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독자 (초당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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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내 머릿속에도 추억상자가 있다. 이 상자에는 내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것, 또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들어간다. 바로 그 상자 안에 고정욱 작가님과의 소중한 만남이 추가되었다. 사실 작가님과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지난 여름 용인시에서 주최하는 독서캠프에 참가했었는데 그때 주제 강연을 해주신 분이 고정욱 작가님이셨다. 작가님은 훌륭한 동화 작가로, 또 1급 장애인으로서의 역경을 이겨내신 생생한 삶으로 우리에게 꿈과 도전을 심어주셨다. 꼭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우리 학교 독서주간 초청강사로서 와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고정욱 작가님은 한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스스로 걷거나 서지 못하시는 일급 장애인이시다. 그런데 강의를 하러 오시는데 보니 도우미 없이 혼자서 차를 운전하고 오신 것이 아닌가? 차량은 장애인을 위해 특수하게 개량된 차로 가속기와 브레이크가 손으로 조작하게끔 되어 있었다. 몸은 불편해도 매우 강인한 분이라 느껴졌다.
고정욱 작가님이 우리 학교 시청각실에 오시기 전,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술렁거렸다. 대부분 ‘작가님이 어떻게 생기셨을까?’, ‘성격은 좋으실까?’라는 내용 등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몹시 마음이 설레서 그랬을 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마음이 설렜지만 꾹 참고 조용히 있었다. 드디어 고정욱 작가님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셨다. 강의 제목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였다. 강연 도중 조금씩 퀴즈를 내셨다. ‘세상의 모든 인간이 바라는 것은?’이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좀 까다로웠다. 답은 ‘행복’이었다. 그리고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은 교육, 직업, 결혼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현재 작가님의 꿈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 죽는 날까지 5백권의 책을 내는 것! 둘째, 세계 100개 나라에 책을 내는 것! 마지막으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이라 하셨다. 이렇게 가는 곳마다, 강연하실 때마다 꿈을 분명하게 말씀하시니 정말 그 꿈이 이뤄질 것만 같다. 나도 나의 꿈을 써 보았다. 우리나라를 빛내는 주 네덜란드대사가 될 것이라고.
강연을 마치고 고정욱 작가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과 최근 근황을 여쭈어 보았다. 날렵하면서도 명쾌한 답변이 이어졌다. 역시 작가시다.
1.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배려와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따듯함을 느낍니다. 혹시 믿으시는 종교가 있으신가요?
- 천주교입니다. 아내가 천주교신자였는데 결혼하려면 천주교신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아내가 나와 결혼을 약속해주었기에 나도 아내의 요구를 받아들여 천주교신자가 되었지요.
2.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쉽지 않을 텐데요. 과거에 비해 좋아진 점과 아직도 여전히 불편을 느끼시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장애인을 덜 구경해요. 예전에는 장애인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 구경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쳐다보진 않아요. 그러나 장애인이 어디든지 마음대로 다니려면 아직 편의시설이 잘 안되어 있어서 그런 부분이 불편해요. 앞으로 더 좋아지길 기대합니다.
3. 170여 권의 책을 쓰실 정도로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그 많은 작품들 가운데 특별히 애착을 느끼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 ‘아주 특별한 우리 형’입니다. 제일 처음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더욱 용기를 가지고 동화를 쓰게 되었지요.
4. 작가님께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어떤 책인가요? 또 현재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동화를 쓰는데 가장 영향을 끼친 책은 ‘톰소여의 모험’이지요. 어렸을 때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 동화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현재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돌아가셨지만 마더 테레사예요. 죽어가는 사람들을 아무 대가 없이 치료해주고 사랑해주신 부분이 존경스러웠어요.
5. 요즘 차기 작품으로 구상하고 계신 작품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이웃과 나누는 이야기! 어떻게 하면 잘 나눌 수 있는 지 고민하면서 책을 쓰고 있어요.
6. 마지막으로 어린이 동화 작가로서 이시대 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고 어린이들에게도 ‘이것만은 꼭 강조하고 싶다’라는 내용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 엄마들은 어린이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제발 텔레비전이나 연속극만 많이 보지 말고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아빠들도 술 좀 그만 먹고 집에 일찍 들어와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같이 운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들도 게임이나 노는 것에 너무 관심을 두지 말고 책을 항상 생활화 해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은 자신의 책을 많이 가지고 오셔서 우리들에게 선물로 주셨다. 나는 ‘선플특공대’를 받았는데 너무나 재미있게 읽고 또 읽었다. 악플이 가득해지는 세상에 선플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내용이었다. 선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 꾸시고 그것을 동화로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고정욱 작가님의 삶이 소중한 보석같이 여겨졌다.
이혜민 독자 (초당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