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서 기자 (동안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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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금요일, 이틀동안 비가 온 후여서 그런지 맑고 상쾌한 날씨였다. 파릇파릇 돋아난 나뭇잎들과 활짝 핀 봄꽃들은 들뜨고도 떨리는 나의 마음을 표현해 주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이번 인터뷰에 참가한 이유는 중앙일보에서 일주일에 1번 같이오는 청소년을 위한 <틴틴중앙> 이라는 어린이 신문이 있는데, 그 신문에서 본 기사 중 규방공예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규방공예 작품(전통공예품) 이 일본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과 해외에서는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기만 하는 현실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렇게 우리의 손끝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세상에 둘도 없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면 우리 스스로가 먼저 우리 문화를 알고 어려서부터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참여해 보고 우리 전통공예를 한걸음 더 가까이에서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을 뒤로하고 지하철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청와대 사랑채로 향하는 골목길은 여유롭고 마치 세상에서 떨어져 있는 길 같았다. 한적한 분위기와 인왕산의 맑은 공기가 내 마음 또한 차분하게 해 주었다.
사랑채에 들어서 편집진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름표를 목에 거는 순간 차분해졌던 나의 마음은 다시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로 가득찼다. 정옥희 선생님께서 시연하시고 계시는 마루 위에 올라가서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선생님 둘레에 앉았다. TV에서나 보던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것 같기도 하고 정옥희 선생님의 미소를 보니 친근하게 느껴지는것 같기도 했다.
우리들의 긴장을 풀어 주시기 위해서 였을까, ‘핸드폰 걸이 만들기’를 먼저 했다. 귀주머니 모양의 향낭을 만들었다. 뜨게질 바늘이 아닌 진짜 뾰족한 바늘이었다. 손을 찔릴까 무섭기도 하고 이런 진짜 바느질은 처음이라 잘 할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정옥희 선생님께서는 바늘귀에 실도 끼워 주시고 바느질 하는 방법(홈질)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쉽게 귀주머니 모양의 향낭을 만들 수 있었다. 내가 만들었다고 믿어지지 않는 정말 그럴듯한 핸드폰 걸이였다. 각자 만든 향낭에서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기자: 선생님께서는 언제, 어떤 계기로 규방공예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옥희 선생님: 외할머니께서 한복감을 판매하는 직업을 가지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바느질을 하면 일을 많이 하고 고생한다고 생각하신 친정어머니 때문에 못하다가 15년 전에 다시 시작했어요.
기자: 규방공예에는 천연염색을 한 천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선생님께서 직접 염색 작업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염색할 때에 필요한 천연제료들은 무엇이 있나요? 또, 천연염색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간단하게 설명 해 주세요.
정옥희 선생님: 네 직접 염색을 하고 있어요. 알록달록한 작품들 모두 먹물이나 쑥,소복(나무 줄기의 종류),쪽(풀) 등 자연에서 얻을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요. 그리고 염색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삶는 거에요. 삶아서 낸 물에 백반을 넣으면 되요. 또 철장액(녹물)을 넣으면 좀더 진하게 색을 낼 수 있어요. 여러분이 봉숭아 물을 들일때 백반을 넣는것 처럼 천을 염색 할 때 백반이나 철장액을 넣어서 염색이 더 잘 되게 해요.
기자: 우리민족의 색채의식은 음향 오행 사상에 영향을 많이 받아 오방색 (백, 흑, 청, 적, 황)과 오간색 (녹색, 벽색, 홍색, 유황색, 자색) 을 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규방공예에서도 주로 오방색과 오간색을 사용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옥희 선생님: 네 될수 있는데로 오방색과 방향(동, 서, 남, 북)까지 맞춰서 기본이 되는 틀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편이에요. 그러나 자연이나 계절 등 다른 곳에서 영감을 얻었을 때는 현대적인 색을 사용 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적체적으로 음향의 조화는 맞추고 있어요. 오방색과 오간색은 우리나라를 느낄수 있는 색들이라 좋은것 같아요.
기자: 저희 어머니도 예전부터 규방공예를 해 오셔서 저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규방공예 작품은 방석, 주머니, 보자기 등 정말 다양한데,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하는 규방공예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정옥희 선생님: 요즘 즐겨 하는것 중에서는 발(햇빛 가리개) 이 있어요. 가리개,전통누빔, 가방, 지갑 등 소품들을 좋아하세요. 직접 배우시는 분들은 처음엔 파스텔 톤(연한 색) 을 선호하시다가 점점 오방색을 기준으로 진한색이나 화려한 색을 고르세요.
기자: 소품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보통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그리고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정옥희 선생님: 쉬운 작품은 1시간 정도 , 큰 작품은 2~3개월 정도 걸리고 염색까지 직접 할 경우 6개월 정도 걸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경상도 골무에요. 경상도 골무는 작지만 손이 많이 가고 예뻐서 그런 것 같아요.
기자: 규방공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보자기, 조각보 또는 조각이불인데 이런것들을 떠올리다 보면 퀼트공예가 생각이 납니다. 외국 공예 중에 퀼트라는 기법이 규방공예와 비슷한 점이 있던데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이 있나요?
정옥희 선생님: 퀼트는 솜을 넣고 누비는 퀼팅작업을 하고 생활소품과 접목 시켜서 그런지 더 빨리 발전할 수 있었어요. 사실은 규방공예가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요. 그리고 퀼트는 바느질 기법이 2~3 가지 밖에 없는데, 규방공예는 바느질 기법이 10가지 이상으로 매우 많고 사뜨기 같은 기법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는 바느질법이에요.
기자: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처럼 우리 고유의 전통이 우리만의 과거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작품과 멋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규방공예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에서 사랑받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저희 어린이들에게 당부하실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옥희 선생님: 작년 같은 경우엔 일본에 가서 전시회를 했어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전시회를 해요. 이곳 사랑채에서 시연을 할 때에도 외국 분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줍니다. 기회가 되면 체험도 많이 하고 전시회도 열어야겠지요. 7년 전 이태리에 갔을 때 우리의 조각보가 디자인에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아껴야 밖에서도 우리 문화를 많이 알겠죠. 어린이 기자 여러분도 규방공예에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고 나만 알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에 친구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 주세요.
직접 규방공예를 체험하고 많은 작품을 보며 인터뷰를 하고나니 전통공예품과 더욱 친근해진 것 같고, 생각과 달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규방공예는 비록 보석처럼 화려하거나 반짝거리지는 않지만 섬세하고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멋을 알게 되어 매우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고,앞으로도 한국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구촌 곳곳에 알리고 싶다.
윤희서 기자 (동안초등학교 / 4학년)