람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내게 붙어 종이에 글자를 채워나갔답니다. 괴팍하긴 했지만 나를 위해 시를 써준 적도 있어요. 다행히 그 사람도 그렇게 열심히 시를 쓰더니 지금은 아주 유명한 시인이 되었어요.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싶다던 그 사람의 꿈이 이루어진 거죠. 하지만 그 사람도 유명한 시인이 되자마자 나를 떠나갔어요. 그 사람이 떠난 후에야 나는 알았지요. 내 몸이 삐거덕거릴 만큼 많이 상했다는 것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거리의 마술사였어요. 그 사람은 온종일 나를 바깥에 세워두었죠. 그 덕분에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았고,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맞아야 했지요. 하지만 난 참았어요. 왜냐하면 거리의 마술사인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이 눈을 맞고, 비를 맞았으니까요. 마술사는 거리가 아닌 근사하고 따뜻한 건물 안에서 마술을 하는 게 꿈이었지요. 마술사는 그 꿈만을 꾸며 열심히 내 곁에 붙어 마술을 부렸어요. 어쩔 때는 나를 사라지게 하는 마술도 부리곤 했죠. 어느 날 배가 많이 나온 어떤 사람이 마술사를 데려갔어요. 아주 커다란 마술회사에서 거리의 마술사를 스카우트해간 거죠. 너무나 기분좋아하던 마술사는 마술도구만 챙긴 채 그 사람을 따라갔지요. 그리고 나는 버림받았죠. 하지만 난 별로 슬프지 않았어요. 언제나 그랬으니까요. 뭐, 또 다른 주인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난 지금 이렇게 쓰레기장으로 오고 말았어요. 사람들은 날 ‘낡고 고장 난 의자’ 라고 불러요. 어떤 사람들은 아주 무례하게도 나를 ‘고물’ 이라고도 부르죠.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쁘지만 그래도 꾹 참고 있답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최리아 기자 (서울길음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