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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9월 20일

동화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박서영 기자 (손곡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63 / 조회수 :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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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언니들- 7화

1시 50분이 되었다. 나는 6-7반 교실 문을 눈앞에 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소정이한테 간다고는 말했지만 과연 그곳에서 나를 받아주기나 할까? 더군다나 나는 오늘까지만 해도 언니들한테 혼난 아이였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른들이 보면 “어린 것이 웬 한숨이냐"라고 하시겠지만 나는 지금 너무 힘들었다. 합창부에 가면 힘들 것이고, 또 합창부에 가지 않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시 바로 잡았다.

‘정신 차려, 최유나! 여기서 머뭇거릴 시간 없잖아. 그냥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너무 떨렸다. 그래서 홀로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졌다.

‘자, 들어간다. 하나, 두울, 세엣-!’

내가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려고 했는데 그 전에 합창부 선생님이 먼저 등장하셨다.

"유나구나.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빨리 들어오렴. 기다리고 있었단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무슨 문을 박차긴 박차, 이 바보야. 휴, 그래도 선생님께서 나오셨으니까 망정이지 안 오셨으면 큰일 날 뻔 했네.’

그러나 나는 내심 안심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고민한 것을 아시는지 미소를 지으시더니 합창부원들을 둘러보며 말하셨다. 교실 안은 40명의 합창단원들로 꽉 차 있었다.

"자, 합창부원들 모두 다 모였지? 4학년들과 5학년들도?"

아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소정이를 찾아 옆자리에 앉았다. 합창단원들을 둘러보다가 눈에 익는 사람이 보였다.

"언니!"

언니는 손을 흔들고 활짝 웃었다. 곁에 있던 언니 친구들은 웅성거렸다.

"네 동생이야?"

"너 진짜 많이 닮았다."

“아, 나 저 아이 알아. 노래 솜씨가 대단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나는 소프라노로 배정 받아서 다행히 소정이와 같이 앉았다. 소정이는 나와 속닥거렸다.

"너... 악보 받았니? 이 노래, 산울림이라는 곡이야. 굉장히 좋대."

"으응... 그래? 그런데 나 악보 아직 못 받았어."

"그럼 내가 빌려주지 뭐. 우린 친구잖아?"

아직은 관계가 서먹서먹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최대한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합창부가 끝나고도 자꾸만 소정이의 말이 생각났다.

‘우린 친구잖아?’

어쨌든 우리는 소정이의 말대로 ‘산울림’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마치 숲속의 꾀꼬리가 지저귀는 듯 한 소리였다. 신입 합창부원들은 서툰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나갔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6학년들은 풍부한 성량으로 노래를 아름답게 소리로 보태주었다.

"저 푸른 나무 잎은- 어디 숨어 있나..."

약 30분쯤 지나자 소리가 맞춰졌다. 우리 소프라노의 음은 멜로디를 그대로 따라 부르면 되지만 나머지 메조와 알토의 음은 무척 어려웠다. 그렇게 첫 번째 연습을 마치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모두들 수고했어. 앞으로는 연습을 더 탄탄히 할 테니까 준비들 하고. 내일 오전 8시 10분에 대강당에서 모이기로 하고 해산해!"

모든 부원들이 교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나는 소정이와 집을 가는 길에 말하였다.

"소정아, 이 연습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

"그러게. 내일은 어떨까?"

우리는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집이 달라 정문에서 헤어졌다. 가는 도중 언니를 만났다.

"어, 언니!"

언니는 웃고 있었다. 속이 거북할 정도로. 왜 이러지? 아침엔 안 그랬는데 말이다.

"어...언니, 왜 그렇게 웃어?"

"그냥, 조금 웃겨서. 아침에 나랑 한판 붙고 합창부에는 날라리 언니들이 아주 많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누구더라? 그리고 어떻게 그 아이가 어떻게 싫다고 한 합창부에 하루 만에 올라왔을까, 하는 생각?"

나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사실이었다. 나는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합창부에는 날라리 언니들이 아주 많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합창부에 들어온 것이다.

"어, 어떻게 언니가 그걸 알아? 언니가 내 생각을 알아?"

"아주 잘 알지. 너는 원래 합창부에 오기 싫었고, 소정이의 추천으로 온 거잖아?"

"뭐어? 그래, 나 원래 합창부에 오기 싫었어! 그런데 뭐 어쩌라고, 나한테..."

우리는 그렇게 침 튀기는 말싸움을 하다가 잠시 휴전을 했다. 언니와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러다가 언니가 말 한마디를 꺼냈다.

"그런데, 어땠니. 합창부 첫 연습?"

"나쁘진 않았어. 그런데 언니는 좋겠다."

언니는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왜?"

"언니는 우리 소프라노 리더잖아."

언니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 자리도 올라오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 나도 4,5학년 때 고생해서 이 자리까지 온 거라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아마 힘들 거야. 많이. 오늘 선생님이 계셔서 그런 것인데, 선생님만 안 오신다하면 그때부터 힘든 하루가 시작되는 거야."

그 말을 들으니 진이 빠졌다.

"힘들겠지? 걱정 마. 내 위에는 언니가 없는데 네 위에는 이 위대한 언니가 있으니까."

언니는 가슴을 팡팡 두들겨 보았다. 아, 언니가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다니! 나는 가슴 한 쪽이 찡해오는 것을 느꼈다. 봄이라서 그런지 꽃냄새가 아주 향긋했다.

박서영 기자 (손곡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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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민
금당초등학교 / 6학년
2012-09-07 21:16:18
| 좋은 날나리 언니네요??
박서영
손곡초등학교 / 5학년
2012-09-09 12:25:56
| 휴...한 화씩 써갈 수록 뒷 페이지로 올려져 있는 걸 보니 저는 정말 글쓰기에 소질이 없나봐요...
정지연
서울중평초등학교 / 5학년
2012-09-09 13:52:46
| 아니에요. 박서영 기자님.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인걸요^^ 매편마다 읽고 있어요^^
최윤정
한밭초등학교 / 4학년
2012-09-16 17:59:38
| 참고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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