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린 독자 (동경한국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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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에도(동경의 옛 이름)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지역 카와고에에 갔다. 토쿄에서 전철을 타고 1시간 정도 가서 역에 내리면 가게들이 쫙 펼쳐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옛날 토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카와고에 거리풍경이다.
한국에서 옛날에 가 본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인터넷에서 본 북촌 한옥마을 같은 경우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집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데 반해 카와고에의 경우는 상점이 많이 남아 있어 좀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 거리의 가장 중앙에 대표적인 것이 ‘토키노 카네(時の鐘)’라는 종인데, 예전에 에도 막부가 시간이 되면 종을 울려 사람들에게 시간을 가르쳐 주던 걸 보고, 카와고에의 영주도 종을 설치해 일정 시각이 되면 울렸던 것이 지금까지도 남아 하루에 4번씩 울려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이 거리를 다니면서 3시에 울리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창고 건물에 들어서 있는 여러 상점들을 쭉 지나치며 우리는 그 중에서 야키토리(닭꼬치), 센베이(일본의 쌀과자), 쯔케모노(일본의 야채절임), 콩, 그릇. 칼 가게 등을 둘러 봤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오래 전부터 전통을 이어 오고 있는 물건을 팔고 있었다. 옛날 것을 구경해 보려는 마음으로 온 사람들로 분위기가 약간 소란스러워서 역시 시장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많은 상점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과자 가게다. 원래 에도 중기의 2, 3채의 과자 가게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10채도 넘는 가게들이 손수 만든 형형색색의 과자, 사탕을 팔며 옛 골목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맛있는 과자를 먹어서 즐겁고, 어른들은 옛 생각을 하며 아이들과 과자를 살 수 있어서 즐거움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도 엄마, 아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으며 불량식품이라 불리는 여러 과자를 골라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이 곳 카와고에에서 아주 유명한 사자춤도 운 좋게 앉아서 구경할 수 있었는데 절의 정자 비슷한 곳에서 열렸다. 큰 북,피리 등의 소리와 함께 사자춤이 진행되었는데 탈을 쓴 사람들이 나와서 대사는 읊지 않고 무언으로 춤만 추는 것이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인력거를 타며 거리구경과 더불어 공연 구경도 하고 있었다. 난 그것들을 보며 참 옛날 문화도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구나, 하고 느꼈다. 전통건물과 전통예술을 같이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또한 어느 강 가까이에 갔을 때 행진 모습을 보았는데 아이들도 함께 사자춤을 추며 행진을 하였다. 이 행렬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3발 앞으로 가고 2발 뒤로 가는 방법으로 걸었기 때문에 걷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여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다 화려하거나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얼굴이어서 격식을 차리는 것 같아 보였다.
한편,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 중에서 경치가 좋은 데를 골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름답게 그림을 그려 작품을 팔기도 했다. 그리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언제까지나 이 풍경들을 남겨 놓고 싶은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혜린 독자 (동경한국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