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서 독자 (이천송정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85 / 조회수 : 1649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추석! 하지만 추석을 보내러 가는 길은 그 설레는 마음을 싹 가시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은 단양에서 추석을 보내기 때문에, 3시간 정도는 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합니다. 물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가족의 수가 많고 또 비교적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자가용을 이용합니다. (자동차의 경우, 출발하는 곳에서 도착하는 곳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데, 이것을 문전연결성이라고 한답니다.)
요즘은 네비게이션(GPS)의 사용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가 참 편리해진 것 같습니다. 일단 잘 모르는 지역을 갈 때에 길을 쉽게 찾아갈 수가 있고 대부분의 네비게이션의 경우에는 텔레비전이나 음악기능 등 다양한 놀이거리가 있어서 어떨 때는 지루해질 수 있는 추석 귀경길을 즐겁게 해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고속도로를 통해서 이동하는 저희 가족의 경우에는, 네비게이션을 마냥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네비게이션을 통해서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게 되면, 운전하는 아빠가 집중력을 흐릴 수도 있고 자칫하면 즐거운 민족 대명절, 추석에 안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귀경길 차 안에서 보다 특별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름하여 ‘이미지 게임’이라는 것인데요. 푸른누리 기자분들과 친구여러분들은 이 게임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요? 똑같이 공통의 질문지를 만듭니다. 질문은 그리 길지 않아도 되요. 5~6개 정도의 질문이면 2~3시간은 금방 지나간답니다.
예를 들면, “나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또는 “가장 민망했던 순간은?”과 같은 질문을 만들어서 각각 종이에 미리 적어 사람 수대로 준비를 해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별도의 종이에 이미지와 관련된 질문을 또 만듭니다. 예를 들면, “금방 대답한 사람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은?” 또는 “금방 대답한 사람이 가장 무서워할 것 같은 것은?”과 같은 질문을요. 모든 것이 다 준비되면, 게임은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앞좌석에는 운전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뒷자석에는 제가 타게 되지요. 그러면 아버지가 먼저 여러 질문 중에 하나를 답하십니다. 질문은 단답형으로 끝나는 질문이 아니라 자기가 옛날에 겪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야만 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리지요. 하지만, 평소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나 들을 수 없던 이야기들을 듣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정말 이 게임은 끝이 없도록 재미있습니다.
언제 제가 아버지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나 초등학교 때 숙제 때문에 고민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겠어요? 일상생활에서는 그럴 여유가 많이 없잖아요. 아버지의 답변이 끝나면 다음 차례인 엄마가 이미지 질문지를 뽑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금방 답변을 한 사람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은?”이라는 질문을 뽑으면 어머니가 거기에 답변을 하고 다시 질문지로 돌아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이미지 게임을 통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고 또 이야기를 하다가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생각나면서 우리 가족의 귀경길은 정말 ‘가족’이란 무엇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화합의 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슬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푸른누리 친구들도 이번 추석 귀경길에 이미지 게임 한번 해보세요!
장휘서 독자 (이천송정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